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lue Moon Jan 30. 2022

딩크 부부 -결혼은 하고, 아이는  없고

결혼한다고 아이를 가져야 하나?

요즘,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변하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과 결혼에 관한 생각이다.


결혼은 하지만, 집은 사지 않는다. 자동차도 사지 않는다. 모두 렌트로 한다. 어디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굳이 한 곳에 정착하려고 들지 않는다.


경우(?)를 대비해 결혼 대신 파트너쉽의 동거 형태를 선택한다. 게다가 결혼=자녀는 옛말이다. 결혼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결혼은 오케이 , 자녀는 노! 하는 부부가 많은 것이 오래전부터다. 결혼은 하지만 자녀는 가지지 않는 소위 Dink 딩크 부부다. 딩크는 말 그대로 'Dual(Double) Income, No Kids' 다.

 

두 사람의 수입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대신 자신들을 위해 투자, 헌신하며 자유롭게 사는 삶이다. 표현대로라면 딩크 부부는 나름 근사한 삶을 꿈꾸는 부부의 표본으로까지 보인다.


나도 그런 자유를 꿈꾸었다. 보헤미안처럼 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 없는 삶을 20여 년간 지내왔다. 사실, 남편과 나는 오래전부터 딩크 커플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결혼하고 보니, 당장 출산과 일을 해야 하는 이중고가 따라왔다. 게다가 미국은 대부분의 주부들이 평생 일을 한다. 기본적으로 집세를 내고, 자동차(2대)를 소유하려면 남자 혼자의 수입으로는 힘들다. 나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남편은 월급쟁이고, 후에라도 내가 일을 좀 면죄받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는 할 수 없었다.^


그쯤, 나는 몇 가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결혼했다고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해?,  결혼=출산을 위한 거냐고?"


“풀타임으로 일하며, 육아에 가사노동까지 해야 한다고?”


"엄마가 겪은 시대나 주위 사람들을 보면 여자만 아이를 키우잖아? 독박 육아해야 할지도?"


"음.. 아이 한 명당 양육비가 대략~ 대학 학자금까지 십-이십만 불 (2억-) 정도 될 거고.."

(이건 순전히 그 당시의 경제적 수준에 맞춘 것임)


쉴 새 없이 돈을 벌어 생활비뿐만 아니라 여기에 충당해야 한다. 파워 볼 따위는 당첨될 확률은 영영 분의 1도 없을 거고, 남편이 왕창 돈을 벌어들일 가능성은 더욱 없다!^


그런데다 "나는 아이를 그다지 애정 하지 않잖아? 애정 하지 않는데 굳이 낳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  

(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넘 냉정 파는 아닙니다. 조카 레베카가 태어났을 때 너무 예쁘긴헀으니까요^)


게다가,  " 만약에, 만약에.. 배우자가 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면?..”


“또. 또.. 살다 보면 혹시, 무슨 일이 (이혼 같은걸 ) 생길지 누가 알아?..”


등등.. 이런 생각들이 나를 붙잡았다. 이때쯤, 한국에 있는  명의 언니들은 나의 고민 풀이에 가담했다.  키즈! 괜찮아! 하며  여자는 결혼에 대한 비애(?) 대해 까놓고 수다를 떨었다.. (다들 결혼해놓고서^)


"야! 결혼은 순~ 남자한테 좋은 거야! 여자에겐 ~손해야 뭐~"


"넌, 그대로 살아!, 아이 가지지 마! "


"왜, 있잖아.. 프랑스 여인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안 가진대!.”


" 관습 따위에는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랑만 하면서 살았으면~~호호호~”


"음.. 언젠가는 이 놈의 구시대적 결혼관(나이 들면 결혼하고, 자녀 가짐)도 변하는 시대가 오지 않겠어?~".


“맞아! 나중엔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어질지도 몰라~~^^ “


언니들은 독박 육아에, 형부들 치닥꺼리에, 시댁에 헌신하고, 이리저리 치이고... 정작 자신의 라이프라곤 없는 듯했다. 디자이너가 되고싶었던 큰 언니, 작가가 꿈이었던 둘째 언니, 그들은 꿈을 접은지 이미 오래전이었다. 결혼은 한 남자와 한 건데 온 가족을 위해 한 몸 던져 불사르고 있었으니까^.


사실, 두 언니는 그 연령대치고는(5060세대) 나름 낭만적이고, 뜨거운 연애결혼을 했쟎어?.. 그럼에도, 막상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니 낭만이고 , 뭐고 숨도 쉴 새 없이 살고 있다고 아우성이었다. 나는..나는! 뭐냐고~~하면서.^^


우리들의 결론은 , 결혼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는 딱히 없어도 오케이였다. 아무튼, 그 당시 우리 세 자매의 대화는 발칙하면서도 제법  진보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흘러간 세 자매의 급진적인 대화는, 일? 아이? 사이에 고민하던 나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급기야는 조용한 부부 사이에 파문(?)을 일으키는 일이 되었다.


어느 날, 남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이 낳지 않을 거야! 대신, 일 할래!"


물론, 남편은 ‘그러자고~ ‘라고 선뜻 말하지 않았다. 나는 노 키즈(No Kids)를 희망하는 이유들(앞에 나열한 것들)을 성실하게~ 설명했다. 그는 조금은 얼떨떨하면서 황당한 척했다. 얼마간을 망설이는척하더니 드디어 한마디 했다.


" 하긴 , 직장에도 아이 없이 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아"


 그중 친한 동료인 필리핀 친구 부부도 아이가 없단다. 심플하게 살고 싶어 아이를 가지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아이가 없으니 어디든지 훌~훌 떠나고, 하고 싶은 것 맘대로 하고 산다고 항상 자랑스러운 듯 너스레를 떤다는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남편은 다행히도(?) 이러쿵, 저러쿵 따지지 않았다. “하긴~ 무자식이 상팔자야! "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제 됐어!"


아이를 가져? 아님, 평생 일을 해? 사이에서 난, 결정했다. '그래! 일한다고!'


결혼을 하면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아이를 가진다. 그런 의무적인 인생행로를 꺾어서 나는 좀 다른 길로 가고 싶었다.


자유와 여유로움을 누리면서 대신, 단조롭고, 적적하고, 더 외로울 수도 있는..그리고, 남들이 보기엔 좀 이기적인 선택을 했다.






이전 11화 십원도 안 되는 남의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