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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Mar 11. 2022

딩크 부부 -남의 집 아이 돌잔치 갈까? 말까?

돌잔치가 너무 많아?

한때는, 딩크족인 우리가 수시로 러브콜처럼 받는 것이 있었다. 다름 아닌, 누구누구 댁 아이의 돌잔치에 오라는 초대장이었다.


'우리 집 딸, 아들 첫돌이에요!~'라는 초대장이 여기저기서 밀려왔다.


사실, 지인이며 또래 친구라 해 보았자 얼마 되지도 않았다. 딱,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어디 사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있나. 게다가 인간관계가 그렇게 심플하냐 말이다.


이 집 끝나면 저 집 식으로 돌잔치에 연거푸 가야 하는 사례가 많았다. 아이 없는 우리가 남의 집 아이 돌잔치에 이런 식으로 바쁘게 쫒아다닌 이유가 나름 있었다.


이민사회의 소셜 라이프는 직장 다음으로 교회를 통해 대부분이 이루어진다. 내 또래끼리만 어울리는 인간관계가 아니다. 교회는 신앙공동체이지만 직장보다 좀 더 큰 소셜 라이프 그룹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이웃사촌이라 할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진다.


그런 이유로 이런저런 교인들의 초대장으로 돌잔치 행렬에 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또래의 아들, 딸 잔치는 기본이다. 구역 식구들이며, 심지어 어느 장로님이며 권사님의 손자, 손녀 돌잔치까지 초대장을 받는다.  

'여러분! 몇 시까지 어느 레스토랑으로 오세요 ~'라는 광고가 나면 무조건(?) 가야 한다. 만약, 얼굴을 내밀지 않으면 자칫, 나쁜 교인(?)이 된다. 심지어, 시험에 들기까지 한다는 후문도 있다.


이러면 좀 골치가 아프다.  그냥 무난한 교제를 위해서는 축하하러 가는 게 상책이다! 이렇듯, 돌잔치는 흔한 일상처럼 빈번했고, 우리는 주말이면 어떤 사명감(?)을 안고 여기저기 얼굴을 내미느라 바빴다.


아이의 첫돌은 소중한 추억이며,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묘한(?) 스트레스를 조금씩 받기 시작했다. 지인도, 친구도 아닌, 이 집 저 집 아이 돌잔치에 다니는 것이 버겁기도 했다.


혹, 남의 집 아이의 재롱잔치에 이 남자가 흔들리면 어떡해? 하며 남편의 눈치도 살펴야 했다. 게다가 '이거 어째.. 우리가 손해 보는 일 같아?'라는 생각이 확~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이런 투정을 하고 말았다.


"아니! 우리 매번 이렇게 가야 돼? 돌려받지 못할 잔치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남편은 나를 향해 한 마디를 던졌다. 직격탄이었다!.


"아, 글쎄~ 그러면 아이를 낳아~~~~!!"


그 말에 나는 막 웃음이 나왔다. 뭐, 아무튼 정답이다.^ 그때는 30대라 좀 뻔뻔스럽고 이것저것 따지는 깍쟁이였다.


희한하게 그 후론, 그런 불편한 마음이 싹~ 없어졌다.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남편이 무서워서(?) 그랬나?.. 남편의 그 말이 처방책이었나?.. 아무튼, 마음이 비워졌다. 겉으로나, 속으로나 구시렁 하는 일이 없어졌다. 남의 집 아이 돌잔치에 열심히 다녔다. 그래! 마음껏 축하하자고 해! 하면서.^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민사회에서 친목은 대개 이런 소소한 행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여러 명목의 잔치로 만나는 사람들과 소셜 라이프를 나누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사실 그 많은 돌잔치를 무척 즐긴것 같다. 초대장을 받으면 (구시렁 하는 일이 없어진 뒤) , 내가 첫돌을 맞은 아이처럼 신이 났다.


선물을 준비하고, 한껏 멋을 부리고,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을 대접받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한바탕 웃으며 수다를 떨고 하는 일을. 정확히, 그 일들을 애정 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어!’라는 말이 맞다.

뭐, 손해는커녕 , 잔치에서 누린 즐거움은 몇 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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