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로 살기로 작정하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이다.
'늙으면 어떡해?'였다.
이 말에는 외로우면?, 늙어 기운이 빠지면?, 건강을 잃으면? 죽을 때면?.. 이런 의미가 포함된 것들이었다.
그때는 더 젊고, 패기 있을 때였으니 염려 같은 건 크게 하지 않았다. 막연히.. 뭐, 자식이 없으니 남들보다 외롭겠지.. 했다.
답은 ‘그냥, 흘러가는 데로 살자’였다. 모두가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라며 제법 담담한 결론을 내렸다.
엄마는 막내인 내가 딩크가 된 것이 못 마땅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어떡할 건데? 응?' 하며 나의 노년을 걱정했다. 아무래도 늙어서 자식이 없으면 기댈 곳도 없으니, 그 보다 더 외로울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
뭐랄까.. 외로움이 문제라면.. 자식이 없어서 외롭기도 하겠지만, 자식이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녀와 멀리 떨어져 살아 일 년에 한 번 정도 보기도 하고, 아예, 자식들과 왕래도 없이 사는 노인들도 많다. 심지어, 장례 부탁을 교인에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야말로 더 쓸쓸하고 외로운 일이 아닐까?..
흔히, 부부는 자녀가 모두 독립을 하고, 둘만 남게 될 때 비로소 빈 둥지가 된다. 어느 지인은 자녀가 떠난 빈 둥지가 된 집을 보며 외로워.. 외로워 죽겠어.. 하며 하소연을 한다. ^
딩크 부부는 사실, 언제나 빈 둥지였다. 이때의 나이가 되면 그 적막함에 익숙해진다고 할까.. 뭐,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며 외로움에도 좀 느긋해진다.
이처럼 나이 들면 자식이 있거나, 없어도 왠지 허해지고, 쓸쓸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 듯하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일 거다. 뭐, 인생이 그런 걸.. 하며 넘어간다.
외로움이야 그렇다 치고, 누구나 노년이 되면 경제적인 여유와 건강이 핫이슈가 된다. 자식이 없는 딩크 노년에는 더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숙제 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우선, 먹고사는 문제에는 그렇게 연연해하지 않을 작정이다. 연금이니, 재정적으로 넉넉하냐?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 재정상담을 해서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은퇴연금을 불리고… 등의 일은 하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일해서 있는 것으로 살면 되겠지.. 정도다.
미국에서는 아예 집도 없고, 통장에 잔고가 없는 빈곤한 노인에게는 아파트며 의료비가 거저 주는 값으로 제공된다. 뭐, 애매한 우리 같은 중산층은 혜택이 거의 없다. 그냥 성실하게 일하고, 저축하고, 연금으로 생활을 한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고민거리는 '건강하게 사느냐?,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누가 장례를 치르고, 죽음을 애도할 것인가?'..
엄마가 자식이 없는 나를 염려한 이유들이다. 나이 들어 혼자가 되거나 혹, 거동이 힘들면 누가 돌보냐고?. 죽을 때는 누가 옆에 있어 줄 거냐고?.. 그런 뜻이었다.
그러니, 자식 없는 노년, 어떻게 살 거냐고? 묻는다면,
앞에서 말한 대로, 흘러가는 대로 그대로 살기로 한다. 젊을 때 자유를 누리고 , 그 삶을 향유했으면 그만이다. ^ 앞으로 다가올 좀 쓸쓸한 노년은 나의(우리) 몫이다.
음.. 언젠가는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누가 먼저 세상을 떠나든 , 혼자 남는 것이 두렵다고 뭐, 같이 죽자고 한다든가, '따라 죽을 거야'라는 말은 우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꿋꿋이 살아가기로 했다. 둘 중 누군가는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일에도 강심장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인생은 공평하다. 얻는 게 있으면 잃고,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이다. 그 이론만 생각하면 뭐 그게 그렇지 뭐.. 하게 된다. 그렇게 살면 된다.
얼마 전 한 뉴스에 실린 기사다. 이탈리아의 조그만 도시, 레익 코모(lake como)에서 일어난 일이다. 홀로 살던 70대의 한 노파가 거실 의자에 앉은 채 죽은 지 2여 년 만에 발견되었다.
이웃은 그저 그녀가 어딘가로 이주했다고만 여겼다. 무성하게 자란 정원의 나뭇가지가 성가셔 시청에 컴플레인을 하면서 알게 된 일이었다. 시티에서 그녀의 가족, 친척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찾질 못했다. 코모 시티의 사람들은 모두가 그녀의 고독한 죽음을 애도하며 그녀를 위해 장례를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읽은 뒤, 한동안 가슴 한편이 찡해왔다. 참 외로운 죽음이 아닌가.. 동시에 남의 일 같지 않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웃도 무심하지만 할머니는 미리 유언장 하나 남길 사람이라도 두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코모의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딩크 노년을 좀 알뜰하게(?) 대비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적어도 가까운 가족에게 장례에 대한 유언장이나 위시리스트 하나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장례라면,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 비싼 돈을 들여 좋은 묏자리를 사들이는 형식을 갖춘 ‘식’을 원치 않는다. 그냥 할 수만 있다면 , 들에 피어있는 꽃 들위에 뿌려지고 싶다^. 이제 나이는 들어간다. 외할머니처럼 건강하게 살다 잠결에 죽었으면.., 소망대로 되어주면 좋겠다.^
이런들 저런들 죽음은 다가오는 것이며 그것을 염두하며 산다는 건 하루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어느 순간에도 아쉬울 것 없이 그렇게 사는 거다.
나는 여전히 꿈꾸며, 자유롭게 보헤미안처럼 늙어가고 싶다.^ 건강하게 , 하고 싶은 것을 하며 , 즐기며 , 지금을 충실히, 힘차게 사는 거다!. 뭐 별거 없다. 이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