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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Oct 13. 2018

진짜 부자세요?

슈비나의 행복의 정원

어느 날,  점심시간 사장님과 식사하는 중이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난 정말 이해하기 힘들어, 저 사람의 뇌가 어떤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단 말이야!


어쩜 늘 저렇게 즐거워 보일 수 있는지.."


이 말은 우리 회사의 간판 얼굴,  30대 후반의 흑인 아줌마-"슈비나"를 두고 한 말이다.


그녀는 회사의 마케팅 부서의 "꽃"이며 동시에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엔터테이너다.

큰 키와 체격에 비해 손바닥만 한 작고 둥그스름한 얼굴은 노메이컵에 항상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어릴 적 내가 즐겨 보았던 빨간 머리 말괄량이 삐삐의 얼굴처럼  "순진함과 천진난만함, 익살스러움"이  그대로 묻어있는 아줌마다.

그냥 보기만 해도 , 마음은 이미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을 정도로 그 정감에 끌려들고 마는

마법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South France-Valensole


가수 뺨치는 노래실력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말솜씨, 마음을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만드는 코믹함, 통통한 그 몸으로 그녀 특유의 엉덩이를 살짝 흔드는 정도의  애교 댄스는 그야말로

우리를 자지러지게 한다.

여자인 나의 시선과 마음까지도  홀딱 빼앗아가는-한마디로, 그녀는 "총체적인 기쁨 덩어리"같다.


그녀는 현재. 천방지축, 3명의 아들의 총책임자며 그야말로 싱글맘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요, 주중엔 하루를  교회에서  지역사회의 불우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제 돕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매일의 일상이 아들 셋과 함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다.


"콧노래 소리 ^^ 슈비나다! "


하루 중, 업무에 조금 싫증이 슬그머니 찾아와,  좀 쉴까?라고 생각이 드는 시각쯤,

콧노래 소리로 어김없이 그녀의 등장을 은근히 예고하면서 ,

슈비나는 얼굴을 내민다.


원래 그녀가 회사로 들어와  처음 거쳐간 팀이 1층의 내가 속한 업무팀이다. 일종의

그녀로서는 매일 한번 그간 정이 든 친정팀을 응원하러 오는 셈이며, 그녀 또한 그 시각, 약간의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서다.


우리는 그런 그녀를 연예인 만나는 것보다 더 흥분되고 한바탕  달달한 웃음의 바다로 서슴없이 퐁당 빠지는

그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곧 나이 40을  바라보는 억척스러운 엄마의 모습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장난기 있는 얼굴과 한마디 말은 우리에겐 -오후 늦게 찾아온 다소 피곤해진 업무에 한잔 내미는

톡 쏘는 시원한 음료 맛 같다.



그렇게 불쑥 얼굴을 내미는 그녀의 얼굴만 봐도 나를 비롯한 우리 1층 온 직원들은 즐거워 죽겠다는 시늉이다. 다들 "슈비나 ~ 안녕" 하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싶어 하면서.

항상 그렇듯이 , 노래, 춤 , 말솜씨 등 끼 많은 그녀가 그냥 쏟아내는 한마디 한마디들은 우리를 연신 까르르 거리며 웃음바다로 만든다.

거기에다 내가 그녀에게 항상 주문하는 "춤"은 ( 난 그녀의 엉거주춤 춤이 너무 좋다)  우리의 입가가 늘어지도록 웃음 풍선을 여기저기

팡! 팡! 하며 터뜨리게 한다.

이렇듯, 그녀의 짧은 출현은 마치 단막극 코미디 배우처럼  흐느적한 오후를 선명하게

잠 깨운다.



"슈비나는 정말 그냥 보기만 해도 즐거운 사람이야! "

이러한 성품은  태어날 때부터 신으로부터 은사로 받는 것 같다.


난 사실 그녀의 만성 중독된 팬이다.

그녀를 보면 가까이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만도 행복의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늘  잠시 그렇게 우리의 마음을 녹여놓고 뒤돌아가는 그녀에게로 , 나의 눈은 자석처럼 그녀를 놓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작은 사랑의 관심

 

그녀는 또한 베푸는 여왕이다.

싱글맘으로  3명의 장성 같은 아들들을 키우면서 산다는 건 정신적, 경제적으로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을 뿐,  얼마나 힘이 드는 삶인지 상상이 갈만하다.

그런데도, 가까운 직원의 생일이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정성 들인 선물을 준비한다.

작은 상자 속의 손수 만든 초콜렛, 캔디, 양말, 머리핀 등등.

준비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세심한지..


아들 셋과 싱글맘, 아파트 렌트 생활. 미국 정부의 조그만 보조, 그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생활이다. 근데, 항상 그런 그녀를 보면 없는 척하는 부자인 듯 한  확실한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항상 그렇게 밝고 행복해 보이는 거지?

어느 날, 문득

난 사장님의 말씀처럼,

그녀가 그렇게 매일 즐거워 보이는 이유를 무슨 비밀 캐듯이 알고 싶어 졌다.



  슈비나에게 물었다.

"넌 솔직히 싱글맘으로 3명의 아이들과 사는 게 쉽지 않을 텐데  ,

"너의 매일매일의 미소의 비밀은 어디에서 오는 거니?" 그리고

어쩜 대접하는걸 그렇게 기쁘게 할 수 있니?"

넌 항상 부자 같아!"라고 말했다.


슈비나가 대답했다.

"난 , 그냥 심플하게 살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것으로 조금씩 대접하고 베푸는 것이 즐거워"

"희한한 게,  주고, 내려놓으면 그 이상으로 더 많이 돌아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사랑으로부터"


그리고, 그녀는 힘주어 말했다.


"난 당연 부자는 아니지, 근데 사실, 난 확실한 부자야!

너 아니? 부자 별거 아냐!


"부자는 "웃음으로, 사랑으로, 나눔으로 , 미소로 친절과 봉사, 감사로,
마음속 행복으로도 될 수 있는 거란다"


"굳이 돈이 아닌 "행복한 마음이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 말이야"

"난 그 모든 걸 가지고 있어 그래서 더 베풀게 돼 그럴수록 더 풍요로와져"


순간,

그 한마디의 말은, 나에게 마치 '부자에 대한 갈증"같은 것이 단숨에 해갈되는 느낌을 주었고

잠시 내 마음을 창가로 가 앉게 만들었다.


한때는 그다지 힘들지 않은 삶에도 , 부자로 사는 사람들을 선망하고 부러워하면서

신세한탄을 한 적이 있었다. 좀 더 많이 가지지 못해서 말이야.

부자의 길은 나에겐 험난하고 아주 먼 길처럼 느껴져 그 "부"로 모든 것들을 다 할 수 있는 그들의

삶이 꿈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까지도 무엇이 진정 부자로 사는지, 그 의미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돈은 있으면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가질 수 있지만, 부자라고 모두가 진정 행복한

부자로 살지는 아닐 것이다.


몇 년 전에 타개했던 애플사를 빛냈던 경영인 "스티브 잡스 ,

세계적인 명성으로 더 많은 "부"를 가졌지만, 돈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생명이 꺼져가는

죽음 앞에 쓴 글 몇마디가  인상적이다.

"난, 늘 일에서  돌아오면 딱히 , 집에서는 할 게 없는 따분한 삶을 지냈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추억을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지 않았습니다.

누구에게도 그다지 친절하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명예와 부"를 쌓으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금 내가 죽음 앞에 느끼는 건,

이 세상을 떠날 땐 , 세상에서 내가 그토록 쌓아왔던 유명세와 "부"는 하나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을 ,

또한 어떤 가치도 없다는 것을요,  

단지 내가 가지고 갈 수 있는 건" 사랑과 추억일 뿐입니다"

 

부자로 살면서 마음이 궁핍하여 찌든 사람들,

좀 여유가 없지만 열심히 행복의 우물가에서 그 물을 길어낼 수 있어 , 삶이라는 커다란

그릇에 가득 채워갈 수 있다면, 그래서 삶이 깊이 풍요로와진다면

난 그 부유함을 얻고 싶다.

그게 진짜 부자로 사는 것 아닌가.


"부자로 살 수 있는 작고도 소중한 마음의 씨앗"들은  슈비나의

"행복이란 정원 밭"에서 무수히 자라, 그녀의 삶 뒤편의 힘겨움의 그림자를 가리는

풍성한 마음의 꽃들로 피어나 그녀의 삶을 밝히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슈비나는 " 진짜 부자"다. 아니 갑부다 그녀는.



세잔의 아틀리에

그래, 슈비나는 " 진짜 부자"였던 것이다. 아니 갑부였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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