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옥스퍼드는 당일여행지로 좋다.
할매에게 물었다.
"같이 갈래요?"
“나. 여러 번 갔다 왔어!" 했다.
부럽다. 여러 번이라니.
그래서 혼자 갔다.
옥스퍼드는
대학의 도시, 해리포터로 유명한 도시라지만
내가 끌린 것은 '도시가 주는 고전적인 느낌' 이였다.
근교여행은, 항상, 설렌다.
또 움직여야 하는 일일 여행자의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현지에 대한 기대보다 어딘가로 떠나는
그 시간대가 더 좋다. 기차여행이쟎나.
날씨요정 따위는 나에게 얼씬도 하지 않을 작정인 것 같다.
이 날은 무척 추웠다.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졌다.
하늘도 무심하다. 꺼멓다 못해 새까맣다.
할매가 안된듯하면서도 빙그레 웃으면서,
'Have a nice trip!" 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날씨에 엎친 듯, 덮친 듯 문제가 생겼다.
여행 중, 문제 안 생기면 여행이 아니랄까 봐.
기차에 올라타니 내 좌석이 없단다. 예약할 때 좌석지정을 하지 않았단다.
돈 내고 좌석 없어.. 참 난감했다. 왕복을 서서 오가야 하다니..
오십 대 여자는 그 순간부터 다리가 쑤씨는것 같았다.
어차피 일어난 일이다. 여행에서 예기치 않은 일에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여행은 밉상이 된다. 오십분 정도만 견디면 된다.
다행히, 내가 발디딘곳은 가방들을 올려놓는 곳이었다. 그곳에
살짝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을수 있었다.
몇 정거장 지나자 옥스퍼드다.
날씨는 런던보다 매섭고, 바람은 심하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도시는 온통 검은 회색빛, 비디오에서 본 그 예쁜 옥스퍼드는 없었다.
역에서 시내까지 30분 정도 걸었다. 옥스퍼드 하면 크라이스 처치를
방문해야 한다나. 크라이스 처치를 구경하는 둥 마는 둥.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날씨 탓이다. '뭐 입장료내고 이런 걸 보러 와?'라는 뽀르뚱한 생각까지 들었다.
크라이스 처치는 오히려 바깥 풍경이 더 멋있었다. 그곳을 한동안 돌아다녔다.
아침을 커피 한잔에 코로우상 한 개로 견뎠다.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먹을만한 곳이다 싶으면 들어갔다. 음식은 맛은 별로고 양도 적었다. 배를 채우느라,
한 시간 안에 거의 세끼를 먹은 것 같다.
번화가에 들어섰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옥스퍼드에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날씨도 안 좋은데. 모두들 나 같은 여행자일 테지.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날씨도 춥고, 더 이상 다닐 기력이 나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니, 거리는 더 어둑해졌다.
서둘러, 역으로 가서 기차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다.
역은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나처럼, '날씨 때문에 더 이상 관광 불가
' 라고 결심한 사람들인듯했다.
'음, 오늘 여행은 아니네..' 하며 씁쓰름한 사실을 인정, 인정해야 했다.
갑자기, 전광판에서 안내가 떴다.
'5시 30분 런던행 기차는 지연될 예정'.
그런 후 5분쯤 지나,
'5시 30분 런던행 기차, 캔슬될 예정.
갑자기 멍~해 지는 듯했다.
기차스케줄을 다시 확인, 마침, 런던으로 막 떠나려는
기차가 대기 중이란다.
"뭐야! 어떡해! 지금, 지금 가야쟎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막, 떠나려는 런던행 기차에 올라탔다.
일단, 보이는 자리에 풀썩 앉아버렸다. 피곤이 짜증처럼 밀려왔다.
"제발 이대로 앉아 갔으면 "
그런데.. 이상한 확신이 순간 들었다.
'그냥 런던까지 앉아갈 거라는.."
가끔, 본능적인 확신이 맞을 때가 있다.
행운의 여신은 마지막 순간에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몇 정거장을 정차하는 동안, 그 자리를 찾는 주인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서 런던까지 잘~도착했다.
갔어, 왔소가 되었지만 그래도 쓰릴 있는 하루였다.
그래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