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갤러리에서 하루

by Blue Moon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늘은 내셔널갤러리에 가기로 작정했다.

비오는 날은 갤러리를 가면 좋다.

내셔널갤러리는 이전 런던여행에서 방문하지

못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년전, 대낮에 내셔널갤러리에 갔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문 입구부터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급놀래서 도망치듯 돌아나왔다.


이번 런던 여행은 느리고, 게으르게 하는 여행이다.

잠을 푹 자고, 모닝 커피를 여유있게 마시고, 뉴스를 듣고,

아침밥을 정성껏 준비해서 먹었다.


몇벌 가져간 옷으로 날씨와 일정에따라

나름, 분위기를 내고 옷 단장을 했다.

갤러리에 가는 날이쟎나.

정오가 될 무렵, 숙소를 느릿느릿하게 나섰다.


내셔널 갤러리에 도착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한창 복작거릴것이 분명하다. 갤러리 감상은 나의 여행처럼 느리고, 은근하게 하는것이다.


갤러리에는 좀 늦은시간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수많은 전시를 대충 꽁뽂아먹듯 감상할 일이 아니었다.


시간을 때우기위해 , 내셔널갤러리 앞에 있는

트라팔가 광장을 천천히 돌았다. 언제나 그렇듯,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 있었다.


어떤 여인은 광장벽에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열심히 셀피를 찍고있었다.


“음. 나같은 여인이 저기에도 있네”. 하며 피식 웃었다.


바람불고 , 비가 왔다가 그치고를 반복했다.

광장의 한가운데 서면, 빅벤이 저 멀리 보이는 전망도 볼만하다. 나도 광장을 왔다갔다하며 한동안 사진놀이를 했다.

그러다보니, 배가 출출해졌다. 광장건너편에 있는 아담한 서점이 눈에 띄었다.

일층은 서점이고, 이층은 카페였다.


카페에서, 스콘 두개를 시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셔널갤러리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근사한 곳이였다.


그런데..

무심코 산 플래인 스콘이 너무 맛있었다.

내친김에 챙겨온 스낵도 점심으로 때웠다.


갤러리에 들어간 시간은 오후 세 시였다

그시간이면 그림감상이 제대로 될것 같았다.

예상대로 갤러리는 한산했다. 사람들도 드물게 보였다.

층마다 시대 별로 나누어져 있는 그림들을 따라 천천히 감상했다. 가끔은 멍때리고 서 있기도 했다. 그 유명한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앞을 유유히 차지할수 있었다.


괜챦다 싶은 그림앞에서는 나같은 사람(혼행중인 여자)을 물색(?)해서 사진 한장을 찍어주십사고 부탁도했다.

그러다 좀 쉬기도 했다. 2시간이 넘게 그렇게 보냈다.

다섯 시가 조금 넘으니까 사람들이 조금씩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도 그림보러 오나?"


이렇게 보니깐, 관광객보다 데이트족들이 다수였다.

젊은 런던너들이 다정하게 손에 손을 잡고 무도회에 입장하듯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림을 감상하며, 이야기도 소곤소곤 나누며 발걸음을 옯겼다.

좋네. 비오고 바람부는 스산한 날 밤, 데이트 장소로 갤러리만한 곳이 없네 싶었다.


아! 나도 20대로 돌아간다면.. 갤러리에서 데이트! 당연하다 당연해! '라는 생각을 하며

빙긋 웃었다.


그렇게 나는 갤러리에서 어슬렁어슬렁거리며 보낸

그 하루가 취하듯 행복했다.


여행지에서 하루를 잘 보내면 괜히, 뿌뜻해지기까지 하는건.. 나만 그러나?.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