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티를 제대로 맛본건,
이 년 전 런던에 도착한 첫날부터다.
에어비엔비 호스트인 할매가
내어 놓은 티 한잔이었다.
달달한 비스킷 몇 조각에 앙증맞은 예쁜 잔에 들어있던
티 맛은 정말 좋았다.
그 순간부터
나는 '영국식 티'에 빠져 들었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티'에 눈이 멀었다.
조그만한 앤틱 찻잔도 쏙~마음에 들었다.
그날부터
'티'와 '찻잔'은 나의 '가장 애착하는 물건사기'가 되었다.
'티'를 사기 위해 런던을 돌아다녔다.
포트넘 메이선과 리버티 백화점을 들렀다.
수많은 '티'가 나를 유혹했다.
흘깃 돌아보니, 사람들도 나처럼 '티'에 현혹된듯했다.
눈에 띄는 데로 바구니에 집어넣고 있었다.
나는 여행자라 닥치는 대로 '티' 사재기를 할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고르고 골라 '나만의 티'를 찾았다.
잉글리시 모닝 티 와 캐모마일, 스트라우 베리 블랙 티, 민트 티 등
몇 종류의 티만 샀다.
'티'를 운치 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찻잔도 중요했다.
'런던에서 기어코 찻잔을 사야지'하며 다짐까지 했다.
어느 한 날, 앤틱마켓에 갔다. 예쁜 찻잔이 너무~많았다.
사실, 모두가 마음에 들 때는 무엇을 살지 엄두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은 원이로되, 선뜻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깨질 염려가 있고, 가져온 캐리어로는 안전한 운반(?)이
될 거라는 개런티도 없었다.
'아.. 어여쁜 찻잔은 다시 런던에 오면 어느 때고 살 수 있을 거야~'
이 한마디로 찻잔 사는 일은 마음을 접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런던에 오자마자 앤틱 마켓부터 들렀다.
그런데.. 뭐야.. 그때 보았던 어여쁜 찻잔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을법한 그 찻잔들을 찾지도 못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레슨'하나를 배웠다.
만약, '마음에 와닿는 것'이 있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 것,
주저하지 말고 가질 것, 망설이지 말고 할 일이다.
적당한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런 후부터 나에겐 더 이상 '다음이란 없어졌다'
마음이 가는 데로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
'티'를 마시면서 또 하나를 배웠다.
이상하게 티가 담긴 어여쁜 찻잔을 마주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사색하듯 잡념이 사라진다.
'티'는 시간을 들이고, 여유를 가지게 한다.
심지어, 마음과 몸이 우아~해지기까지 한다.
나는 영국의 클래식 무비를 즐겨 시청한다.
양쪽 어깨를 한껏 부풀린 멋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은 수다를 떨면서 늘 '티'를 마신다.
고전 속의 여인들과 '티'는 정말 잘 어울린다.
나도 티 잔을 마주 할 땐, 괜히 새침해지기도 한다.
예쁜 얼굴을 지어보려도 한다.
나는 마치 사랑을 하고있는 아씨같다.
내 어찌 '티'에 녹아들지 않을까.
'티'와 '사랑'은 정말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