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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 Moon Apr 13. 2019

나에게 맞는 웃음법이란

마법의 콧노래

나는 그다지 유쾌한 사람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잘 웃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웃음은 자연스럽지도, 화사하지도 않다. 

웃어도 그냥 입만 살짝 빙~긋, 뭐 그런 정도다.


좀 더 근사하게 얘기하면, 조용하고 말이 별로 많지 않은 분위기를 좋아한다.

남들 보기에는 그저 우아한 여사처럼 고고한 척하는

사람이라면 상상이 갈만 할 것이다.


매번 쟁반 깨지듯이 쨍그랑~ 하며

뭐만 해도 깔깔거리며 웃는 사람이 있다. 난 늘 그런 사람들이 좀 이상했고

푼수 같다는 생각도 들을 때가 많았다.

 

이런 사람의 유형은 무슨 화젯거리가 튀어나오면 자기가 말하면서 먼저 웃고,

상대방 얘기 들으면서 또 한바탕 까르르~하고 웃는다.


 그런데 간혹 이런 사람 곁에서  연신 하루 종일 호~호~호~ 하며 웃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막 따라 어이없어하면서도 웃고 만다. 

그 웃음에 전염되듯이 말이다.


이처럼 마구 웃어대는 사람이 좀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사실, 난 이런 사람 곁에 있는 것이 좋다.

내가 잘 웃을 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웃음이 많은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엉켜있던 감정도 해소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행복하려면,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는 말이 있듯이.


혼자 잘 웃지 못해서 남 따라 덩달아서 함께 섞여서 한바탕 웃고 나면,

나 스스로 달래기 힘든 감정에서 슬그머니 미끄러지듯이 빠져나오게 

될 때가 있다.

가령, 다소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기분이 다운되어있을 때,

주위에서 흘러나오는 한바탕 웃음이 가끔 묘약이 된다.

"그래! 까짓것 이런 기분, 날려버리자!" 하면서.


늘 남의 웃음에 섞여서 함께 웃다 보니 나도 남들처럼 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하게 되었다.

"나이가 점점 들어서일까?"


웃음은 크게 웃을수록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다라고 한다.

문제는, 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경우, 막 기분 내키는 대로  웃는 일은

제한이 있다.

자칫하면 감정 컨트롤한다고 낄낄댔다간 사람들 눈총만 받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하는"행복하고 우아한 감정 해소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하고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 날,


최근에 새로 우리 고객팀으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쥴리아"라는 직원이

 줄기차게 딱 듣기 좋은 낮은음으로 콧노래를 거의 하루 종일 흥얼거리는

것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전에는 가끔씩 그녀의 입에서 나오던 콧노래가

최근 들어 온종일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옆자리의 선배 언니와 나는 매일 그녀의 콧노래가 그저 행복한 웃음소리로 들렸고,

마치 그 웃음소리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해 당장 캐묻고 싶어 졌다.

 " 최근에 쥴리아에게 무슨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해~"라고 선언하면서.


 "쥴리아!  오늘 너무 행복해 보여요! 무슨 좋은 일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아뇨! 전혀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요!"


"왜? 쥴리아의 콧노래가 너무 듣기 좋은데?"


"호호~좋아서 웃는 것 아니에요~ 그냥, 행복한 마음이 들기 위해 애쓰는 중이에요!"


선배와 나는 쥴리아의 입에서 

선뜻 나온 예상치 못한 그 말에 순간 막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지금 임신 8개월 몸으로 일을 해야 되는 형편이고

여러 힘겨운 상황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로 자신의 힘겨움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흥얼거림이  듣기에 방해도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나에게는 행복한 웃음으로  전염되어

"호홋~그것 괜찮네~"하면서 웃음에 소심한 내가 따라 하기에 딱 적합한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나의 못된 성질이 발끈할 때, 내 예민함과 싸울 때가 많은 나로서는

이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내 약점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시험하기로 작정하고 실시에 들어갔다.


그날부터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의 소소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일어날 때, 순간 화가 날 때,  콧노래를 서서히 부르기 시작했다.


듣는 사람도 즐거워하고, 남 보기에도 행복해 보이며 궁극적으로

내 마음 한 구석에서 굳어진 감정의 응어리들이  천천히 녹아서

내 마음을 청소해 주는 것 같았다.

마치 작은 마술의 힘 같은 것이랄까..


나는 이 후로 집에서도 수시로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 남편은 갑작스러운 나의 

콧노래의 원인을 다른 것에 두는듯 했지만, 그래도 나의 흥얼거림을 

신기해하면서도 재미있어했다.


조용한 웃음-콧노래는 내 사소한 삶에 들어와 내 일상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웃음에 소심했던 나에게 그날 이후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도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소리인 , 콧노래는 나만의 웃음법이 되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나 혼자만의 무수한 언어가 되어.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내 삶을 휘감을 때, 그 거대한 파도 앞에서

그냥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희한하게 그 복잡한 감정에서 헤어날 수 있다.

이 마법의 콧노래가 주는 요술 때문에, 


힘겨운 내면과의 싸움에 온갖 인간 심리학을 들여다보면서 복잡하게 

이것저것 파헤칠 것도 없다.

" 뭐 인생이 별건가?!"

그냥 콧노래를 부르자고!


봄햇살이 따스하게 머리 위로 내리쬐는 환한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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