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ree Spirit

Gina & Cho의 좌충우돌 프랑스 여행기 (1)

파리의 7월

by Blue Moon

중년의 두 여인이 자유롭게 떠난 -여행의 묘미

4월에 들어선 어느 날,

갑작스레 한국에 있는 "싱글녀 후배 영숙이" 로 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내 마음을 꽃처럼 밝게

만들었다.

"언니! 나 퇴사했어, 좀 쉬려고. 여행 가자!" 이 한마디에.

"올해 여행 언제쯤 가지?" 하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던 내 여행은 갑자기 급하게 시동이 걸렸다.

여행의 목적지는 파리를 통해서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 몇 곳을 둘러보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

어느 날 여행지를 통해 내 마음을 들뜨게 했던 남프랑스의 프로방스 지역은

언제고 함께 갈 사람이 생기면 가겠노라 하고 그저 꿈만 가지고 있었던 여행지였으니

난 여름방학을 앞둔 아이처럼 신이 났다.

(참고로, 남편은 해외여행을 싫어한다. 크루즈 여행과 한국, 가까운 캐나다 그리고 미국 내의

여행만 간다. 몇 년 전 할 수없이 나와 동행한 로마여행 이후가 그의 해외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런데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그것도 남편이 가기 싫어하는 해외로~.

"그가 안 간다 해서 나도 못 간다?"는 아니다. (이 얘기는 차후 더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다.

이런 이유로 서로 여행법을 정해놓고 밀어주기로 하면서 어떤 땐 각자 또는 함께 하기로 합의? 했기에

혼자 과감히 떠날 수 있었다.)


자! 이렇게 곧 우리 둘의 여행 계획은 한국과 미국을 뛰어넘어 이때부터 마치 뭉게구름처럼 마냥

부풀어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드디어 7월 7일 한여름의 시작

난 미국에서, 후배 영숙이는 서울에서 각각 프랑스를 향해 떠났다.


여행은 꿈꾸는 시간

여행은 잠시 내 현실의 세계, 그 일상들의 번잡함과 지루함을 벗어나

나를 들여다 보고, 나에게 위안의 시간을 주며 그 안에서 꿈꾸는 시간을 갖는 것.

자유롭게 나의 세계에서 출렁이며 춤추는 환희 같은 것이 아닌가.

낯선 장소의 사람들,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맛난 음식을 먹고 신나 하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는 순간처럼 설레는 여유로움을 갖는 것.

그것이 매번 떠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여행의 맛이다.


여행 일정 :7/7~7/19/2018

출발(7월 7일) -Paris -Nice-Monaco-St. Paul Devence(생폴 드 방스)

-Aix en Provence(엑상프로방스)-Gordes(고르드)-Roussillon(루실리옹)-Manosque(마노스크)

-발렌솔( Valensole)-Cagnes sur-mer(카뉴 쉬르매르)-Nice-Paris


프랑스에서의 랑데부 (7월 8일) 길을 찾아 헤매다

서울에서 출발한 후배와 시카고에서 떠난 나는 파리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내가 파리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쯤. 택시를 타지 않고 앞으로도 혼자 하는 여행을 위해

이번에는 구글맵으로 호텔을 찾아가노라! 하며 길 찾는 연습을 해본답시고 공항버스를 탔다.

에펠타워 근처에 내려 익숙지 않은 구글맵을 보고서도 길을 재차 묻고 해서 다행히 별로 헤매지 않고

호텔에 도착했으니 기적 같았고 내가 대견스러웠다.


"나, 호텔 잘 도착했어!"라는 전화로 남편을 단숨에 안심시켰다.


그러다 보니 후배도 파리 공항에 도착했고 내 지시에 따라, 버스를 타서 내가 내렸던 정거장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그러나 난 역시 구글맵을 제대로 작동하는 걸 못해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가는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우리 둘이는 서로 헤매느라 제때 만나지 못했다.

호텔 부근에서 길을 찾느라 땀을 진탕 흘려가면서(길을 못 찾으니 땀도 엄청나더라고요)

거의 한 시간을 헤매고 나서야 길 건너편에서 "언~니! 여기야~" 하는 소리를 듣고

마침내 여인 둘은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감격하며 서로 얼싸안을 수 있었다!

파리에서. 그것도 몇 년 만에!


호텔 건물은 위의 사진처럼 깔끔한 건물이라 마음을 놓았는데 들어서니, 좁은 프런트에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아랍 계통의 젊은 주인장 남자,

(사실, 프랑스인들이 다들 영어 잘한다고 소문 듣고 갔거든요~) 겨우 두 사람 비집고

들어가 두 사람의 여행가방 놓으니 발 디딜 틈 없이 좁아터진 호텔방과 욕실 게다가

이 여름에 에어컨이 없다는 것이 더 경악스러웠다!

아뿔싸! 파리에 있는 동안의 호텔 예약은 내가 했는데 그놈의 위치만 신경 쓰다가

에어컨이 있는지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한 것이다.

미국에선 상상도 못 하는 일인데, 어째 국제적인 손님을 맞는 호텔에 이 여름날 에어컨이

없다는 게 말이 돼! 하면서 당장 아래로 내려갔죠.

“이 봐요 아저씨~ 에어컨 없이 어떻게 자요?!” 항의했더니

이 말은 알아들었는지 “ 우린 에어컨 없어요! 밤엔 선선할 거예요!” 하며 넉살 좋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요, 우린 땀을 한 바가지로 이미

흘려 우리 둘 다 마치 물에서 금방 빠져나온 물귀신 같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우린 그냥 에펠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호텔

이라는 점 하나에 위안을 삼고 다른 기대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우리의 여행은 처음부터 길 찾기 연습에서부터 만만치 않는 시작이었다.

아직 구글맵 다루는 법을 잘 몰라 허둥대고, 겁도 없이 남프랑스 시골길을 렌터카를 몰고

여행하겠다고 나선 우리. 지금부터 중년의 두 여인, 그 여행의 시작이다!


파리의 여름 낙엽

호텔 앞-낙엽이 떨어져 내린 거리


7월- 파리의 여름날은 꽤 더웠다.

나는 여름 여행보다 가을이나 겨울여행을 좋아해서

사실 파리도 그런 계절에 오고 싶었던 곳이었다.

어쨌든, 퇴사해서 시간이 생긴 후배와 여행할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기회가 아니겠는가!


여름 속의 가을 느낌


파리는 오래전부터 언제나 "낭만의 섬"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 첫 느낌도 다르게 다가왔다. 마치 오랫동안 마음속에 두고 연모해왔던

짝사랑의 대상처럼..


파리에 도착한 첫날 호텔 앞 거리는

낙엽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내려 마치 여름 속의 가을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거리는 여름의 번잡함보다 차분히 떨어져 내린 낙엽들이 따끔한 여름 햇살들을

받으며 거리 여기저기에 뒹굴고 있었다.

차가 쌩쌩하고 다니는 도로 그 양옆으로 낙엽들이 바람에 쏠려 한 곳으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내 시선을 자꾸 가게 만들었고, "웬 여름에 낙엽 부스러기들이

온 거리에 널려있지? " 하면서

왠지 그 거리가 주는 풍경은 가을 같은 분위기랄까? 뭐 이런 느낌이 잔뜩 들었다.

"아! 파리에는 여름에도 낙엽들이 뒹구는 낭만이 서린 곳이라니.."

라고 여름 낙엽과 파리를 특별한 곳으로 연결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역시 파리!라서 그랬던가 싶다.


파리에 도착한 첫날은 장시간 여행의 피로와 길 찾느라 헤매느라 한 바탕 난리를 친 다음이라

우리 둘은 반 녹초가 되어버렸다.

첫날밤 파리의 야경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겨우 가까운 마켓에 들러 먹을 것을 사 와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둘은 벌러덩 침대에 누워서 그간 쌓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야! 나이 드니 여행도 힘들다. 일단 체력이 문제야~"라고 우린 서로를 바라보며

위로의 말을 던졌다.

그날은 일단 쉬는 것이 급선무였다.

앞으로의 여행 일정을 제대로 쫓아가기 위해서는..


해가 지고 점점 어둑해지면서 바로 맞은편 아파트는 창가마다 은은한 불빛이 하나 둘씩 켜지고

저녁상을 준비하는지 알 수 없는 그들의 말소리들이 창문 너머로 정겹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좁아터진 호텔방이었지만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던 건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바로 유럽풍의 긴 창문!

그 위로 드리우진 베이지색의 커튼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가을처럼 기분 좋게

우리의 피로에 찌든 몸 위로 서서히 스며들지 않는가!..

마치 비 온 뒤의 그 상쾌한 바람 같은 것처럼.

그제야 낮에 호텔 주인장의 말이 "와우! 정말 맞긴 맞는구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리의 여름저녁은 가을처럼 서늘하여 에어컨이 필요없다. 정말로!


그렇게 파리와 마주한 우리의 첫날은

파리의 여름 낙엽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하면서

상쾌한 바람결에 따라 스르르~ 꿈나라로 정신없이 달음질하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의 번잡함과 바토무슈 유람선에서 밤을 맞이하다 (7월 9일)

Musee Du Louvre 루브르 박물관


우리의 여행 일정의 초점은 남 프랑스의 니스와 이웃 섬나라 모나코를 거쳐

차를 몰고 그 주변의 프로방스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어서, 사실 파리는 잠깐 스쳐 지나가야 할 곳이었다.

프랑스에 온 김에 한 번쯤 들러야 할 몇 곳만 정하고 둘러보기로 했다.


파리에서의 첫날 아침은 한국에서 후배가 가져온 햇반과 1회용 반찬으로 한국식 아침을 먹고

간식으로는 과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11시가 넘어서야 호텔을 나섰다.

호텔 앞 식당은 브런치 겸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분주했고 우리도 노천 테이블에

자리 잡고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진한 "Espresso 에스프레소"한잔이 필요했다.

잠시 그윽하고 짙은 커피 향내를 깊이 들이마신 후 한 모금 맛 본 커피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그때서야 "아! 파리에 와 있구나"라는 실감이 확 드는게 아닌가!


날씨는 더없이 맑고 화창했다. 마치 우리의 파리에서의 여행 첫날을 환영하듯이.

왠지 하루 일과가 거침없이 이어져 갈 것 같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출발했다.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정류장에서 루브르 박물관을 가는 버스를 타고 창밖 풍경을

구경하느라 넋 놓고 있다 하마터면 내릴 곳을 지나칠 뻔했다.

둘 다 길치라서^^

아~후배 영숙이가 이 방면에선 그런대로 나에 비해 훌륭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내린후 미리 예매한 입장권으로 장시간 기다리는 일없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박물관보다 오르세 미술관 쪽이었지만,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예술품을 보유한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루브르 박물관은 파리에 오면 꼭 들러야 할 곳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입장을 한 순간, 난 물밀듯이 밀려드는 사람들의 인파 때문에 아연실색했다!

후배는 "파리에 온 본전을 다 뽑아야지"라는 속셈 인양 사람들 인파에도 아랑곳없이

혼자서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난 마치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처럼 방향감각을 잃고 어디로 가서 무엇을 먼저 관람해야 될지

몰라 한참 서성거렸다. 7월엔 가장 여행객이 많은 시즌이라 정말이지 사람들 때문에

밀려서 감상이고 사진이고 거의 제대로 못했다!

적어도 박물관에서는 "조용히 작품 감상과 명상을 해야 할 수 있어야 돼"라는 내 예상을 뒤엎고

그냥 당장 뛰쳐나오고 싶었으니..

유명하다 싶은 작품 앞에는 사람들의 인파가 작품을 가려서 작품감상은 상상도 못했다.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얼굴"도 저만치서만 볼 수 있었을뿐.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사람들 뒤통수들에 가려서.. 사람들이 도무지 사진이고 작품감상이고

뭐든 기회를 주질 않았다.^

어쨌든 루브르 박물관의 인상은 박물관이라는 느낌보다 무슨 유명한 쇼 룸처럼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작품 감상 제대로 못하고 그 안에서도 길을 잃어 헤매기도 했으니까.

7.8월에는 절대 가지 말아야 될 것 같았다. 거기에다 그 안에서도 소매치기가 극성인 것 같아 그것까지도

신경을 써야 했다.

어쨌든 영숙이와 나는 사람들의 인파에 치여서 지치고 힘들어

다음을 기약하며 슬렁슬렁 보는 둥 마는 둥 그렇게 루브르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VENUS DE MILO 밀로의 비너스

박물관을 나오니 햇빛은 여전히 쨍쨍, 시간은 저녁식사를 해야 할 때였다.

하지만 유람선 타는 시간대가 있었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에

있을 거라 추측하고 구글맵을 보니 20-30분 거리였다.

"그래 구경도 할 겸 슬슬 걸어가자" 하고 둘이는 굉장히 피곤했지만 그렇게 걷기 시작했는데

"바토무슈 유람선"을 타기 위해 가는데 30분이 지났는데 걸어도 끝이 안 보이는 것 같아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찾아간 시간이 1시간이나 걸었을 거다. 버스를 탔어야 했는데,, 그놈의 구글맵을 잘못 본 건지

서로 한 사람만 의지하다 보니 정보를 제대로 찾아보지 않은 데서 우리는 또 다리가 혹사되는

고생을 했다!

배고프고 다리가 아팠지만 유람선을 탄다는 생각에 얼른 크로샹 두 개를 사들고 배를 타기 위해

올라갔다.

한국관광객들이 쾌 많았다~ 마치 한국에 온 것처럼 괜스레 기운도 나고 그들도 구경하고

반가웠다.

센강위의 유람선들


유람선을 타는 데는 한 배에 인원이 정해져 있어 두 번째에 드디어 유람선에 올랐다.

그때는 아마 8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을게다.

센강 위로 바람이 머리카락을 살짝 스치며 기분 좋게 불기 시작하고 유람선은 서서히 붉어져

오는 저녁놀을 저만치서 맞이하기 시작했다.

곧 배가 서서히 센강 위로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양 옆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에펠탑을

보며 여행자들은 환호하며 카메라 플래시를 연신 터트리며 그 아름다움 풍경을 담기 위해 바빴다.

연인들은 서로 멋진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센강 위 유람선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모습들..

우린 연신 그들을 바라보며 "야! 이래서 파리란 말인가?~" 싶었다.

센강 유람선위의 저녁하늘 에펠탑 전경


이제 센강에도 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홍빛의 붉은 저녁놀이 사방에 불처럼 타오르는 듯이 하늘을 덮고 있었고

사람들이 환호했다. "어쩜 저렇게 선명하고 멋진 노을이냐고!"

9시 30분쯤이 되었을까? 그때쯤 태양이 지고 있었고 센강 위로

어둠이 서서히 깔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황홀한 붉은 노을과 함께 센강 위 유람선에서 밤을 맞이했다.



Eiffel Tower / La Seine 에펠탑과 센강변의 낭만 (7월 10일)


Eiffel Tower -에펠탑

파리의 여름 해가 9시가 넘어서야 진다는 사실을 어제서야 안 뒤 우리는 아침 늦~게까지

어제 쌓인 피로를 푸느라 늘어지게 잤다. 오후부터 다녀도 해가 길다는 이유 하나에 충분히

다니고 볼 수 있어 여유를 부릴 수 있어 좋았다. 이게 여름 여행의 장점이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영숙이가 가져온 햇반이 무려 10개! 식사비를 줄이기 위해서 이렇게 챙겨 온

덕택으로 우린 아침마다 밥을 먹고 간식에다 건강식 콩가루를 우유에 타서 한 컵씩 배를

채우고 "잘 먹어야 여행도 건강하게!"라는 구호를 외치며 영양제까지 챙겨 먹으며 체력관리에

온 신경을 다 썼다.


오늘은 좀 더 시간을 들여 에펠탑과 센강을 보러 가는 날이다!

에펠탑은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이라 한번은 그 웅장함이 주는 예술성에 매료되고 싶었다.

호텔은 바로 조금 멀리서나마 에펠탑이 훤히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그저께 그곳을 찾아가느라 그 부근을 헤매면서

바로 코 앞에서 이미 에펠탑을 여러 번 마주쳤기 때문에

놀랠만한 감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파리하면 에펠탑이지" 하면서 본격적으로 에펠탑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기념품을 파는 많은 잡상인들과 사람들이 에펠탑 앞 공원과 그 주변으로 역시 많이 모여들고 있어서

그 거리는 복잡했다.

우리는 그 혼잡함을 피해 센강 쪽으로 걸어 나왔다.

에펠탑은 센강변 쪽에서 보는 것이 훨씬 더 운치 있었고 멋져 보였다.

에펠탑과 센강의 완벽한 조화였다.


센 강변의 연인들


파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자유분방하고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도시가 아닌가 싶다.

시카고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일인데. 어디를 가도 연인들의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애정표현 같은 것이 있는 어떤 강렬한 감정의 색채가 있는 도시였다.

마치 모두들 사랑이란 것에 감전되기 쉬운 도시.. 그리고 서로 싫증이 나면 언제든 쉽게 떨치고

갈 수 있는 과감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도시로 느껴졌다.

내가 사는 시카고는 브라운톤의 중후한 신사와도 같은 느낌을 가진 도시라면

파리는 빨간 앵두 같은 선명한 열정이 있는 도시였다고나 할까요..


어스름한 저녁놀이 질 무렵 퇴근길, 센 강변 쪽으로 연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주변엔 대부분이 연인들로 가득 메워졌다.

와인과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 들고 와서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쾌 낭만적으로

보였다. "그들은 다들 어떤 이야기들을 속닥거리고 있었을까?"...

언젠가 다시 파리를 찾는다면, 나도 그들처럼 한 자리를 차지해서 그렇게 센강변을 마주한 채

와인을 홀짝거리며 그 낭만에 잠깐 취해보리라.

"어쩜 센강변은 파리의 젊은이들에게 사랑의 사건이 일어나는 특별한 곳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렇게 센강변의 연인들이 주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운 사랑의 색깔을 부러워하며 그곳에서

기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열심히 눌러대기 시작했다.


센 강변 위로 초가을 같은 바람이 불었다.


Arc de Triomphe & Avenue Champs Elysees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에서 (7월 11일)

오늘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오늘도 느지막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간 밤엔 늦게까지 놀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여행자들의 하루의 시작이다!

오늘만은 햇반 먹지 말자고 하며 호텔 앞 식당으로 향했다.

지나가며, 오며 늘 우리 시선을 잡아끌었던 노천 테이블로 가득 메운 그 식당에서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

이 식당은 바로 큰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어 바깥쪽으로 배열된 노천 테이블 가는 파리의

사람들과 일상을 구경할 수 있는 명당자리 같아서 늘 자리가

없어 보였는데 이 날도 마찬가지.. 어쩌다 보니 구석진 자리에 겨우 둘이 비집고 들어가 앉을만한

작은 테이블을 겨우 발견하고서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Espresso 한 잔씩을 시켜 마시면서 "아! 파리에 있구나"새삼 느끼며 식사로 각종 해물이

들어간 파스타를 시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식사를 끝내고,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로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호텔을 나올 즈음에는 이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었는데 개선문에 도착할 즈음에는 비는

그치고 흐린 하늘과 함께 약간은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햇빛이 없어서 걸어 다니기엔 좋았다.


파리의 심장부이자 일 년 내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여행자의 거리.

개선문의 고풍스러운 석조건물과 탁 트인 대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싱그러운 가로수 사이로

명품 부티크가 있고, 밤이면 그 거리의 가로등과 자동차의 불빛이 화려한 행렬을 이룬다.


사진으로 이미 워낙 많이 보아온 터라 아! 개선문, 기념사진 한 장 찍는 정도였다.

샹젤리제 거리 역시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려 "아름다운 프랑스의 운치 있는 거리라기보다

그야말로 쇼핑과 식당으로 가득 찬 관광객을 위한 도시" 같았다.

그 짧은 시간 파리의 뒷골목의 모습들을 일일이 다녀볼 수는 없어 파리를 선뜻 보고

얘기할 순 없지만 샹젤리제 거리는 아무튼 내가 늘 그리던 파리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우리는 그렇게 헤매다 어둑해질 무렵, 근사하게 보이는듯한 식당 앞을 여러 번 기웃거리다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해물 식당으로 들어갔다.

전형적인 프랑스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초 저녁인데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둘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심사숙고한 끝에 저녁 메뉴도 해물요리~

우리는 이 집의 인기요리인 프렌치프라이를 곁들인 푸짐한 홍합요리를 시켰다.

거기에다 와인 한잔씩 ~ 우리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위해 건배했고

그날 저녁식사는 일품이었다.

와인 한잔씩을 곁들인 저녁이라 기분 좋게 샹젤리제 거리를 천천히 걸어 에펠탑이

있는 센강을 다시 지났다.


한국 관광객들도 쾌 많이 보이고, 거리의 연인들도 모두 파리의 센 강변가로 모여들고 있었다.

에펠탑은 화려한 조명을 받아 더욱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고

그 빛에 반사되어 센 강의 물결은 바람과 함께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었다.

우리도 센강변을 바라보며 파리의 가을같은 여름밤의 낭만을 마음에 담았다.



다음편에 "Gina & Cho의 좌충우돌 프랑스 여행기 (2)" 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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