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열기-니스와 모나코
여행 일정 :7/7~7/19/2018
출발(7월 7일) -Paris(파리) -Nice(니스)-Monaco(모나코)-St. Paul Devence(생폴 드 방스)
-Aix en Provence(엑상 프로방스)-Gordes(고르드)-Roussillon(루실리옹)-Manosque(마노스크)
-발렌 솔( Valensole)-Cagnes sur-mer(카뉴 쉬르매르)-Nice-Paris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과 여름꽃-니스 7월 12일
파리의 오를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가량 지나자, 드디어 창밖으로 지중해가
훤히 내다 보이는 니스의 전경이 바로 내려다보였다.
와우! 지중해다~ 우리 중년 두 여인은 축 늘어져 있다가 갑자기 기운이 난 아이처럼
서로 얼굴을 창가에 대고 박치기라도 할 듯 바짝 창가로 얼굴을 갖다 댔다.^
창 너머로 왠지 니스의 열기가 후~끈 하고 느껴지는 듯했다.
지중해를 바라보고 있는 도시, 니스는
은빛처럼 7월의 강렬한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니스의 공항은 파리의 샤를 드 골 국제공항과는 완전히 다르게 조용하고 한산한 모습이었고,
왠지 사람도 드문드문 보여 어느 시골의 한 곳으로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고 할까?...
우리는 파리에서 첫날 둘 다 길 헤맨 불상사가 또 일어날까 봐, 그냥 우버를 타고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가는 동안 니스는 해변의 도시답게 길거리에 커다란 야자수 나무들이
태양빛 아래에 마치 서로의 자태를 뽐내듯 멋지게 하늘을 향해 서 있었는데
우린 무슨 촌놈들처럼 그걸 올려다 보느라 고개가 아플 지경이었으니까.^
드디어 호텔 도착! 집들과 조그만 가게들이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
호텔은 짙은 오렌지 칼라로 건물 전체가 도배된 좀 오래된 듯 한 호텔 같았지만 들어선 순간
내부는 깔끔했고, 주인장인 할아버지와 그의 애견이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날 알았는데 이 호텔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왠지 첫 순간부터
정감이 가는 호텔이었다.
이층 계단을 짐을 들고 올라가야 했지만 호텔방은 그야말로 파리에 비하면 "최고 수준"이었다!
"언니~ 호텔방 짱이야~! " 먼저 올라간 영숙이의 째지~는듯한 탄성이 들려왔다.
깔끔한 큰 침대와 욕실 ,에어컨 팡~팡 돌아가죠 거기에다 엔틱한 큰 창을 통해 보이는 거리..
모든 게 완벽했어요~. 후배 영숙이가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라 예약했다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게다가 2층 식당과 연결되어 있는 옥상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작고 예쁜 테이블들과 빨간색과 짙은 주황색 등 이름을 알 수 없는 니스의 여름꽃들이
짙은 황토색의 화분 들위에서 멋들어지게 늘어져 있었는데 이들은 그 테라스를
분위기 있는 노천 테이블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정말 실내에서부터 군데군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굉장히 깨끗하게
잘 관리된 호텔이었다!
우리는 일찍 도착한 터라 어느 정도 짐을 정리하고 난 뒤, 점심으로 역시 한국에서 온 컵라면을
하나씩 먹었다.
영숙이가 가지고 온 자기 여행가방의 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의 한국 햇반과 라면으로 가득 찼던
음식 보따리를 빨리 비우는 게 우선이라 사명감?을 가지고 먹어치워야 했으니까.
식사 후 에어컨의 강한 바람을 쐬면서,
뭐니 해도 일단 휴식~ 한낮의 뜨거운 햇빛이 좀 수그러질 무렵, 장도 볼 겸 여유 있게
니스 해변 쪽으로 걸어 나갔다.
제대로 구글맵을 작동시키고서. 해외에서 구글맵은 우리 같은 중년 길치에겐 마치 "손에 황금가루를
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 할까.. 뭐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이런 신통한 맵이 있다는 것에 연신 감사해하고 신기해하면서..
우린 여행 내내 구글맵을 무슨 애물단지처럼 다루어야 될 것 같은 "어떤 희한한 책임감"까지 생겨났다.
"우리의 훌륭한 가이더"라고 연신 칭찬하면서 말이다.
니스는 골목마다 담장에 화려한 색깔을 한 여름꽃들이 곳곳에 있었다.
바다내음과 함께 그 여름꽃이 주는 풍경과 인상은 프랑스의 아담한 시골 같은 느낌이랄까..
북적되지 않는 거리와 간간히 마주치는 사람들.. 정겨운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지나간다.
어디를 가든 동네의 골목길은 삶의 정감이 묻어나는 것 같아 우리는 즐거운 마음뿐이었다.
조그만 길들을 지나고 마세나 광장을 건너뛰니, 드디어 니스 해변이 눈앞에 펼쳐졌다!
Promenade des Anglais-영국인의 산책로
영국인의 산책로는 니스를 사랑한 영국의 성직자 루이스 웨이 Lewis Way가 폭 2m에 불과한
산책로를 넓힌 데서 유래가 되었고, 그 이후 빅토리아 왕실에 의해 도로 중앙에 종려나무를 심는 등
새롭게 단장을 하면서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이 붙여졌단다.
기울어가는 여름 해와
지중해의 아름다운 바다는 옅은 하늘색과 같은 빛깔을 띄며 넘실거리고 있었고,
길게 들어선 산책로를 따라 가로등 불이 켜지면서 그 길을 한결 더 운치 있게 장식해 주고 있었다.
연인, 친구들, 가족들이 저마다 저녁 나들이를 위해 이 길로 몰려들고 있었다.
지중해의 황홀한 석양과 가로등 불의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화려하게 거리를 밝히고
거리의 악사들의 가늘고 고운 선율이 그 거리를 "축제의 저녁"처럼 즐겁게 만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산책로에 마련된 의자나 또는 해변가에 걸터앉아 "지중해의 저녁놀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마 그들은 "영국인의 산책로에서의 그들만의 여행 추억"을 만드는 순간들이었을게다..
이런 여름밤의 분위기에서는 "하늘거리는 여름 원피스에 님과 함께 끝없는 지중해를 바라보며
춤추고 싶다"는 딱 그런 그림이 내 가슴속에 연이어 그려졌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내가 잠시 이런 사념에 빠져있는 순간에 영숙이는 "이 모든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않으리라는
비장한 각오"라도 한 듯 역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슨 사진기사인양 .
니스의 아침 -7월 13일
니스에서의 첫날 아침, 마음에 쏙 드는 호텔에서의 하룻밤을 지내고 우린 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이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기 위해 옥상에 마련된 테라스로 나갔다.
식당에서는 호텔 주인장 할아버지의 서글서글한 부인이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며 손님들 아침 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어제는 보지 못했던 낯선 여자 한분 이 함께 음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청색 바탕에 하얀 꽃무늬의 롱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우리를 향해 호감이 가는 미소를
띄고 있었고, 키가 크고 늘씬한 전형적인 프랑스 여인이었다.
거기에다 그녀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매일 호텔로 나와 몇 시간씩 돕고 있다는데, 언뜻 보기에 그 집안의 미래의 며느리감으로 보였다.
눈부시게 화창한 니스의 여름 아침 햇살과 푸르른 하늘과 기분 좋은 바람결이 우리의 아침식사를
더욱 유쾌하게 분위기를 잡아주지 않는가! 마치 빛의 여신이 주는 찬란한 아침처럼..
아침식사 후 주인장의 애견의 배웅을 받으며 호텔을 나섰다( 조그마한 이 복실강아지는
항상 주인장 할아버지와 그 아들과 함께 호텔을 지키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함)
구글맵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오늘의 하루 일정을 위해 드디어 길 찾기 시작!
구불~구불~골목길을 따라 마세나 광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다 보니 오른편에 노란색 벽돌 건물의 우체국이 보여 한 컷 카메라에 담았다. (남편이 우체국 직원이라
아무래도 관심이 자연스럽게 갔다)
빨간색의 강렬함- 마세나 광장
드디어 마세나 광장이 나타났다. 니스의 중심지로 니스 카니발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마세나 광장을 마주친 순간.. 뭐랄까요, 니스의 해변으로 바로 연결되는 이 광장은 "니스를 나타내는 강렬한
한 장의 그림 같은 엽서"같다고나 할까.
짙은 빨간색 벽과 지붕을 한 긴 창문들로 빼곡히 채워진 건물이 양쪽으로 들어서 있고
그 중앙엔 태양계를 상징하는 분수 (조각가 알프레드 자니오 Alfred Janniont의 작품)가 한눈에
들어왔다.
길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좌상들의 조각상들이 특이하게 우리의 눈길을 끌었는데,
청명한 니스의 하늘을 향해 뻗어있었다. 무언가 깊은 상념에 잠긴 자세를 하고서..
마치 니스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
언뜻 보기엔 이 거리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 좌상들이 여기에 왜
설치되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아무튼 그것은 다음에 알아보기로 하고.
밤이면 이 좌상들이 하나의 가로등이 된다.
이 특이한 모양의 조각상들은
마세나 광장을 멋지게 빛내면서 이 광장의 밤의 역사를 지켜보는 것처럼, 그 높은 꼭대기에서
"나는 이 마세나 광장에서 매일 여기로 오는 그대들을 내려다 보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마세나 광장에서 한낮의 더위속에서 이래저래 기웃거리다 보니 점심때가 되어 근처 샐러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뭐든지 한 끼를 먹어도 배불리 잘 먹어야 되는 반면, 영숙이는 그다지 드러내 놓지는 않았지만
속셈이 무슨 꼭 다이어트하는 사람처럼 쪼끔씩 먹어서 나랑 먹는 박자가 좀 맞지가 않았다.^
여행하다 보면 체력을 위해 배가 부르도록 먹고 먹어도 살이 쑥쑥 빠지는 나에 비해 영숙이는
그렇지 않데요~ 전 사실 이 기간에 살이 더 빠져서 무슨 난민 같은 지경이었다.
그녀의 의견대로 가~벼운 점심식사를 위해 들어가 주문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언~니 쪼끔씩 해~"
라는 영숙이의 주문에 아랑곳없이 "얘는! 무슨 풀 먹는데도 몸 사리고 있어!"라고 반박하면서
이것저것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샐러드가 큰 양푼이에 한 가~득 되지 않는가!
어쨌든 우린 오늘도 고기 요리 대신 건~강을 위해 샐러드 선택!
많이 안 먹을듯 하던 영숙이도 마지막까지 함께 샐러드를 깨끗히 비우고 나와서는
근처 가게에서 근사하게 보이는 시원한 과일 주우스 하나씩 사 들었죠.
그리고 천천히 샤갈의 집으로 향했다.
니스의 한낮의 여름 해가 하늘에서 따갑게 머리 위로 내리쬐고 있었다.
샤갈의 정원
샤갈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지나가는 차도 거의 없었고, 우리처럼 걷는 사람도 보기 드물었다.
마치 서늘한 공원이 나올 것 같은 숲길 같은 길거리를 쭈~욱 따라 올라갔다.
건물들 사이사이로 높게 치솟은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멋들어지게 들어서 있었는데
난 유독 이 나무들의 자태가 좋았다. 고고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가진 중년의 여인 같은
분위기랄까.. "사이프러스"라는 그 이름 또한 예쁘지 않은가!
샤갈의 미술관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샤갈 미술관 입구 문을 들어서니 연초록색으로 빛나는 넓은 정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마치 샤갈의 생가처럼 잘 관리된 이 정원은 그의 작품의 느낌처럼 평온하게 느껴졌다.
곳곳에 심어져 있는 알록달록한 꽃들과 작은 숲 그리고 나무와 그늘 아래의 벤치들..
우리는 이 초록의 정원에서 그저 이 수수함이 주는 풍경에 잠시 이끌려 어슬렁거리며
걸어보았다. 한낮의 햇빛도 개의치 않고서..
작품실에는 이미 방문객들이 꽤 있었다.
북적거리지는 않아서 무엇보다 찬찬히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전시된 그림들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의 창조에서 천국까지 성서를 모티브로 만든 17점의 대작 "샤갈의 성서 연작"이었다.
러시아 태생으로 1985년에 세상을 떠난 샤갈의 숨결을 작품 속에서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의 대부분은 성서를 주제로 한 것들이 많은데 선정적이고 신비주의적
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후에는 앙드레 말로(Andre Malo)라는 문화부 장관의 힘으로
샤갈 미술관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샤갈 미술관은 사람이 붐빌정도가 아니어서 둘러보는데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하루 일정을 잘 마무리한 유능한 여행사 가이드처럼 이제는 편안하게 구글맵을
다루면서 호텔로 기분 좋게 돌아갔다. 근처 마켓에 들러 여러 가지의 향긋한 과일들을 사들고서..
해는 뉘엿뉘엿 기울어 가고 있었고 그렇게 니스의 하루가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
낯선 길의 아름다움-7월 14일
이 날은 사실 "세인트 폴 디방스"를 가기로 하고 4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갔다가
1시간을 목매여 기다리다 결국 버스가 오지 않아 가지 못했다.
함께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저마다의 길로 흩어져 갈 무렵 우리도 뒤돌아서야만 했다.
7월 14일이 프랑스혁명일로 공휴일이고 니스 곳곳에는 이 날 혁명일 행사로 도로가 대부분
폐쇄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무척 더운 날이었는데 둘은 땡볕을 한참 동안 걸어서 니스 역까지 가서 무슨 노선이 있나 하고
알아봤지만 헛수고였다.
우리는 아예 대중교통도 이용하지도 않고 그저 "구글맵을 의지하고 길 찾는 재미"에 빠져서?
이 날도 엄청 걸었답니다! 땡볕을 우산으로 가리고서 .
할 수없이 "세인트 폴 디방스"는 포기하고 다른 날 시간을 만들어서 들르기로 했다.
우리는 어긋난 하루 일정 대신에 어제 갔던 샤갈 미술관 뒤쪽으로 난 언덕길을 가려다 망설였는데
오늘 올라가 보기로 했다.
"언니! 우리 저 뒤쪽 언덕길로 가보자! 뭐가 있을 것 같아~"라는 영숙이의 말에
그래~ 한번 가 보자고! 뭐가 있나~?!"
한 여름의 열기가 후~욱하며 다가와 머리에 땀방울이 맺히는 등 덥고 지치는데, 영숙이는
"진기한 보물을 찾으러 가는 사람처럼 더운 것에는 아량곳 없이 호기심 어린아이처럼 " 꼭대기로
나 있는 길을 신나게 잘~도 올라가고 있었다.
가끔은 낯선 길, 계획하지 않은 길이 주는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발견이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가파란 언덕길에 다다르자 넝쿨이 한쪽 벽을 휘감고 있는 집과 무슨 공원으로 향하는 길이 길게 나 있었다.
차들이 한쪽으로 파킹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사람들이 여기쯤 차를 세우고 걸어서 가는 것 같은데..
우리도 계속 그 길에 매료되어 "어? 저기 끝엔 뭐가 있을까?" 하면서 걸어 나갔다.
이 길들을 쭉 따라 들어가니 전망대가 보이지 않는가! 바로 "지중해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영국인의 산책로의 끝자락에 다다랐던 것이다!
니스의 해변은 태양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눈이 부셔 제대로 마주 보기 힘들 정도로..
"저기 모퉁이 끝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아름다움 한 자락 눈에 담고 싶어서"
우리는 땀을 열심히 닦아가면서 그 길 위에 서게 된 것이다.
낯선 길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운 것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름 모를 꽃들과 여름 풀벌레들의 소리로 가득 찬 나무 숲들, 낡은 작은 벤치가 주는 정겨움.
웬지 모를 여름향기가 우리를 그곳으로 이끈 듯 기분이 좋았고
이들이 언덕 위- 이 힘든 길을 걸어온 우리를 한껏 반기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너무 덥고 지치고 배고파 아예 이른 저녁을 먹기로 하고,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산책로를 지나면서 니스 해변 근처의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 골목에는 양쪽으로 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웬걸, 에어컨도 없는 식당 안은 당연히 텅텅 비어있었고, 사람들은 모두가 노천 테이블에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가 있는 한 식당의 노천 테이블이 눈에 띄자, 얼른 다가가 누가 앉기라도 할까 봐
털~썩 주저앉았다. 다리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으니까.
어쨌든 녹초가 된 우리 중년 여인 둘은 지친 몸을 다스리기 위해 "음, 일~단 오늘은 가장 맛난 것으로 먹자고!"
하면서 니스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양이 좀 부족한 듯했지만 건강식같이 보인만큼 맛도 훌륭했다!
화려한 눈꽃이 있는 모나코 -7월 15일
니스에서의 마지막 여행-모나코를 가는 날이다.
모나코는 그 이름만큼 내가 특별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리워한 사람처럼 늘 가슴에
간직한 채,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오래전 모나코 국왕과 결혼하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그레이스 켈리"의 스토리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 이외에,
20대에 우연히 듣게 된 쟝 프랑소아 모리스-Jean Francois Maurice의 " Monaco"라는
경음악 때문이다.
그 당시 이 음악에 매료된 이후 나는 멜랑콜리한 기분이 들 때는 늘 이 경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음악이 흐르는 중간중간마다 들을 수 있는 중후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이 경음악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쟝 프랑소아 모리스의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들어 보신다면 "웬 흘러간 듯한 뮤직이냐고요"하실 수 있지만.)
어쨌든 모나코는 나에겐 마치 추억의 한 장소를 찾아가는 듯 반가운 일이었다.
모나코는 바티칸 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니스에서 버스를 타고 20-30분가량 시골길 같은 길을 지나서 도착했는데
국경을 넘은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프랑스의 한 마을처럼 붙어있었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온화한 날씨, 카지노와 자동차 경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버스를 내려 길을 따라 모나코 지구에 있는 "왕궁"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을 가기 위해 우리가 마주친 것, 눈부시게 만개한 탐스런 하~얀꽃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멈춰 서게 했다.
"야~ 눈꽃 같아 너무 예쁘다!"
꽃 이름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나는 내 느낌대로 그냥 "눈꽃"으로 이름을 만들어 붙였다.
푸른 나뭇잎들 사이로 송~송 매달린 눈꽃은 더욱 싱그럽고 그 주위의 아이보리색 건물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더욱 그 아름다운 자태가 돋보였다.
모나코는 푸른 바다 위에 빼곡히 떠있는 하얀 요트들과 작열하는 여름 햇살처럼 강렬한 느낌을 주는 곳.
밝고 화려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하얀 눈꽃이 있는 곳이었다.
"열정과 어떤 우아한 적막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같았다.
이건 내 나름대로의 해석이지만,
"쟝 프랑소아 모리스"가 "모나코"를 보면서 만든 뮤직이 왜 멜랑콜리한 날에 잘 어울렸는지
알 것같았다.
모나코 왕궁에는 지금도 왕이 살고 있고, 하루 중 정오쯤이 되면 왕궁 정문 앞에서는 위병대의
교대식도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나코 왕궁과 거기에 살았을 "그레이스 켈리"의 한 때를 추억하는 사진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씩을 남겼다.
그러다 어느 골목을 조금씩 배회하다, 너무 더워서 이제 오늘 하루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모나코를 달구고 있는 한 여름 햇빛과 거기 어디쯤 눈부신 자태를 자랑하며 서 있던
"눈꽂의 아름다움"을 뒤로 남기고 다시 니스를 향해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Gina & Cho의 좌충우돌 프랑스 여행기(3)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