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에 만난 회색빛의 낭만
작년 바로 이맘때 조카 레베카와 함께 한 Prague 여행이다 (Nov19-29, 2017)
서울에서 온 큰 언니 (레베카의 엄마)와 함께 한 여자들만의 여행-우리와 프라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이 여행은 프라하에서 머물면서 "Plzen"과 "Cesky Krumlov" 두 곳을 방문하면서 잠시 스치듯 다가선
느낌들을 간단히 여행자의 마음에 담았다.
프라하로 출발
프라하로 떠나는 날 아침부터 함박눈이 내리더니 비로 바뀌었다.
몇 개월간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서야 시작된 여행.. 이제 출발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옛 성을 방문하는 듯한 느낌을 가진 북유럽, 프라하의 여행,
자유와 현실에서의 탈출! 내 안의 영혼을 돌아보고 나를 갖는 시간들이다.
프라하-독일을 경유하다-그 하늘 위에서 맞는 아침
시카고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스케줄이었다.
7시간 30분이 넘는 비행시간 끝에 비행기가 마침내 독일 땅을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아침 동이 뜨는 찰나였다.
까만 밤이 수평선을 마주 보며 붉은 Orange 색의 태양빛으로
연 푸른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오는 그 아침의 황홀함.
나는, 하늘 길 위에서 별이 수놓은 밤이 아침을 만나는 그 아름다운 순간을
두 손으로 모아 내 가슴에 모두 담았다.
Nov 19, 2017
프라하의 땅- 그 첫 발자국
Old Tow-틴 성당의 우아함이 드러나 보이는 숙소 앞
드디어 프라하 국제공항, Vaclav Havel Airport에 도착.
마중 나온 노신사의 차를 타고 10일간 거주할 아파트에 내렸다.
그게 바로 위의 틴 성당이 눈 앞에 보이는 예쁜 카페 옆 건물 옆.
주위의 명소는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터라 여행은
즐거워라 ~~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
서울 언니가 여행에 함께하기 위해 이 날 서울에서 여기로
날아오면 그다음 날 소도시 plzen으로 갈 계획이었다. 언니가 오후 늦게 도착할 예정이어서
Rebecca와 나는 미리 Plzen으로 가는 기차역, Main Train Station을 가 보기로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그녀와 나는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프라하의 아름다움에 흠뻑 도취되어 재잘거리며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의 프라하는,
중세의 고즈넉한 우아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가을의 끝. 겨울의 시작이었다..
Plzen으로 가는 길-그 고즈넉함
서울에서 언니가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 셋은 스케줄에 따라 Prague main train station에서 pilzen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Plzen은 Prague에서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에 있는 소도시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공장인 Pilsoner Urquell 이 있는 곳이다.
이 날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로 간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차는 쾌적했고, 주중이라 한산하고 조용해서 우리 여자
셋은 마음껏 웃고 재잘거리며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의 목적이 맥주공장 방문 정도로 생각하고 떠난 길이었지만, 막상 기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창 밖으로 보이는 그림 같은 풍경에
이 자리 저 자리를 옮겨 다니며 바깥 배경에 탄성을 지르면서 사진을 찍어댔고,
눈에 그 풍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필젠으로 떠나길 너무 잘했다.
가을의 마지막과 초 겨울의 필젠으로 가는 그 길.. 잘 다듬어진 들판과 목장들.. 강가에 줄 지어선
크고 긴 나무 숲. 그 옆으로 늘어서 있는 빨간 지붕의 다양한 모양의 예쁜 집들.. 고요한 평화가 스며 있는 곳. 옛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 난 그 시대에 잠깐 돌아간 듯한 감동이
들었어.. 그곳에 들어가 따스한 난롯가에 차 한잔을 놓고 숨어있는 전설들을 밤새 앉아서 듣고 싶었다
필스너 우르겔에서 숙성시킨 깊고 그윽한 생맥주 한잔의 음미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
돌아오는 초 저녁 무렵,
뿌연 비가 흩뿌리는 어둑해진 Plzen의 기차역에서 우리 셋 여자들은 프라하행 기차를
어느 방향에서 타야 하는지를 헤매면서.. 어느 친절한 중년 신사의 안내를 받아서야
제대로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필젠은 마치 우리와도 같은 이방인의 모습처럼,
초겨울 회색 코트에 중절모를 눌러쓴 신사와도 너무나 어울리는 그런 도시였다.
Cesky Krumlov- 동화마을에 반하다
유네스코에서 문화유산의 하나로 지정된 Cesky Krumlov.
날씨는, 화창했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한 여행 일정이라 이 날 역시
아침 일찍 아파트에서 준비하고 나오느라 다들 한바탕 난리법석들을 떨었다.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불러 타고 Florence Main Bus Station으로 가서
미리 예약해 둔 버스를 타고 3시간가량 걸려서 아름다운 동화마을에는 11:30분쯤 도착했다.
Cesky Krumlov는 초겨울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고 있었지만 햇살 때문에 크게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기서도 한국사람들이 관광객의 대부분이어서 참 기분이 묘했다.. 그들 때문인지 그래도 그 먼 이국땅 조그만 도시가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Bus Station에서 내려, 바로 맞은편으로 보이는 긴 길을 따라 언덕에 다다르면 가운데로 블타바 강을 끼고 양쪽으로 들어서 있는 주황색 지붕의 작은 마을들이 보인다. 마치 동화 속 마을 같은..
이곳은 중세의 고풍스러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정말 동화 속의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마을 같았다.
특유의 주황색 지붕의 아기자기한 모양의 집들.. "야~ 너무 예뻐"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체스키 크룸로프. 이 곳은 마치 장난감처럼 만들어 놓은 집 들에서 밤마다 요정들이 나타나 요술을 부리고 별처럼 반짝거리는 날개를 퍼덕이며, 이 집 저 집으로 행운을 날라 줄 것만 같은...
아마 그 요정들의 불빛은, 아름다운 기적과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들에게 다가갈 것이며, 슬프고 가난한 곳에 따스한 행복을 뿌리며 그곳에 늘 머물러 있을 거야....라는 상상을 하며 나는 그곳을 떠났다. 늘 어릴 적 한 번쯤 그려본 요정들이 살고 있을 동화 속의 세계를..
여행의 마지막-블타바강가와 Charles Bridge에서
프라하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Rebecca가 일주일간의 여행을 끝내고 학교 수업일정으로 먼저 시카고로 돌아가고, 그
이틑 뒤인 이 날 오후 늦게 언니가 서울로 떠나는 날이다.
언니가 일어나기 전,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 들고, 가까운 거리로 나갔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을 피하기 위해 나간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한산한 틈을 타고 나처럼
카메라를 들고 사진들을 찍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래도 조용한 거리, 난 콧노래를 부르며 미처 제대로 담지 못했던 프라하의 거리를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찰칵찰칵– 난 자유로운 여행객이 되었다.
Charles Bridge
틴 성당을 지나, 조그만 예쁜 shop들이 있는 쾌 긴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아서야
나오는 챨스 브릿지를 다시 찾았다. 겨울 안갯속에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
11월의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렸다.
나도 한껏 코트 깃을 세우고 이 멋진 다리 위에서 고독을 느낄 수 있는 내 영혼의 자유를 한껏 누렸다..
회색 하늘 블타바 강의 물결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가슴에 숨을 들이키며
차가운 그 바람을 들이마셨다. 아! 비 오는 챨스 브릿지의 운치는 얼마나 낭만적이었던지…
틴 성당
혼자 저녁을 맛있게 해 먹고, 맥주 한잔을 들이켜고, 다시 틴 성당 앞으로 나갔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고, 틴 성당 앞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보고 다시 카메라에 담았다. 틴 성당의 우아함이 흐린 초저녁 밤에도 짙은 블루빛 하늘 바탕에
눈부시게 우아한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 낯선 도시에 혼자 남은 나 혼자만의 단 하룻밤..
꿈꾸던 데로 이국땅에 이방인의 모습으로 완전한 혼자… 그간 함께했던 이들의 빈자리가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었다. 난 유명한 프라하의 생맥주를 마지막으로 음미하기 위해 한잔 홀짝 들이켰다.
셋이 쓰기에도 넓었던 아파트의 방마다 불을 켰고, 아파트는 5층 옥탑방이었던 터라 천장에 달려있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굴뚝의 연기가 따스하게 느껴졌다. 참 정겹게 느껴지는 프라하의 겨울밤..
이제 찾아올 프라하의 짙은 겨울, 이 아름다운 도시의 낭만과 고독.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주워 담아 보석상자처럼 오랫동안 귀하게 담아 두고 싶은 곳, 언젠가 그 사랑을 펼쳐보고 싶은 곳, 나의 여행, 이 겨울의 Prague… 이제 Prague에서의 여행의 끝이다!
Nov 29,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