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짐 정리를 하다 보니 평소엔 전혀 사용하지 않는, 또는 실용성이 전혀 없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보인다. 가지고 있자니 괜히 자리만 차지하면서 먼지만 쌓이고, 버리자니 아까운 그런 물건들 말이다. 어떤 것은 조금이나마 금전적 가치를 기대하고 있기에 버리기 아깝고, 어떤 것은 추억이 깃들어 있어 버릴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들수록 지나온 시간과 쌓아온 추억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나만 해도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런 물건만 모아놓는다면 두 상자도 모자랄 터다. 초등학생 때 친한 친구들에게서 생일선물로 받은 구슬, 스티커, 휴대폰고리 등과, 중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대학생 때까지 필기했던 노트들과 일기, 직장생활을 하며 동료들에게서 받은 청첩장과 카드 등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부모님이 간직하고 계시는 추억의 물건은 더 많다. 두 분의 연애편지와 그 시절의 사진첩, 결혼 때 선물로 받으신 외할머니가 손수 놓으신 자수가 있는 이불 커버, 내가 태어났을 때 입었던 베내옷과 사용했던 손수건, 자식들이 유치원에서 그려온 그림들, 더 커서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들...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추억의 물건은 대부분 나와 내 동생들의 물건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