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고등학생이 된 소녀의 첫사랑 이야기이다. 한창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고등학생의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첫사랑 이야기.
남학생이 전학 온다
사는 동네가 가깝다
남학생은 파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나중에 여학생과 함께 등하교를 하게 된다
마음은 주고받지만 서로 비밀을 숨기고 있다. 다들 마음속 한 켠에 가지고 있을 만한 비밀
남학생의 비밀이 학교에 퍼지게 되었다
남학생은 잠적하고 소녀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괴로워하는 나머지 주위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큰 일을 당할 뻔하다 구조되었다
학교에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하지만 상담 시간에도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지는 않는다. 필요한 이야기만 한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남학생의 행방에 대한 힌트를 얻어 찾아다닌다
결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곳을 찾아내 남학생과 작별인사를 한다
첫 책장을 읽어내렸을 때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아, 이 아이는 너무 예민하다.
아무리 사춘기 시절이 방황하며 자라는 시기라고 해도 지나치게 예민하다.
왜 이렇게 힘든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하지만 조금씩 읽어나가는 장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아, 나도 한때는 이렇게 예민한 소녀였었지.
성인이 된 지 한참 지난 지금의 내가 본 소녀는 너무나도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별 것 아닌 일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사소한 일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는, 그래서 또 죄책감을 가지는 그런 인생 말이다.
하지만 사춘기 시절의 내가 이 소녀를 만났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아마 심심한 연민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상황을 동정하며, 또 내 상황을 돌아보며, 숨죽여 울었을 지 모른다.
사춘기가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별것 아닌 일에 크게 슬퍼하고 크게 기뻐한다. 작은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세상의 모든 것인 마냥 손에 쥔다. 그리고 이런 시기를 지나면서 어른이 된다. 세상을 겪으며 모난 부분이 점차 깎여 내가 만들어진다.
사람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한 면만 보고 쉬이 판단 내리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내가 소설의 첫 부분에서 소녀를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 또한 내가 범한 과오다. 책장을 넘기며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이 책은 사춘기 소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다. 세세한 심리 묘사와 배경 설명이 마치 내가 그 소녀가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