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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 HYE Dec 20. 2022

04. 웨딩 부케 (Wedding Bouquet)

    지난주 주말은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정신 없는 와중에 욕심 내 남자 친구 누님의 웨딩 부케를 선물해 주기로 했고, 신부님과 잘 어울리는 그린&화이트 컬러 조합으로, 돔(반구) 형태의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부케를 잡는 건 왜인지 모르게 늘 설렌다. 소담스럽게 묶어진 꽃 묶음이 꼭 신랑 부의 결실 같아 보인다.


   메인 꽃으로 사용된 히아신스는 유통 단계에서는 몽우리 상태로 유통된다. 부케의 활짝 핀 느낌을 살리려면 약 이틀전에 소싱해와서 꽃을 피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줄기 단면 부분은 독성이 있어 물에 씻어 컨디셔닝 해주고 물에 담가 놓는다. 물을 자주 갈아주어야 좋다. 일요일 예식인데 금요일에 꽃을 사와 만 하루 반 가량을 개화시킨거라 아직 덜핀 꽃 몽우리 들이 있다. 


  또 다른 메인 꽃으로 네리네를 선택했다. 네리네는 작은 백합 모양이고 백합처럼 안쪽에 수술도 달려 있다. 높게 쓰면 하늘하늘 거리는 포인트를 줄수 있고 낮게 써도 꽃 모양 자체가 예뻐 사용하기 좋다. 반구 형태의 모양을 내기 위해 줄기 사이사이를 채워줄 꽃으로 스토크를 썼다. 스토크는 향기가 좋아 작업을 하는 중에도 기분이 좋아진다. 


  아스틸베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씨방으로 포인트를 준다. 네프로 네피스(일명 고사리)를 사이사이에 넣어 그린을 추가하고 겉으로 둘러 전체적인 부케 모양을 정리한다. 


부토니에는 크기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유의한다. 스토크, 네리네 꽃, 씨방, 씨방 줄기 등을 사용하여 만들었다. 아직 리본업을 하기 전이라 그냥 작은 꽃 묶음 같다. 



사실 이렇게 예식 전날 이렇게 모두 준비를 해놓고 내일은 리본업을 하고 배송을 갈 계획을 세운 후 잠이 들었는데, 꽃을 담가 놓았던 화기가 간밤에 넘어지면서 꽃이 떨어지면서 일부가 짓눌려 버리고 말았다. 어제부터 불안불안 하다 했는데 느낌이 쎄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다행이었다. 부랴부랴 작업물을 풀고 눌리거나 목이 부러진 꽃은 모두 버리고 급하게 다시 부케를 잡았다.


꽃일을 본격적으로 하게되면 어쩌면 이런일의 연속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상치 못한 사건사고, 식물이 시들어서 상품가치를 못하는 상태, 연약한 꽃이 부러지는 사태.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한 문제들이다. 이러한 사고들을 자주 마주쳐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경험이 이 사업에 있어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았다. 




꽃들을 골라 다시 잡고, 리본업까지 마친 상태의 부케이다. 오히려 더 풍성한 느낌이 든다. 마침 햇볕이 좋은 날이라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 


  식장에 배송하기 위해 배송하기 전이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분위기를 더한다.


   꽃은 늘 아름답지만 신부님의 손에 들린 부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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