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 휴리스틱을 활용한 브랜딩 전략 1
“아, 하마. 하마 알지. 축구부 하마”
“덩치도 크고, 힘도 세고, 또 입도 커서 하마라 불렀지”
하마는 고등학교 친구 윤석이 별명이다. 친구들은 윤석이보다 ‘하마’라고 하자 금방 기억해 내고 그를 생각하며 낄낄댔다. 하마는 이날 동창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은 하마가 옆에 있는 것처럼 20년도 넘은 그 시절 추억으로 밤을 지새웠다.
별명(別名)은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이다. 부모가 지어준 이름 말고, 또 다른 이름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는 아이가 잘 성장하기를 바라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좋은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 ‘윤석’이는 아이의 비전이다. 반면에 별명은 친구들이 지어 준다. 친구들은 윤석이의 성격이나 특징을 보고, 부르기 편한 별명을 만들어 준다. 아니, 일부러 만들기보다는 부르다 보니 만들어진다. 하마는 윤석이의 특징이다.
휴리스틱(heuristic)이란 ‘논리적 추론’이 아닌 ‘직관적 판단’을 말한다. 홍보, 광고,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소비자 대부분은 휴리스틱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상품을 구매한다. 즉, 소비자는 논리적 추론보다 휴리스틱으로 구매한다. 휴리스틱은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직관적 판단이다. ‘하마’라는 별명은 윤석이를 직관적으로 그리게 해 준다.
별명은 특징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이름이다. 기업이나 기관의 브랜드네임은 ‘윤석’처럼 이름으로 조직의 비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이름이다. 여기서 ‘하마’와 같은 별명은 브랜드에서는 슬로건이나 태그라인으로 브랜드의 특징이나 정체성, 또는 조직에서 펼치는 캠페인의 기준점이 된다. 즉, ‘이름=브랜드네임’, ‘별명=슬로건이나 태그라인’이다. 단, 기업의 별명인 슬로건이나 태그라인은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직접 짓는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사람의 별명과는 차이가 있다.
기업과 기관의 별명인 슬로건이나 태그라인 역시 ‘하마’처럼 휴리스틱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나 정책이용자인 국민은 슬로건이나 태그라인을 보고, 기준을 잡고 그 브랜드와 정책이 무엇인지를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리스틱 이론 중 최초의 정보를 기준점으로 삼아 판단하는 기준점 휴리스틱이다. 잘 지어진 별명은 이름보다 훨씬 오래 기억되듯이, 전략적으로 잘 지은 슬로건이나 태그라인은 브랜드네임보다 훨씬 강력한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 닥터유”
필자가 오리온 홍보팀장으로 근무할 때, 오리온에서 론칭한 브랜드 닥터유의 슬로건이다. ‘닥터유(Dr.You)’는 패밀리 브랜드네임이고,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는 슬로건이다. 닥터유의 핵심은 바로 ‘영양설계’다. 그래서 닥터유 제품에는 소비자의 건강을 위해, 3대 필수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한국인 체질에 맞게 ‘65:15:25’ 비율로 담았다. 오리온은 이런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브랜드 슬로건을 ‘과자로 영양을 설계하다’로 정하고 홍보, 광고,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슬로건(slogan)은 원래 켈트어로 ‘군인(slaugh)+함성(gaimm)’이다. 군인의 강력한 함성처럼 슬로건은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핵심메시지를 표현하는 단 한 줄의 강력한 카피이며, 브랜드캠페인, PR캠페인, 공공캠페인 등 캠페인의 기준을 만드는 압축된 선언문이다. 즉, 캠페인 기획자가 캠페인의 기준을 제시하는 선언문이다.
캠페인(campaign)은 원래 군대에서 유래된 말로 ‘야전(野戰)’을 말한다. 라틴어로 평야나 평원을 뜻하는 ‘캄푸스(campus)’에서 시작된 말이다. 주로 환경보호 캠페인, 어린이안전 캠페인 등으로 사용되지만, 홍보 마케팅에서 캠페인은 특정 주제와 관련해 사전 조사 및 기획 과정을 거쳐 타깃 공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일련의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거나 바꾸기 위한 집중적인 활동을 말한다.
홍보, 광고, 마케팅에서는 PR캠페인, 공공캠페인, 광고캠페인, 브랜드캠페인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고캠페인은 특정한 광고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일정 기간 조직적이면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일련의 광고활동을 말한다. 단순히 TV광고 한편을 말하기보다는 이를 포함한 전반적인 IMC활동을 포함하고 있어서 캠페인이라고 한다.
또, 필자는 슬로건을 ‘생각의 디자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디자인은 ‘de+sign’으로 ‘사인을 줄이는 것’이므로 슬로건은 ‘생각을 디자인’하는 거다. 즉, 브랜드의 생각을 디자인처럼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되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관적 판단을 할 수 있는 휴리스틱으로 작용해야 한다.
캠페인 기획자는 캠페인의 정체성이나 컨셉을 정했다면, 이를 슬로건으로 만들어야 한다. 슬로건으로 선언하면서 캠페인의 기준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그리고 슬로건은 TV광고, 동영상, SNS콘텐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하고, 장기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외쳐야 한다. 슬로건의 반복적이고 의도적인 노출은 캠페인의 컨셉을 잃지 않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
또, 좋은 슬로건은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브랜드 로고와 함께 태그라인처럼 사용되기도 있다. 태그라인 활용 역시 효과적인 노출 방법이다.
공무원시험 합격은 에듀윌
공인중개사 합격 주택관리사도 에듀윌
사회복지사 합격도 에듀윌
우리 모두 다 같이 에듀윌
에듀윌은 합격이다
에듀윌 TV광고 CM송이다. 맨 끝에 나오는 ‘에듀윌은 합격이다’는 에듀윌 핵심메시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브랜드캠페인 슬로건이다. 수험생들이 주요 소비자인 에듀윌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그래서 에듀윌은 슬로건으로 메시지를 직접 던진다. ‘에듀윌은 합격이다’라고. 이 슬로건은 수험생의 머리에 남아 ‘에듀윌은 합격이야’라고 휴리스틱으로 작용한다.
[그림] 우측처럼, GS칼텍스의 슬로건 ‘I am your Energy(아임 유어 에너지)’는 단지 정유회사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종합 에너지 서비스 전문회사로서의 기업 역할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이 슬로건은 소비자들에게 바치는 응원 메시지이기도 했다. 당시 2009년에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모든 국민이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슬로건은 압축된 선언문이다. 브랜드캠페인, PR캠페인 등의 슬로건은 소비자나 정책이용자에게 캠페인의 기준을 잡는 앵커링 효과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