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분노의 5단계
코로나 때문에 혼자 입원해 있었지만 우울한 감정에 빠지지 않고 씩씩하게 수술 준비를 했다. 사전 검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꽤 씩씩한 어른같이 굴며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수술 전날 전공의가 이른 아침 나를 불렀다. 전날 찍은 MRI를 보여주며 오른쪽에도 의심되는 종양이 보인다고 했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조직검사를 하고 오른쪽도 암이면 양쪽 다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가혹하다는 말로는 그때 감정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정말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아니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을 한 걸까? 현생에서 이렇게 큰 벌을 받을 만큼 잘못한 일이 있는 걸까? 죽을힘을 다해 유방암 0기는 행운이라고 나는 행운아라고 되뇌며 버텨왔던 시간이다. 의국 사무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모든 간호사와 환자들이 나의 소란을 참아주었다. 그리고 몇 번의 검사 끝에 결국 오른쪽은 추적 관찰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며 수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두 수술 전날 일어난 일이다.
사실 좀 억울한 마음이 들어 보상 심리로 유방암 수술을 하면서 C컵으로 확대 수술까지 같이하려고 했다. 암 환자 주제에 예뻐지려고 욕심내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는지 하늘은 나에게 오른쪽 가슴 MRI로 겁을 주며 얌전히 있으라고 경고했다. 나는 결국 왼쪽 가슴만 떼어내고 7시간 만에 수술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2주간의 병원 생활이 시작됐다. 왼쪽 팔은 움직이지 못했고, 얼굴에 머리에 개기름이 잔뜩 낀 채 생활했다. 움직이질 못하다 보니 변비에 가슴 통증도 심했다. 처음 붕대를 풀고 수술한 왼쪽 가슴을 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의사는 가슴이 아픈 거냐고 물었다. 그 가슴이 아니라 다른 가슴이 아파서 울었다. 씩씩하게 병원 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현실 같지 않은 상황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병원에서 쓴 일기이다.
아직도 병실에 앉아 있으면 꿈을 꾸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내가 암에 걸린 것도, 수술을 한 것도, 내 가슴안에 보형물이 있다는 사실까지 너무 꿈만 같다.’
… 잠깐 넘어졌지만 나를 응원해 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
퇴원 후 건강하게 지내며 회복할 날만 생각했다. 상태가 좋으면 조금 일찍 퇴원시켜 주겠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열심히 회복하고 싶었지만 몸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2주 만기 복역 후 퇴원했다.
같은 병실 사람들은 예전에 수술을 끝내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입원한 분들이었다. “나 가발 쓰니까 봐 줄 만하지?” 하며 남편 오는 날만 화장하던 유방암 2기 아줌마 얼굴이 떠오른다. 7년째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고, 매번 병원에 데려다주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할머니도 생각난다. 그래도 그 병실 사람들 눈에 제일 딱한 건 아마 제일 어린 나였던 것 같다. 그럼 난 더 밝게 굴며 다행히 0기라서 항암치료는 안 받으니 그렇게 짠하게 보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다.
3주 후, 암 환자 주제에 그만 좀 밝게 있으라고 또다시 하늘이 경고장을 보냈다. 내가 어떻게든 긍정적인 것을 찾아내면 아직 좋아할 때 아니라고, 끝날 때까지 끝난 거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