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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호에 맞는 Sep 22. 2018

게이밍 모니터, Niche인가 Mainstream인가?

2편 게임 트렌드에 따른 게이밍 모니터, 기어의 변화 

게임 트렌드가 하드웨어 시장을 이끈다

하루에도 수많은 게임이 탄생하고 또 생을 마감한다. 특히 모바일이 대세가 되고, 여러 게임 제작 엔진들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신작 게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게임의 바닷속에서 살아남고 대세가 되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게임 결국 극소수, 심하게 말하면 1, 2, 3등 게임만이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대세 게임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게이밍 기어, 특히 게이밍 모니터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살펴보려 한다. 정확히 말하면 언제 게이밍 모니터가 주목받기 시작했는지 그 발자취를 쫓아보려 하는 것이다.


이번 포스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약 20년 이상 온라인 게임 시장을 몸소 경험해온 필자가 느꼈는 게임의 굵직한 트렌드, 그리고 그와 운명을 같이 하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변화 이 두 가지이다. IT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인사이트 있는 포스트가 되길 바라며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약 10년 간의 PC 온라인 게임 트렌드를 되돌아보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연령대에 따라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PC 온라인 게임이 다를 것이다. 혹자는 '바람의 나라'와 같이 PC 온라인 게임의 조 상격 되는 게임을 떠올릴 것이고 또 혹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 같은 전 세계 규모의 e-Sport 흥행을 이끌었던 게임을 떠올릴 것이다. 또 누군가는 '카트라이더'와 같은 캐주얼한 게임을 본인의 '첫' PC 온라인 게임으로 기억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게임의 장르를 당시 가장 크게 유행했던 3가지 장르로 압축하고 나머지 장르는 생략하려 한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게임과 게이밍 모니터 트렌드를 보는 데에 크게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한 게임 장르는 3가지이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주요 게임 장르들


RPG(Role Playing Game) : 캐릭터의 직업, 역할이 정해져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

RTS(Real Time Simulation) : 실시간 전략 대전 게임

FPS(First-person Shooter) : 1인칭 전투 게임

(PUBG의 경우 3인칭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에 정확히는 FPS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분석과 작성의 편의를 위해 FPS라고 칭한 것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픽 카드, RAM, 메모리가 중요했던 RPG 시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리니지, 리니지 2,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 앤 파이터, 아이온 등의 굵직한 RPG 게임들이 국내에서 흥행했었다. 세계적으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대 RPG 시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RPG 게임은 전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이밍 기어 입장에서 볼 때, RPG 게임 장르는 안타깝게도 게이밍 기어의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RPG 게임 특성상 빠른 컨트롤이나 화면 전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 사양의 게이밍 기어보다는 렉이 걸리지 않는 선의 PC 스펙, 가령 그래픽 카드, RAM, 메모리 등이 중요시되었다. 물론 '아이온'은 등장했을 당시에는 매우 고사양 게임에 속했기 때문에 PC 사양 업그레이드를 일부 요구한 정황은 있지만 게이밍 기어인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의 수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RPG 시대를 요약하면 'PC 스펙의 고사양화, 하지만 게이밍 기어는 주목받지 못한' 시대였다. 

 

RPG 시대를 이끌었던 게임들


RTS '롤'의 장기집권으로 PC 고사양화 지연되다

각양각색의 RPG 게임들이 등장했다 사라지면서 어느덧 게이머들은 너무 뻔하디 뻔한 RPG 게임들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2009년, 스타크래프트 이후 국민 게임, 아니 전 세계 대세 게임인 '롤'이 등장한다. 등장 당시에는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으나 2011년 LoL 월드 챔피언쉽, 이른바 롤드컵을 기점으로 세계 점유율 1위 게임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롤은 그 왕좌를 2018년,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놓지 않고 있다.(물론 잠시 오버 워치와, 배틀그라운드에 양보하기는 했었다)


RTS의 왕좌를 놓고 다퉜던 도타2와 리그 오브 레전드

롤의 경우 출시 당시에도 그렇게 고사양 게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몇 번의 업데이트가 있었음에도 여전히 고사양 게임 반열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 고사양 게임이 아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PC 사양 업데이트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롤이 대세로 자리 잡았던 약 10년의 세월 동안 게임용 PC의 가격은 그렇게까지 고가에 들지 않았고 스펙 업그레이드 역시 속도가 더뎠다. 즉, 롤의 장기 집권이 PC 스펙의 고사양화를 지연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롤이 PC 하드웨어 시장을 전부 지연시킨 것은 아니었다. RTS 장르 특성상 빠르고 섬세한 컨트롤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게이밍 기어, 그중에서도 게이밍 마우스와 키보드가 새로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기계식 키보드의 원조격인 독일의 체리사의 기계식 키보드 특허 만료, 중국 업체들의 기계식 키보드 제작 본격화와 시기가 겹쳐 2010년대는 바야흐로 게이밍 키보드, 마우스의 전성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수요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정지된 프레임 안에서 주로 움직이는 롤의 특성상 게이밍 모니터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이밍 모니터 시대의 개막, FPS와 고주사율, 고속응답

'롤'의 장기 집권은 계속되었지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RPG 시대에서 그랬듯 RTS 장르에 대한 환멸을 느끼는 시기가 찾아왔다.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같은 프레임에서 같은 방식의 게임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롤'의 아성에 도전한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FPS 장르의 '오버워치'였다. 그리고 오버워치와 함께 잠시 동안 '롤'의 왕좌를 빼앗았던, 2017년, 2018년 최대 핫이슈였던 '배틀그라운드'가 등장했다. 두 게임은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고정된 프레임이 아닌, 빠른 화면 전환이 이뤄지는 게임이며 주로 총을 사용하는 게임이기에 '롤'보다 훨씬 더 빠른 반응 속도를 필요로 했다. 당연히 이에 맞춰 게이밍 마우스와 키보드가 주목받았지만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바로 게이밍 모니터였다. 아무리 키보드나 마우스의 입력 속도가 빨라도 그것을 출력하는 모니터의 성능이 받쳐주지 못하면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이밍 모니터가 크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좌 : 오버워치 / 우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모니터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고주사율(High frame Rate)

고속 응답속도(High Respond Time)

고명암비(High Contrast Rate)


먼저 주사율이란 Frame Rate, 즉 1초 동안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줄 것인가를 나타낸다. 숫자가 클수록 더 많은 수의 사진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부드러운 움직임, 똑같이 움직여도 상대가 내 모니터 화면에 더 먼저 나타나는 효과가 있다. 기존에는 60Hz 정도만 되어도 게임에 지장이 없다고 느꼈지만 144Hz 모니터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60Hz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다음은 고속 응답속도이다. 키보드나, 마우스 등의 입력장치로 입력 신호를 보냈을 때 얼마나 빨리 모니터에 그것이 반영되는가를 나타낸다. 응답속도가 느릴 경우 내가 마우스로 총을 쏴도 그것이 즉각 반영이 되지 않고 딜레이가 생겨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FPS 장르 같은 경우 1초 차이로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즉각적인 반응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Contrast Rate, 즉 명암비이다. CR이 중요한 이유는 풀 숲에 숨어 있는 적을 더 잘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암 구분이 잘 안 될 경우 풀 숲과 사람을 구별하기가 힘들어 적에게 기습을 당할 위험이 큰 만큼 CR 역시 게이밍 모니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실제 스펙을 나열해보면, 144Hz 혹은 그 이상의 주사율, 4ms 이하의 응답속도, 명암비 3000:1가 현재 게이밍 모니터의 기준이라고 보면된다. 이보다 더 좋은 240Hz의 모니터도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은 일부 제품 한정이다. 고주사율의 경우 이견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480Hz까지 가면 그 이상은 인간이 구분하지 못해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한다. 반응 속도 역시 4ms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과 1ms까지 가야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아직은 4ms에 머물고 있다. (일부 제품이 1ms를 주장하지만 디스플레이 패널 특성상 현재로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전기신호가 그정도 속도라는 의미이지 실제 화면에 출력되는 속도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명암비는 3000:1 정도면 모니터 시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크게 TV, 모니터, 스마트폰, 이렇게 3개로 나워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발전이 느린 것은 모니터이다. 그 이유는 이전까지 TV나 스마트폰에 비해 고사양이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이 시대의 대세 트렌드가 되면서 모니터의 기술 발전 역시 강요되고 있다. 필자가 쓰려는 시리즈의 4편, '게이밍 모니터의 미래' 부분에서 다룰 OLED 모니터 역시 게임과 관련이 깊다. OLED 모니터의 강점들이 게임에 매우 좋기 때문이다. 이는 추후에 다루도록 하겠다.

게이밍 모니터 하면 생각나는 벤큐 모니터






이상으로 게임 트렌드가 RPG에서 RTS, FPS로 변하면서 게이밍 모니터가 어떤 이유로 언제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는지 살펴보았다. 현재 게임 트렌드는 RTS의 롤과 FPS의 배틀그라운드가 양분해서 가져가는 형국을 띄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내 PC방들은 저사양인 롤보다는 고사양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기준으로 모니터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새 PC방을 가보면 대부분이 144Hz 고주사율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비치하고 있다. 그리고 곧 일반 가정에도 더 많은 게이밍 모니터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 Z세대는 생활의 일부분이 게임이기에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수요가 높고 또 일반 용도로도 게이밍 모니터가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모니터를 구매하려는 부모, 혹은 본인 입장에서 게이밍 모니터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1편에서 말했듯이 시장 조사기관인 IHS의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굉장히 긴 글이 되었는데 앞으로 쓸 3편에서는 모니터의 구체적인 기술에 대한 설명을 쓰려고 한다. IT기획자라면 SW쪽을 잘 아는 것만큼 HW쪽 역시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스터디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3편은 그 스터디의 일환으로 모니터에 관련된 기술적인 내용을 정리하면서 필자 역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댓글과 구독은 글 쓰는 데에 있어 큰 힘이 됩니다. 같이 공부하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다면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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