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미래 게이밍 모니터
앞서 길게 게이밍 모니터의 현재를 살펴 보았다. 그렇다면 미래의 게이밍 모니터는 어떤 기술이 주축이 될까? 현재로서는 크게 3가지 기술이 유력해 보인다.
[1] Mini LED (광원)
[2] OLED (자발광)
[3] Micro LED (자발광)
이름부터 귀여운 Mini LED는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HDR(High Dynamic Range)이다. HDR은 간단히 말하면 색 간의 채도, 명도 차이를 극대화 하는 기술인데 HDR이 적용된 화면과 그렇지 않은 화면의 차이는 마치 뿌연 안경을 쓰고 TV를 보는 것만큼 차이가 난다고 한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테스트에서도 한번 HDR을 경험하면 다시 일반 화면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그 차이가 명확하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이 HDR은 화면의 각 부분이 다른 밝기로 빛 났을 때 가능한 기술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화면의 각 픽셀, 픽셀이 각기 다른 광원으로 다르게 빛날 때 극대화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HDR을 가장 잘 표현하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OLED, 즉 자발광 디스플레이이다. TV에서는 LG의 WOLED가 유일하고 모바일에서는 삼성의 갤럭시나 애플 아이폰XS 등이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HDR이 점점 더 중요해 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기존 LCD 기술에서도 반격할 기술을 찾았는데 그것이 바로 Mini LED이다. Mini LED는 OLED처럼 자발광은 아니지만 디스플레이 뒤쪽 광원을 아주 잘게 쪼개 Local Dimming, 즉 아주 작은 부분 별로 각기 다른 광원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자발광 디스플레이처럼 픽셀 단위로 빛을 조절하지는 못하지만 기존 LCD 방식보다는 훨씬 더 작은 단위의 부분 부분을 조절한다. 그 결과 높은 수준의 HDR을 구현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게이밍 모니터에서도 HDR, 명암비가 중요한 이슈인 만큼 Mini LED를 탑재한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최근 애플(Apple) 역시 Mini LED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시작한 만큼 Mini LED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고무적이다. Mini LED의 대표적인 회사는 현재 중국의 AUO이다.
중국 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실험적인 도전에 거침없다는 것인데 그 중 Mini LED는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애플의 투자로 인해 시장에서는 Mini LED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고 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 국가 지원과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인 만큼 Mini LED가 시장의 큰 흐름이 될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OLED가 사실 이미 존재한다. 실제로 Sony 라인업 중에 방송용 OLED 모니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가격이 약 5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대중적이지 않다. 스마트폰에도 적용되고 TV에도 적용된 OLED는 왜 모니터로 대중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모니터 사용 환경과 OLED의 약점의 연관성에 있다.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뛰어난 색 재현성, HDR, 빠른 반응 속도, Real Black 등등 OLED의 장점은 막강하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수명이다. OLED는 유기물 베이스이기 때문에 수명이 짧은 편이다. 특히 OLED가 약한 환경은 흰색으로 오래 켜져 있을 때, 그리고 같은 장면을 오래 키고 있을 때이다. 그런데 모니터의 주된 사용 환경은 어떠한가? 먼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웹 서핑, 문서 작업은 대부분 흰 화면 바탕에서 이뤄진다. 그리고 작업 메뉴, 상단의 탭 등은 늘 같은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즉 OLED에게는 아주 불리한, 치명적인 환경이다. 그렇다면 게임 환경은 어떤가? 게임은 다행히 밝은 화면 보다는 어두운 환경이 주가 되기 때문에 흰색 리스크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게임 상에서 여러 정보를 구석구석 메뉴 형식으로 보여준다. 즉, 정지되어 있는 화면이 너무 많은 것이다. 이것은 OLED에게 치명적이다. 이러한 사용 환경 때문에 OLED로는 아직 모니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만일 시판했다가 OLED의 가장 큰 약점인 수명, 그로 인해 나타나는 Burn in(OLED 수명이 다해 잔상, 혹은 자국이 남는 현상) 문제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가의 OLED 모니터를 사서 문서 작업만 했는데 수명이 1년 미만이다? 이런 제품은 시장에서 사장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IFA 2018에서 삼성과 LG가 선보인 Micro LED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TV라는 찬가를 받을 정도로 화질 면에서 뛰어났고 OLED의 고질적인 한계인 수명 이슈에서도 자유로웠다. 그러나 Micro LED에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현재 오피셜은 아니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추론으로는 삼성과 LG에서 만든 Micro LED TV의 가격이 어림잡아도 1억 원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몇 년 뒤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은 감당하기 힘든 가격임에 분명하다. 이런 Micro LED로 모니터를 만들 경우 아주 러프하게 추산해도 천만 원 이상의 가격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역시 가정용으로 진입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많은 기술이다.
현재로서는 Micro LED가 가장 우위에 있는 기술이고 게이밍 모니터에 가장 적합한 기술로 보인다. 게이밍 모니터의 조건인 고주사율, 고속 응답, 고명암비가 전부 가능하며 자발광 디스플레이임에도 불구하고 수명 이슈에서 자유롭다. 사실상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기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가격이 아직은 많이 높은 상태이다. 향후 몇 년 동안 가격을 떨어뜨리는 노력이 실패할 경우 빛을 보기도 전에 사장될 기술로 역사에 기록될지 모른다.
Mini LED 모니터의 경우 가장 가시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장 내년에 AUO에서 출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가장 난이도가 낮은 기술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존 LCD를 활용하고 광원 부분만 새로 개발하는 것인데 이미 어느 정도 개발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양산에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 기술의 핵심 이슈는 모니터의 가격과 시장의 반응이다.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큼의 성능을 내면서 동시에 수용 가능한 가격대를 맞춰 준다면 3가지 기술 중 가장 먼저 빛을 볼 것이다. 애플 역시 현재 Mini LED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OLED는 어쩌면 Mini LED와 Micro LED의 과도기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과연 OLED 모니터가 일반적인 모니터 사용 환경에서 수명 이슈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LG의 WOLED TV가 최근에 Burn in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있다. TV 평가 단체의 실험으로는 WOLED TV가 하루 5시간씩 축구 경기를 틀어놨을 경우 약 6개월 만에 이 문제가 발생했다. 그 만큼 OLED의 수명은 아직까지 치명적인 문제이다.
요약하면 현재로서는 Mini LED가 가장 현실적인 답이고 OLED는 Micro LED 모니터로 가기 전 과도기적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Micro LED가 가격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수명 이슈가 해결된 OLED가 미래 게이밍 모니터 시장의 주역, Main Stream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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