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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Jul 14. 2024

이렇게 퇴고해야 글이 살아납니다

4단계 퇴고법 - 2

오늘은 지난 글에 이어 퇴고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볼게요!


2. 독자처럼 읽습니다.

퇴고하려면 우선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냥 읽는 게 아닙니다. 독자 입장에서 읽어야 합니다.


퇴고를 하는 이유는 할 말을 의도대로 쉽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퇴고를 할 때에는 1) 의도대로 했는지 2) 이해하기 쉽게 했는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우리는 글의 내용 전체가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용이 두서없거나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문제를 느끼지 못합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내용과 끼워 맞춰서 생각하니까요. 근거가 없더라도, 우리 머릿속에 있는 근거를 떠올리고는, '이 정도는 누구나 알겠지'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고는 합니다. 하지만 독자는 다릅니다. 글의 내용을 모르는 채로 읽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와 독자가 바라보는 관점은 다릅니다.


그래서 퇴고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글을 지우고 시작해야 합니다. 글이 어색한 상태에서 퇴고할수록 좋습니다. 어색한 상태에서 읽어야 독자 입장을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머릿속을 비우는 첫 번째 방법은 시간 간격입니다. 초안을 쓴 다음날 퇴고하면 제일 좋습니다. 적어도 30분은 쉰 다음 퇴고해야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환경 바꾸기입니다. 환경은 다양합니다. 글을 컴퓨터로 썼다면, 출력하거나 핸드폰으로 다시 읽아봐도 좋습니다. 다크모드(검은 바탕)에서 썼다면, 라이트모드로 읽어볼 수도 있겠지요.


참고로 퇴고할 때 너무 신나거나 격정적인 음악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글에 오류나 모순이 있어도 흥겨운 음악 때문에 놓칠 수 있거든요. 잔잔하고 차분한 음악을 추천합니다. 틀지 않아도 좋고요.

같은 이유로 퇴고할 때는 맛있는 음식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에 기분이 너그러워지면,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놓치고 지나갈 수 있으니까요.

음악이든 음식이든 무엇이든, 들뜬 마음보다는 차분한 마음이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한 번은 대충, 혹은 설렁설렁 읽어봐야 합니다. 쓰는 우리는 집중해서 쓰지만, 독자들은 설렁설렁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핸드폰이나 주변 소음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는 독자도 많고요. 그래서 설렁설렁 읽어도 봐야 독자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요. 너무 어려운 표현이나 복잡한 구성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대충 읽을 때는, 술 한잔 마셨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습니다. 핸드폰을 쓰는 운전자는 음주운전자랑 비슷하다고 하니, 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겠네요. ( https://pubmed.ncbi.nlm.nih.gov/16884056/ ) 



이렇게 시간 간격을 두고, 환경을 바꾼 상태로 독자 입장에서 글을 읽읍시다. 읽으면서 의도한 대로 글이 읽히는지 살펴봅시다.



3. 고칠 이유를 찾습니다.

읽다 보면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읽다가 글이 지루해지거나, 이해가지 않는 경우, 혹은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며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할 일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부분이 이상한지, 

둘째, 그 부분이 왜 이상한지 찾아내야 합니다.

이상한 단어를 찾을 수도 있고, 표현이나 절, 혹은 문장이나 문단 전체가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낀 이유도 다양합니다. 순서가 이상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거나, 표현이 내 의도와 다를 수도 있죠. 


글이 어색하고 이상한 데 옳고 그른 이유는 없습니다. 읽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상함을 느꼈다면, 그 이유를 꼭 찾아야 합니다.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예전에 쓴 "글 읽는 법"을 참조해 보세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면 이제 고칠 차례입니다. 여기서 그냥 고치라고 설명하면 되게 무책임하겠죠? 어떻게 고칠지 자세히 알아봅시다.



4. 바꾸고 고릅니다.

마지막 단계는 바꿔 끼기입니다. 


고칠 부분을 골랐고, 왜 고칠지도 확실하면 이제 고쳐쓰기만 하면 됩니다. 이해되셨나요? 마지막 부분이 이해 안 되셨다면 정상입니다! 


고쳐쓰기만 하면 된다니, 그게 말처럼 쉬우면 이 글을 쓸 필요도 없겠지요. 너무 무책임한 설명입니다. 그래서 단계별로 설명할게요.   

1. 문장의 고칠 부분을 바꿔서 다르게 써봅니다.

2. 비슷하게 조금씩 고쳐가며 다르게 써봅니다.

3. 새 문장을 여러 개 써본 다음,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고릅니다. 이때 앞에서 찾은 고쳐야 할 이유를 생각하면 고르면 더 좋습니다.

4. 고른 새 문장이 마음에 들 때까지 1~3을 반복합니다.



문장 고칠 때에는, 문장 자르기, 주어 바꾸기, 표현 바꾸기, 단어 순서 바꾸기를 추천합니다.

또한, 조금씩 고치는 게 핵심이에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에서 시작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 될 때까지 조금씩 개선해 나갑시다. 한 번에 고칠 수 있다면, 처음부터 잘 썼겠죠? 고친다는 것은 조금씩 바꿔보고 나아졌는지 비교해 보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5. 그리고 멈춥니다.

퇴고는 빗질입니다. 



빗질도 하지 않으면 너무 초췌하죠. 외출하기 전에 빗질 정도는 꼭 해야 합니다. 하지만 빗질만 계속한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퇴고도 꼭 해하지만, 퇴고를 계속한다고 글이 계속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보통 두 번 정도 읽어보며 고칠 점이 보이지 않거나, 글 전체를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 때쯤 멈추면 좋습니다.



결론

퇴고는 빗질입니다. 빗질만 해도 사람이 단정해 보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내용도 결이 정돈되면 읽기 좋습니다. 일관된 주장, 흥미로운 전개, 적절한 분량, 와닿는 표현이 모두 모여 글의 결을 완성합니다. 


머리를 쓰면 흔적이 남습니다. 고민해서 쓰고 고친 글은 다릅니다.


퇴고합시다.








참고한 책

- 기자의 글쓰기

- 이토록 간결한 글쓰기



꼭 기억하기!

환경 바꾸기: 기기 바꾸고, 시간 텀 두고, 다른 환경에서

너무 기분 좋거나 나쁠 때 읽지 말기, 먹거나 음악 들으면 너그러워질 수 있음    

퇴고 순서

    전체 글이 주제에 맞게 흘러가는가?

    각 문단이 역할을 잘하는가?

    각 문장이 역할을 잘하는가?

    각 표현이 적절한가?    

퇴고 방법: 대안 만들기    

퇴고하고, 뜸 들이고, 퇴고하고, 뜸 들이고.

힘들 때 멈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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