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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Mar 15. 2024

글 잘 쓰는 사람만 아는 글 읽는 법 1

의외로 많이 읽어도 글쓰기가 늘지 않는 이유

많이 읽으면 글도 잘 쓸까?

20대 초반에 대입논술 과외를 했는데, 처음 상담하는 학부모의 질문은 둘 중 하나였다.


1. 책 많이 읽으면 논술 잘한다는데, 우리 애는 책을 안 읽었는데 어떡하죠…?

2. 책 많이 읽으면 논술 잘한다는데, 우리 애는 책을 읽었는데도 왜 이 모양인가요…?


큰 상관없으니 걱정할 시간에 모의답안 하나 더 쓰는 게 더 도움 된다고 답변드렸다.


학부모가 내 답을 좋아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과외했던 학생들의 결과는 썩 괜찮았던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으면 논술 잘한다는 소문은 누가 퍼트렸는지 모르겠다. (출판사 홍보팀에서 했지 않았을까 싶다) 학생을 가르쳐본 내 경험에 따르면, 독서가 논술에 그렇게 도움 되지는 않았다. 책 많이 읽었다고 자신감 넘치는 학생들 중 한 문장도 못 쓰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반대로, 몇 달 동안 논술의 기본 원리만 반복 연습해서 합격한 케이스도 많이 봤다.



사회에 나와보니 글쓰기도 논술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많이 읽어야 잘 쓴다고 한다.


글쓰기 책을 보면,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일단 많이 읽으라고 한다. 내가 여태까지 읽어본 글쓰기 책이 20권이 넘는데, 많이 읽으라는 얘기를 안 한 책이 없다.



하지만 논술도 그렇고, 책은 많이 읽었는데 글은 못 쓰는 사람도 주변에 많지 않은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여기에 공감할 것이다. 많이 읽는다고 자연히 글을 잘 쓰게 되는 건 아니다. 왜 그럴까?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읽는 방식이 문제다.

잘 쓰고 싶으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 읽어야 하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읽으니 진전이 없다. 독자의 입장에서 읽는다는 건 글의 내용에 집중해서 읽는다는 뜻이다. 작가의 입장에서 읽으면 내용에 집중하지 않는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읽는 법은 따로 있다.



남들보다 10배 빠르게 글쓰기 실력이 느는 읽기 법이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한 두 번만 연습하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방법이 있다면?



그 단순하지만 특이한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로운 읽기 법을 배우기 전에, 평소에 우리가 글을 어떻게 읽는지부터 살펴보자. 우리는 글의 내용에 집중하면서 읽는다. 소설을 읽는다면 줄거리를 따라간다. 살지 말지 고민하면서 광고글을 읽는다. 지금 이 글도 내용에 집중해서 읽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용에 집중해서 읽으면 글 쓰는 법은 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엇을 썼는지’에 집중할 뿐,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의 구조를 익혀야 한다. 따라서 내용보다 구조에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소설이라면 주인공을 어떻게 등장시키고 갈등을 어떻게 전개하는지. 광고글이라면 훅은 어떻게 전달하고, 단점은 어떻게 포장하는지 분석해 보면서 읽어야 한다. 이처럼 구조에 집중해서 읽으면 좋은 글의 패턴이 익숙해지고, 배운 좋은 패턴대로 글도 쓰게 된다.


이런 구조에 집중한 읽기를 비판적 읽기라고 하겠다. 이름만 보면 어려울 것 같지만, 사실 단순하다. 밑줄치고 질문만 하면 된다. 어떻게 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구조에 집중한 비판적 읽기

첫째, 펜을 들고, 글을 읽으면서 내 느낌을 관찰한다. 각 문장이 어떤 느낌을 주는지 집중한다. 첫 문장을 읽고 호기심이 생겼는지 아니면 지루한지, 결론을 읽고 납득이 되었는지 아니면 이해가 안 가는지, 비유가 와닿는지 아니면 어이없는지, 묘사를 보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는지 아니면 장황하기만 한지, 상품 소개글을 보고 구매하고 싶어 졌는지 아니면 전혀 사고 싶지 않아 졌는지 느껴본다.


둘째, 무언가 느껴졌다면 밑줄을 친다. 그리고 왜 그렇게 느꼈는지 고민해 본다. 이 문장이 어떻게 이 효과를 주는지 고민해 본다. 단어 선택 때문인지, 비유가 너무 생소했는지, 글의 흐름이 일관되었는지, 아니면 앞에서 한 얘기와 모순되는지 고민해 본다.


이렇게 글로만 설명하니 어렵다.


다음 편에서 이해하기 좋은 예시를 보며 함께 분석해 보자!

2편 링크: https://brunch.co.kr/@prodi/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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