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함이 흔해진 시대에 인간에겐 뭐가 남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뭘까.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각해봤다. 현재까지 답은 세 가지다.
내 바로 옆에 이걸 매일 증명하는 사람이 있다.
나와 함께 우리 회사를 창업한 안 대표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이고, 영업과 유통, 브랜딩 분야에서 오래 일해온 사람이다. 그의 진짜 강점은 전통적인 잣대로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해관계자를 엮어서 판을 짜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중요한 의사결정권자의 마음을 사서 우리를 믿게 만든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수준으로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나도 직장생활, 사업, 그리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나 혼자 힘으로 한계에 부딪히고 있을 때, 나를 높이 산 누군가가 기회를 주거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곤 했다. 돌아보면 나 혼자의 역량이나 성과보다, 나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느낀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더 구체적인 결과가 만들어졌다.
AI가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추천하고, 제안서를 써줄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 사람이니까 같이 하겠다"고 마음먹게 만드는 건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이건 스킬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그리고 상대를 끌어당기는 매력의 문제다.
AI 시대에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프롬프트 하나면 전략이 열 개 쏟아지고, 선택지는 무한하다. 문제는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 그리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것.
내 경험상, 결정이 빠른 사람은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결정이 느린 사람은 대부분 틀렸을 때의 책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지난번 사업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빠르게 결정했을 때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잡았고, 결정이 느렸을 때는 마지막까지 정리하지 못해 큰 손실을 봤다.
고민의 깊이와 속도는 AI가 상당 부분 보조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걸로 간다"고 선언하고, 틀렸을 때 돌아와서 다시 결정하는 것. 이건 AI가 대신해줄 수 없다.
AI가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시대에, 분석 잘하는 사람은 많아질 거다. 하지만 분석 결과를 보고 베팅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일 것이다.
마지막은 조금 다른 결의 얘기다.
똑같은 환경을 줘도, 이걸 자기 일로 느끼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있다. 이건 회사가 만들어줄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만들어줘도 안 되는 사람은 안 됐다. 애초부터 되는 사람, 될 준비가 된 사람이 따로 있었다.
스킬이 부족하면 AI가 메워준다. 경험이 부족하면 빠르게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몰입은 메울 수가 없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신 몰입해주지는 않는다.
브랜드와 회사에 대한 집착, 결과에 대한 집요함, "이건 내 일이다"라는 감각. 이런 것들은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었다.
AI가 가져간 건 똑똑함이다. 가져가지 못한 건 결국 인간 그 자체다.
사람을 움직이고, 결정하고 책임지고, 끝까지 몰입하는 사람. 그게 내가 지금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아마,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