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함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느끼진 못했다. 그때도 AI를 쓰고 있었고, 꽤 잘 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느끼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 반년 사이에 세상이 몇 번은 바뀌었다.
과거를 돌아보면, 똑똑한 사람은 금방 눈에 띄었다.
PO로 일할 때도, 그 이전에 창업자로서 회사를 이끌 때도. 생각지 못한 관점을 던지는 사람, 계산이 빨라서 대화 도중에 이미 저만큼 앞서있는 사람, 논리의 허점을 정확히 짚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분명 있었고, 조직에서도 자연스럽게 인재로 꼽혔다.
꽤 공들인 기획을 들고 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다. 예상되는 케이스를 최대한 촘촘하게 짰고, 실제로 나쁘지 않은 기획이었다. 그런데 상사는 몇 분 듣더니 훨씬 단순한 구조 하나로 대부분을 커버해버렸다. 같은 문제를 보고 있었는데 도달하는 깊이가 달랐다.
같은 정보를 갖고 있어도 핵심에 도달하는 속도가 확연히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그게 내가 아는 "똑똑함"이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꿰뚫는 힘. 의심의 여지 없이 강력한 역량이었다.
그런데 요즘, 그 역량의 무게가 예전 같지 않다.
동일한 수준의 정보가 주어졌을 때, AI의 출력은 퀄리티, 양, 속도 모든 면에서 인간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소 몇 시간에서 며칠 걸리던 일들을 몇 분이면 해내고, 그 결과물이 나쁘지 않기는커녕 꽤 좋다. 이 꽤 좋음이 압도적으로 탁월해지는 건 정말 시간문제고, 체감상 초읽기 수준이다.
그래도 아직 AI가 그 정돈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AI보다 자기가 낫다고 믿고 싶은 거거나, 조만간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 나도 처음엔 내가 직접 하는 게 그래도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느꼈다. AI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돌아보면 대부분 나의 한계였다.
물론 AI는 마법이 아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맥락과 데이터를 줬을 때의 결과물은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가 가진 정보와 맥락을 최대한 정량화하고 구조화하는 데 시간을 쓴다. AI를 잘 쓰려면 결국 입력값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감탄했던 똑똑한 사람들의 능력. 복잡한 것을 한순간에 단순하게 만드는 감각. 멋진 역량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다만 지금은 AI가 그걸 너무 쉽고 빠르게 밥먹듯이 해주고 있을 뿐이다.
똑똑함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것만으로 차별화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 같다. 빠른 두뇌회전, 구조적 사고, 번뜩이는 아이디어. 여전히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AI를 조금만 잘 활용하면 누구나 그 수준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예전에는 희소해서 가치 있었던 것들이 흔해지고 있다.
예전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똑똑함이 곧 좋은 인재의 핵심 요건이던 시대에서, 그 기준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똑똑함이 흔해진 시대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