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4일 금요일
자퇴 서류를 제출하고 곧장 교대역으로 갔다. 교대역은 강남대성 같은 재수 학원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청춘의 활기로 넘치던 대학가에서 청춘을 잠시 유예한 곳으로 왔다. 공기부터 다른 느낌이었다. 한순간에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마음은 아직 준비가 안 됐었나보다.
곧장 학원에 등록하고 반을 배정받았다. 내신은 좋았지만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았기에 거의 가장 낮은 반으로 들어갔다. 입학 상담을 할 때 내신이 좋은 점을 활용하고 싶다고 했는데 상담 담당 직원의 반응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신이고 나발이고 일단 학원 커리큘럼은 정해져있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제 다시 시작이다.
5월 17일 월요일,
6시 반에 집을 나와 강변역으로 갔다. 학교 다니던 때와 같은 역이었다. 불과 몇일 전만해도 강변역에서 ‘뚝섬, 건대’ 방향의 열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이제 ‘강남, 교대’ 방향의 열차를 타야한다. 강변역에서 갈리는 열차의 극명한 방향만큼 나는 대학생에서 재수생의 신분이 됐다. 재수생을 실은 열차는 잠실 철교를 건너 교대역으로 향했다.
당연히 각오는 했다. 자퇴를 하고 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도 밀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까까머리를 한 채 비장한 마음으로 학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장한 나의 마음과 다르게 학원은 너무도 평온했다. 2월에 시작한 재수종합반은 3개월동안 열심히 달려 5월 중순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의 스케쥴대로 진도를 나가고 있었다. 맨 앞에 앉아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다. 그런데도 반의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웠다. 최선을 다해 알아듣고 싶었지만 아무 것도 이해가 안 됐다. 너무 답답했다. 점심도 학원에서 배식하는 도시락을 받아서 자리에서 먹었다. 공기를 쐬러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흡연자였던 당시에 흡연도 하지 못해 미칠 지경이었다. 공부는 둘째고 자유가 사라진 환경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우유부단 갈팡질팡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런 것 같았다. 부모님에게 또 칭얼거렸다. 학원 근처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일단 해보라고 했다. 아직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모르는 거 아니냐고. 나는 완강했다. 고시원에 꼭 가야한다고. 고시원만이 답인듯이 고시원을 밀어붙였다. 학원이 끝나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과 이런 지리한 싸움을 지속했다.
5등급
학원에 입학한지 열흘만에 학원 자체 월례 모의고사를 봤다.
80, 58, 81, 43, 36, 44, 29 (언 수 외 탐구 4과목)
수학이 5등급이 나왔다. 최악이었다. 언어와 외국어도 지난 수능보다 떨어졌다.
후회했다.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한 건 아닐까. 건국대는 나의 내신과 수능 점수로 갈 수 있는 최선의 학교가 아니었을까. 1년을 더해서 건국대도 못 가면 어떡하지.
성적을 바탕으로 학원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지금 점수로는 최저등급도 안 나오기 때문에 열심히 해야한다고 했다. 더 노력해야하는 게 맞다. 알고 있다.
상담을 마치고 생각했다.
‘학원을 그만 다녀야겠다’
학원에서는 내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그저 학원 수업을 따라다닐 뿐이었다. 진짜 공부를 해야했다.
5월 27일 목요일, 재수 종합학원에 다닌 지 열흘만에 학원을 그만뒀다. 학원에 모든 짐을 빼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인아 뭐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