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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우 Jan 02. 2021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에서 얻은 것들


도전한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당위적인 말이지만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에 참여한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을 위해 자신의 깊은 심연으로부터 이야기를 끌어올려 한 편의 매거진으로 만들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분명히 하나의 성취다. 그런 작은 성취들이 수백수천 개의 매거진으로 쌓여있으니 매년 열리는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을 통해 우리에겐 모두 작은 결과물 하나가 남게 된 게 아닐까. 그러니 당선이라는 결과가 없을지라도 참여한 모두에게는 매거진 아이템 기획, 열 개가 넘는 통일성 있는 글쓰기 경험이 남았다. 이 밀도 있는 글쓰기 과정이 어떤 성장을 줬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 역시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에 도전했다. 브런치를 처음 가입한 게 6년 정도 됐다. 그때마다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티거장이 썼던 삼성을 퇴사했던 이야기들이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내가 곧 일하게 될 사회는 저런 모습이구나. 이런 두려움을 미리 느꼈다. 매거진들을 보면서 즐거우면서 나도 저곳에 내 글을 내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한 편에 자리 잡았다. 언젠가 매거진을 쓰게 될 거라는 생각을 계속 담아뒀다.


브런치북을 발간하던 순간. 감격...!


2017년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났고 그게 내 인생의 큰 변환점이 됐다. 충격이 컸던 만큼 내가 겪은 이야기를 글로 적고 싶었다. <서울을 떠나보니>라는 매거진을 정했다. 서울을 떠나 지방에 살게 된 사람의 일상을 적기로 했다. 그러나 매거진을 만들어놓고도 글은 한동안 쓰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2017년 18년 19년 3년이 지났다. 지역에 산 지 3년 정도가 되니 이야기가 쌓였다. 20년이 시작되고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에피소드를 분류하고 그것과 관련된 내 생각들에 살을 붙였다. 그 결과 21개의 글을 엮은 <서울을 떠나보니>라는 매거진을 발행했다. 아쉽게도 페스티벌에는 당선되지 못했다. 내 작품은 없지만 당선된 작품을 즐겁게 읽고 있는 요즘이다.      


나보다 더 중요한 건

내 글을 읽는 사람!

독자들이 글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글에 담긴 정보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일 수도 있고 혹은 글에 담긴 정보가 자신의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글에 담긴 저자의 이야기가 자신의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있기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볼 수 있다. 결국 독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글을 바라본다. 아무리 세상에 필요한 정보일지라도 그게 자신과 관련이 없다면 독자는 글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독자를 염두에 둬라'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글을 쓰다 보면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나의 뇌와 손은 정신없이 나의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글을 완성하면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거나 혹은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있다.


글을 직접 써보지 않으면 모른다. 독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은 그러니까 어떻게든 실전을 겪어보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판이다. 내 글이 사람들에게 먹힐지 안 먹힐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브런치북 페스티벌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 글에 사람들이 공감을 하는지 아니면 전혀 반응이 없는지 알 수 있다. '내 글이 어렵나?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반응이 없구나, 좀 더 친절하게 그들의 반응을 끌어낼 방법을 생각해야겠구나.' 이런 고민들을 했다면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에서 아주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만의 콘텐츠로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다만 나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궁금증이 겹치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교집합을 찾는 과정이 나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드는 길이 아닐까 싶다.


나는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방송국 피디이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광고홍보학의 기본은 소비자이고 방송국의 기본은 시청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절대적으로 상대방을 염두에 둔 콘텐츠를 누구보다 잘 기획해야 하고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솔직히 그렇지 못했다. 대학교에서 브랜드 경쟁 피티를 할 때였다. 열변을 토해가며 나의 광고 전략을 쏟아냈다. 그때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오 서 기자 저널리스트가 발표하는 것 같았어." 생각해보면 이건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전투적이라는 의미겠지만 광고주를 설득하는 장소에서 전투적인 태도가 그들에게 호감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발표는 광고주를 설득하기보단 당

위적으로 그래야 함을 주장하기만 했다. 실패였다.


내가 제작하는 다큐멘터리에서도 마찬가지다. 다큐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시선을 시청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기술이 다큐에 필요하다. 다큐멘터리스트 김옥영은 <다큐의 기술>에서 "주장이나 강요는 듣는 사람들을 각성시키는 데는 가장 효과가 없는 화법이다. (중략) 가장 좋은 이야기는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관객이 자기 스스로 의미를 발견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도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중심으로 생각했다. 당위적인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게 과연 시청자들에게 유익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콘텐츠로서 유효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 스케쥴러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을 위해 글을 쓰면서 상대방을 염두에 둔다는 것의 실질적인 의미를 많이 느꼈다. 너무 당연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말이 실전 경험을 통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든 '상대방'을 놓치지 않아야한다.

집중적인 글쓰기

글쓰기 실력을 키운다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에서 얻은 두 번째는 글쓰기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브런치북을 만들기 위해 몇 달 동안은 글쓰기만 생각했던 것 같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도 머리속으로 글의 구조를 이리저리 바꿨다. 한 쉬도 글쓰기와 떨어지지 않는 생활을 몇 달 동안 하다 보니 어떤 생각을 하다 보면 글의 구조를 자동적으로 그리게 됐다. 이처럼 단시간 동안 글쓰기에 집중적으로 빠질 수 있는 것은 그래서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돈을 주지도 않는데 이렇게 자발적으로 글을 쓰게 만든 브런치팀에게 감사하다.

브런치북을 완성하기 위한 흔적
매일 밤 글을 썼다


2017년부터 <서울을 떠나보며>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 매번 생각만 하다가 2020년에는 무조건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고나서부터 책 전체를 구성하고 글 하나하나의 구성을 시작했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면 스타벅스에서 케이크와 커피를 시켜놓고 글을 썼다. 매일 도장을 찍듯이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을 두들겼다. 매일 글을 썼지만 어떤 날은 잘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죽어도 한 문단 이상을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개의 글을 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매일 글을 머릿속에 담고 다녔다. 회식을 하고 술에 취한 채 집에 걸어오면서 머릿속으로 글을 썼다. 집에 들어와 많이 취한 상태로 노트북에 그대로 생각을 퍼부었다. 새벽 2시에 글을 발행하고 잤다. 다음 날 출근하고 나니 선배가 "글 잘 봤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술 취해 쓴 글이 다음 메인에 걸려있었다. 글과 함께 살다 보니 얻을 수 있었던 작은 성과였다.


퇴근 후엔 항상 스타벅스에 가서 글을 썼다


사실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꽤 높다. 일기든, sns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욕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생각을 끄적이는 것과 하나의 글로 완성하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이다.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쓰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글도 계속해서 살펴보고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그제야 글쓰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글쓰기를 좋아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2년간 대학교 학보사에서 기자로 지내며 매주 글을 쓸 때 비로소 글을 제대로 쓸 수 있었다. 밤을 새워가며 글을 붙잡고 씨름했던 경험이 완성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훈련이 됐다. 브런치북 출판 페스티벌 역시 혹독한 글쓰기 훈련의 과정이었다. 나의 콘텐츠를 통일성 있게 글로 표현한다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수백수천 명이 했다. 그들 모두 이번 글쓰기 과정을 통해 글쓰기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에도 브런치북!

올해 브런치북을 쓰는 과정이 뜻 깊었다. 내년에도 역시 브런치북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연례행사처럼 매년 브런치북을 완성하다보면 언젠가 더 완성도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또 브런치북에 당선되는 좋은 글들을 보면서 그들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큰 자극이 된다. 어떻게 보면 브런치라는 글쓰기 공동체를 통해서 서로 발전해나가는 것 같다. 더 좋은 글을 보고 싶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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