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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우 Jul 19. 2021

나를 직면한다는 것, 나를 믿는다는 것

<아잇뚜렛> KBS 다큐인사이트

청춘기획 1부 <아임뚜렛>

뚜렛 증후군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의 타이틀에 왜 '청춘기획'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뚜렛 증후군을 앓는 등장인물 두 명이 단순히 청년이라서 일까? 뚜렛 증후군과 청춘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틱장애 그리고 뚜렛증후군

여기 틱장애를 가진 두 청년이 있다. 남자는 대구에서 보디빌딩을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틱을 하면서 놀림을 받았고 그게 싫어 몸을 키웠다. 여자는 학교 심리상담 선생님이다. 여자 역시 틱장애로 따돌림을 당했고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심리학과에 진학했고 상담 임용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여전히 틱은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다.




나를 직면한다는 것

여자 출연자는 처음 인터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틱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게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사회적인 시선이 보이고 거기에 위축돼있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로울 것이다. 그러니 틱을 하는 자신을 바라보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나를 직면하는 건 틱을 가진 사람에게만 어려운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내 나약한 모습을 인정하는 것, 바보 같은 모습을 인정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특히 경제적 기반이 없고 아직 이뤄놓은 것도 없는 '청춘'들에게는 나의 나약한 실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청춘은 빛나는 순간이지만 아직 가능성만 가지고 있기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크다. 청춘이 불안하고 나약한 '나'를 직면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틱을 가진 청년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본다. 틱을 앓고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우리 존재는 나약하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노량진 고시생의 시선이 아니라 '틱'이라는 선명한 시선으로 청춘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 다큐를 빛내는 시선이다.



나를 믿는다는 것

다큐가 중반을 향하며 두 출연자의 위기가 시작된다. 남자 출연자는 대회를 앞두고 시합을 포기할 거라고 말한다. 틱을 하면서 몸을 만드는 게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약을 먹으면 힘이 빠지고 졸리고 살이 찐다. 이건 보디빌딩을 하기 위한 최악의 조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는 자신이 보디빌딩으로 성과를 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포기를 말한다.


여자 역시 틱을 하는 자신 미워했다고 말한다. 따돌림을 당하면서 의지할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부마저도 하기 어려웠다. 부모님에게 밧줄로 묶어달라고 말하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여자는 지쳤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환경에서 여자는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리고 미워했다.


취업난, 부동산 상승, 명예퇴직 등 청춘 앞에 놓인 환경은 암울하다. 우리는 나름의 최선을 다했지만 세상은 그보다 더 빨리 나아갔다. 평범한 삶은 손 내밀어 잡을 수 없는 거리로 달아났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행복한 삶을 사는 평범한 현실은 그렇게 비현실이 되었다.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청춘은 더욱더 자신을 믿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을지 알 수도 없다. 열심히 하려 발버둥 칠수록 더 아래로 꺼져 들어간다. 이런 현실이 청춘을 욜로와 소확행이라는 태도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영끌과 주식, 재테크의 큰 손으로 만들었다. 당장 행복을 추구하거나 강력하게 이 한 몸 살아남기 위해 주머니를 조인 것이다. 확실한 것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앞으로를 믿기 어렵다. 그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청춘 스스로를 믿기 힘들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바라보고 나를 믿어야 한다

남자는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정했다. 이번에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든 다른 일을 찾기로 한다. 대회 당일, 어머니가 객석에 있었다. 대회 때 어머니가 오는 것이 부담돼서 싫다는 남자.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5등, 4등, 3등 남자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어 내가? 왜 내 이름이 안 나오지?' 남자 스스로도 믿지 못했다. '1등 52번 박지호!' 남자는 마지막으로 설정한 대회에서 1등을 한다. 그리고 대회 그랑프리를 차지한다. 벼랑 끝에서 나온 성과였다.


29살 남자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얻은 성과였다. 틱으로 따돌림을 당하고 틱 때문에 운동도 제대로 하기 어렵고 틱 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웠던 남자에게 난생처음으로 '1등'이라는 성과가 찾아왔다. 일반인도 어려운 결과를 만든 남자는 그 순간 자신을 믿게 된다. 내가? 내가 1등이라고? 그래! 내가 1등이야. 나는 최선을 다했어. 나는 멋진 사람이야. 남자는 자신을 바라보고 믿게 된다.



여자 출연자는 처음 촬영할 때 '촬영된 자신을 바라보는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촬영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틱이라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한 자신을 인지하게 된다. 그러면서 여자는 '이제는 봐야겠어요. 꼭 봐야겠어요'라고 말한다. 그동안 덮어두었던 자신이라는 존재를 조금씩 말하다 보니 두렵지만 직면하고 믿어보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그래야 내가 이겨낼 수 있으니까



청춘의 불안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너무 불안해 사회에서 멀어지는 자기 파괴적인 결과일까? 그도 아니면 불안 그 자체가 너무 힘들어 불안에 잠식당하는 결과일까? <아임뚜렛>은 이 두 청춘을 통해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고. 우리는 우리를 직면하고 믿고 결국에는 우리를 넘어서야 한다고. 그래야 나를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 KBS 다큐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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