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Dec 16. 2022

현실을 탈출하고 싶은 전문직들

현재 상황에 만족하는 전문직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사'자(字) 직업을 가진 대한민국의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한번 수험생 시절로 되돌아가 생각해보자. 시험만 합격하면 남은 인생은 탄탄대로로 아무 걱정과 고민이 없는 평온한 삶을 살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의 삶을 한번 천천히 살펴보자. 수험생 시절 꿈꿨던 바로 그 삶이 맞는가?




 지금의 삶이 수험생 시절 꿈꿨던 바로 그 삶이고 지금의 삶에 100% 만족한다면 지금 뒤로 가기를 눌러도 좋다. 정말이다. 경험적으로 적은 비율이긴 하지만 본인의 업에 사명감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삶에 만족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분명히 실존한다. 만약 그렇다면 축하한다,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천직을 만난 행운아로 선택받았으니 앞으로 스트레스 없이 장수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그런데 만약 그 행운아가 아니라면 어떨까? 아니, 높은 확률로 아닐 것이라 예상한다. 우리는 안정적인 평생 직업을 가졌고 돈도 곧잘 버는 전문직인데 생각보다 고민이 많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생계 그 자체를 걱정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먹고사는 걱정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삶에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가슴 한쪽에 물음표가 남아 있다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인정한다, 전문직은 자격증이라는 우산 아래 사회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자신을 소개할 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직업을 이야기하는 순간 ‘우와’라는 소리가 들린다. 그뿐인가? 대출을 알아볼 때면 여러 은행에서 앞다투어 대출해주겠다고 줄 서 있고 의지만 있다면 연애나 결혼도 쉽게 할 수 있다. 크, 이 맛에 전문직 하는구나 싶다.




 그런데 조금 더 가까이 살펴보자. 자격증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큰 틀은 거의 비슷하다. 전문직이라는 화려함 속에 숨어있긴 하지만 실상은 절대 녹록지 않다. 우선 다들 좋아하는 워라밸은 어떠한가? 회계법인에 다니던 시절 파트너 회계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전문가가 워라밸은 뭔 워라밸이고?” 비단 그분만의 생각이 아니고 보통의 전문직들이 워라밸을 챙기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슬슬 영업 압박이 들어오고, 일을 따오기 위해서는 완벽한 을(乙)로서 포지셔닝해야만 한다. 만약 영업 수완이 좋거나 인적 네트워크가 좋아서 일을 많이 따온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다. 의사처럼 생명이 걸린 일이라면 모를까, 필요하지만 퀄리티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파격적인 가격경쟁이 시작된다.




그쯤 되면 뒤늦은 고민이 시작된다. 이거 돈은 곧잘 버는 것 같은데,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