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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Jan 26. 2023

법인 생활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직이라 쓰고 도피라 읽는다.



 얼마 전 옆자리에서 선배 회계사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거기 담당 회계사가 1년 차인데 그때가 한참 어깨 뽕 들어가 있을 때라서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알 때라서 그렇게 과하게 요구하는 건데요. 이게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저희는 그런 식으로는 안하죠…” 

대략 들어보니 1년 차 회계사의 고집으로 인해 클라이언트가 화가 난 상황인 것 같았다. 




 그 1년 차 회계사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사실 1년 차 전문직의 어깨 뽕은 가히 어마어마하다. 나도 경험했고 통화를 하며 1년 차를 은근히 까며 영업했던 그 선배 회계사도 역시 경험했을 것이다. 1년 차를 돌이켜보면 그 당시 클라이언트들에게 좀 미안할 지경인데, 나 역시도 융통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FM 그 자체가 아니었다 싶다. 그땐 잘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좀 과한 요구를 클라이언트에게 한 적이 있다. 심지어는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리죠?”라는 기세등등한 멘트를 날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 어깨 뽕은 오래 가진 않았다. 생각보다 전문직이 을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극악의 워라밸을 자랑하지만, 인생을 뒤집을 만한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마음 한켠에 물음표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들은 ‘법인 탈출은 지능 순’이라고 자조하며 더 좋은 직장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1, 2년 차야 아무 생각 없이 월급 받으면서 입사 동기들과 놀러다니는 생활이 가능했지만, 점점 연차가 쌓이면서 고민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도 하나둘 제 살길을 찾기 시작했고 법인에 끝까지 남아 끝을 볼만한 사람도 어느 정도 윤곽이 보였다. 나 역시도 법인에 남아 끝을 볼 생각은 감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음 진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먼저 개업한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야생의 삶에 대해서 조언도 구했고, 중소형 회계법인으로 옮겨 워라밸을 즐기는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모든 대안을 다 열어놓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꿀직장 구인 공고가 올라오면 동기들과 우르르 지원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름 꿀직장으로 공공연히 알려진 곳에 합격을 했는데, 합격 이후에는 기쁘지 만은 않았고 또 다른 고민이 발목을 잡았다.




 지원서 작성하고 면접 볼때야 붙여만 주시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열변을 토했지만, 결국 대기업으로 간다는 것은 일단은 전문직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직의 꽃 개업은 물 건너 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끝없이 따라왔다. 물론 워라밸이나 조직의 분위기 등은 많이 다르겠지만, 결국엔 조직 생활이므로 법인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고 자유로움 측면에서는 오히려 법인이 나은 것도 있었다. 




 그 꿀직장을 고민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아니 도대체 왜?’ 라는 반응이었지만, 나의 성향상 그런 도피성 이직은 결국 또 다른 고민을 낳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아쉽지만 입사를 포기했다. 그렇지만 법인 생활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었고 뭔가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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