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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Dec 30. 2022

전문직도 영업만이 살길이다.

전문직 생활 8년차가 느낀 전문직의 삶





 어느 직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성장하기 위해선 영업이 필수적이다. 당연하게도 전문직도 영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특히 개업 전문직의 경우, 영업을 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으니 고소득은 커녕 먹고살 걱정을 해야 한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업무의 퀄리티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그 업계의 네임드에게 자연스럽게 일이 몰린다. 전문직들이 전문 지식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을까 싶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위암 환자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환자는 위암에 높은 전문성을 가진 유명 의사를 찾아갈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국의 위암 환자는 그 유명 의사를 제 발로 찾아갈 것이고 그 의사에게 일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본인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라면 해당 분야에 유능한 변호사를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다닐 것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 업무의 퀄리티가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또는 그 분야에 독보적 일인자가 확실치 않다면, 그곳은 곧 영업 전쟁터와 다름없다. 세무사의 기장대리업무나 법무사의 부동산 등기 대행 업무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처럼 B2C 성격이 강하다면 온라인 마케팅에 과감히 투자해 영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경우 오히려 심플하다. 온라인 마케팅 역량은 키우면 키울수록 그 부가가치가 쌓이고 실력이 늘어난다. 격무로 인해 여력이 없다면 마케팅 대행사에 맡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나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처럼 주요 클라이언트 베이스가 기업이라면, 영업에 대한 고민을 떼놓을 수 없다.  




 그동안의 경험을 돌이켜볼 때, 영업이라는 이 두루뭉술한 개념은 결국 사람 간의 관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확실한 것이 아니라면 한 번이라도 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음식을 대접하고 얼굴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골프, 술 등의 전통적인(?) 영업이 수반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점심식사로 대체하는 케이스도 본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낮에 아무리 함께 식사해도 크게 가까워지는 느낌이 없다. 낮에 밥 3번 먹은 사람보다 밤에 술 한번 먹은 사람이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전문직이 하는 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결정권을 가진 것도 AI가 아닌 사람이다. 같은 가격이라는 전제하에, 아무래도 한국 사회에서는 지난주 함께 술 한잔하며 요즘 힘들다며 죽어가는 소리를 했던 그 사람에게 일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에 씁쓸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과거 같이 수험생활하던 지인이 대기업 재무팀으로 이직했는데, 사무실 위치가 가까워 술이나 한잔하자고 연락했다. 반가운 얼굴로 만났지만, 조직 내 자신의 입지가 아직은 미약해 일을 줄 수 있는 짬이 아니라며 미안해하는 내색이었다.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그 뒤로는 시답잖은 비트코인 이야기나 하며 편하게 연락하기가 어려웠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영업은 MBTI 성격 분류상 I형 성격보다는 E형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전문직 자격증이든 보통의 경우 수험기간이 2~3년 정도는 소요된다. 그 과정을 견디는 수험생은 아마도 I형 성격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사무실에 계신 분들을 한번 쓱 훑어보니 확실히 그 가설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웬만한 E형 성격도 그 과정을 거치다 보면 I형에 가까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본인의 성격상의 불편함을 역행하고 영업활동을 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고군분투라고 할 수 있다. 




 이젠 전문직도 포화 상태다. 최근 뉴스에는 로스쿨, 공인회계사, 세무사 지원자가 역대 최대라고 한다. 잠재적 경쟁자들은 매년 유입되고 정년의 개념이 없는 전문직의 특성상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것이 자명하다. 치열해진 경쟁은 곧 치열한 영업의 필요성을 의미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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