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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옌T Jan 27. 2022

보기 좋은 떡이…

self-mapping 전략


 친한 동료 선생님과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나는 최근에 새로운 학생을 가르치게 된 이야기를 꺼냈다. 분명 똑똑한 학생인데 의외로 쉬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본인: '전통적인 것'의 반대는 당연히 '새로운 것'이잖아요. 그런데 지문에서 읽었는데도 대답을 못하더라고요.

동료 쌤: 쌤, 학생들한테는 당연하지 않아요~



 머리가 띵 했다. 너무너무 당연한 내용인데 학생들에게는 당연하지가 않다니. 너무 당연해서 입으로만 말하거나 칠판에 한 번 써주는 식으로 지나쳤던 수업들이 떠올랐다. 이제부터는 Old와 New가 반대라는 당연한 개념도 무조건 [ Old ↔ New ]로 표기해서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으로 수다 주제는 학생들에게 소위 '먹히는 수업'이 무엇인가로 넘어갔다. 우리는 잘 나가는 강의들의 비법을 분석해봤다. S선생님은 엄청난 노력파로 수험생보다 더 수험생 같은 삶을 살며 모든 문제를 분석하여 전략서를 만들어준다. 반면, H선생님은 전략보다는 수업내용만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도 한다. 밤을 새우며 시중 교재에는 없는 예상문제를 만드는 선생님도 있지만, 해설지에 밑줄만 쳐서 올려주는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각각 장단점이 다 있어서 아무리 추측해봐도 뭐가 맞는 건지 정답이 없는 영역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좀 전에 나눴던 대화들을 곱씹어보다가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었다. 전략서든 개념서든 해설지든 예상문제든 학생 입장에서는 모두 새로운 정보일 뿐이다. 새로운 정보는 초반에 이해하고 습득하는 지점이 고비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내 것이 되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비법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결국 ""으로 이해시켜 ""에 쥐어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는 최악의 수업방식이라고 생각하는 '해설지 던져주기'조차도 '해설지 읽어주기'보다는 '해설지에 밑줄 쳐주기'가 그나마 더 효과적인 것이다.



 동료 선생님은 최근에 인디자인을 배워서 직접 교재를 만들었다. 수업에서 전달하는 핵심 내용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꽂아주기 위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굳이 내용을 다 읽지 않아도 이미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가 바로 읽혔다.


동료 선생님이 제작한 교재 일부분 (원작자 승인完)



 그렇다면 수험생들은 수업을 시각화해서 뇌리에 팍팍 꽂아주는 선생님을 수소문해야 할까? 사실 선생님들 대다수는 그런 자료를 위해 밤낮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시중 교재들은 이미 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출판된 훌륭한 결과물이다. 요점은 남이 주는 자료가 아니라 나의 사고를 시각화하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깨알 같은 글자들의 행렬에서 정답만 찾아내는 능력은 없다. 글을 잘 읽는 사람들은 길게 늘어놓은 텍스트를 구조화해서 볼 줄 안다. 인지하지 못해도 이미 스스로 시각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스스로 시각화 작업이 안된다면 지금부터 self-mapping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가장 기본적인 구분부터 시도해보자.



(1) 계층화 (중요한 것-덜 중요한 것)

[ A ]

 - [ B ]

 - [ C ]


(2) 반대 개념

 [ A ] ↔ [ B ]


(3) 유사 개념

 [ A ] ≒ [ A' ]


(4) 반복되는 개념

 [ A ] [ A ] ... [ A ]



이런 기본적인 구조가 잡히기 시작하면 점점 더 복잡한 형태로 응용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시각화는 개념을 형상화해주고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며 구조적 이해가 가능하고 분석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시각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복잡성을 정리하여 서열을 정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 중요한 부분만 남기는 극한 노력이 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는 작업인 것이다.



,  지문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구조를 떠올렸는가?


시각화란?

그렇다면 '사고의 시각화 능력'이 증명되었으므로 앞으로도 혼자서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인생을 시각화해보라.

단 한 번뿐인 소중한 삶으로 무엇을 하려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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