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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와이룰즈 Feb 12. 2020

구글 입사보다 어려운 칙필레 점주 되기

感嘆食堂

 글은 <The Hustle> 'Why it only costs $10k to ‘own’ a Chick-fil-A franchise' 내용이 주로 포함되어 있으며 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풀어 냈습니다.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흥미로운 프랜차이즈 모델이며 외식업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식당 개수는 127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중국이 69개, 일본이 57개, 미국이 21개다. 이 좁은 나라에서 말도 안 되게 많은 식당들이 밀집되어 있다. 우리나라 외식업 시장이 이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두 가지라고 본다. 먼저 밥장사가 우리들 눈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 익숙함은 쉬울 거라는 착각을 일으키고 알게 모르게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고 준비 없이 장사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목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는 돈만 있다면 아무나 가게를 오픈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좋게 보면 그만큼 식당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시장 경쟁강도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시장환경에 휘발유를 들이붓듯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 오픈에 열을 올린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식당을 하는 사장님들의 어려움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사실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상황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으면 그때까지 존버 해야 한다. 전반적인 프랜차이즈 업계와 시장 구조상 지속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 과연 점주와 본사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은 있는가?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인 미국을 보자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프랜차이즈의 살아있는 조상님 격인 맥도날드다. 경제학에서 ‘빅맥지수'가 쓰일 정도로 세계적 파급력이 컸던 맥도날드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비실비실한 것 같다(한국에서는 맥을 못 추지만 미국 맥도날드의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 틈을 비집고 우뚝 솟아난 것이 바로 프리미엄 버거다. 쉐이크쉑버거, 파이브가이즈, 인애아웃 버거 등이 바로 대표적인 브랜드다. 그런데 진짜 승자는 따로 있다. 바로 여기서 이야기할 ‘칙필레(Chick-fil-A)’다. 우리나라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사실 현존하는 프랜차이즈 중에 오래된 것으로는 맥도날드와 거의 맞먹는다. 교통 문제, 주변 상권 영향 문제로 입점을 거부하는 기사만 보더라도 그들의 영향력을 예상할 수 있다.



칙필레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단 $10,000(약 1100만 원)에 가맹점을 오픈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낮은 금액인지 비교해보자.




미국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투자비용을 나타낸 그래프인데 평균적으로 대략 5억에서 30억이 넘는 투자비가 든다.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의 경우를 비교해보더라도 상당히 센 금액이 필요하다. 하지만 칙필레는 당당히 ‘$10,000’라고 적혀있는데 이 비용마저 가맹비 명목의 금액이다. 즉 시설 및 기타 부동산 관련 비용에 대한 투자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매장은 우리 돈으로 열어줄게

대신 로열티를 많이 다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구조와는 달리 칙필레는 매장에 들어가는 오픈 비용을 모두 본사 측에서 부담한다. 대신 본사 로열티에서 수익의 일부를 충당하는데, 매출의 15% 수준이다. 상당히 높은 로열티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들은 많아봐야 3% 수준이고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4~6% 정도를 내야 한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수익구조가 생각이 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


로열티에 더불어 또 다른 본사 수익이 있는데 가맹점주가 가져갈 순수익에서 또 절반을 가져간다. 이쯤 되면 과연 수익이 나긴 할지 의심이 된다.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건 좋은데 일은 일대로 하고 다 퍼주는 게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칙필레 매장들의 평균 매출대는 얼마일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의 전제조건은 충분한 매출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매출이 이 세상 매출이 아니다. 매장당 연평균 매출이 4.2 밀리언 달러, 그러니까 1 달러에 1,1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자그마치 46억 2천만 원이라는 숫자가 계산기에 뜬다. 이걸 12개월로 나눠보니 월 매출이 3억 8,500만 원이다. 쉐이크쉑버거 매장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매장이 강남점인데 그게 3억 원 중반 대였다고 한다. 땅덩어리가 큰 미국은 패스트푸드 매장이 커서 그런 그런 게 아닐까 싶지만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핫하다는 치폴레(Chipole)와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왜 이런 프랜차이즈 모델을 택했을까?

칙필레가 미국에선 좀 착한 기업 이미지가 있는데 바로 여기에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저소득층에게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미국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은 매장 오픈 비용과는 별도로 기본적으로 개인 자산 규모가 일정 이상이 되어야 지원할 수 있다. 써브웨이가 8만 달러(약 9천만 원)로 가장 적은 규모에 속하며 가장 높은 기준을 요하는 웬디스(Wedndy's)는 자그마치 50억 원 이상의 자산이 있어야 가맹점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평균적으로는 10억 원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없는 것은 칙필레가 유일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매장 운영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함일 것이다. 점주가 지속적으로 매장 운영을 잘하기란 쉽지 않기에 본사에서 조금 더 타이트하게 간섭하겠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다. 오랜 경영 노하우가 쌓여 있는 만큼 직원들을 위한 인센티브 제도도 잘 갖추어져 있으며 이직률이 업계 평균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한다. 그 경영 노하우에서 그들의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구글 입사보다 어려운 칙필레 점주 되기

점주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가 줄어들고 적은 금액으로도 오픈할 수 있기에 의지만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매년 6만 명의 지원자들이 몰리고 그중에서 최대 80명만 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경쟁률로 따지면 0.13%다. 스탠포드의 입학 경쟁률은 4.8%, 골드만삭스 입사 경쟁률은 3%다. 심지어 매년 300만 명이 지원하는 구글은 그중 7000명을 뽑는다. 구글 입사 경쟁률은 0.23%다. 구글 입사보다 어려운 것이 칙필레 점주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점주를 뽑는 과정도 매우 까다롭다. 실제 칙필레 매장을 운영 중인 점주에 의하면 인터뷰만 10번, 에세이는 12번에다 고등학교 성적 증명서까지 떼야했다고 한다. 합격이 되어도 빡빡하게 짜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들어야 하기에 수많은 장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점주가 가져가는 순수익률은 5-7%로 매우 낮은 편이다. 물론 워낙 매출이 높기에 적지 않은 수입이지만 그 외에도 운영 자율성이나 모든 매장의 자산은 본사에 귀속되어 있다는 점, 다점포는 물론 그 어떤 다른 사업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등의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을까?

결론은 '가능하다'이지만 충분한 자본금과 높은 매출이 받쳐주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도 높다. 분명 점주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대로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 싶다. 하지만 이를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여 얼마든지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도 모르겠다. 최근에는 도어대쉬(DoorDash)에 입점해 공유 주방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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