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근처 오래된 빌딩 지하에 백반집이 하나 있다. 11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10분 만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다. 족히 20m는 되어 보이는 복도 끝 모퉁이를 두른 줄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확인이 안 된다. 그렇다고 대단한 맛집이 아니다. 계란말이, 제철 나물 무침, 닭볶음탕, 잡채, 김치,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브로콜리+오징어+초장까지 총 8가지 메뉴가 나온다. 1인당 7,500원이니 가격도 매우 착하다. 점심 한 끼로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다. 그것만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이라도 오고 싶게 만든다. 점심시간에 일하는 직원이 홀에 7명, 주방에 6~7명 정도가 일하고 있었다. 과연 얼마나 남을까 싶지만 넓은 평수에 워낙 사람들도 많아 박리다매로 충분히 적지 않은 수익이 날 거라 예상된다. 심지어 회전률도 기가 막힌다. 같은 공간에 백반집이 2~3개 더 있는데 유독 이곳만 그렇게 줄을 선다. 왤까?
이처럼 직장인들이 모여 있는 상권에는 검색은 안되지만 직장 선배로부터 구전에 구전되어 그 명성이 유지되는 곳들이 있다. 그들의 특징은 다른 거 없다. 기본에 충실할 뿐이다. 온갖 상술이 판치는 요즘은 기본만 지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람들이 비싼 '타다'를 타는 이유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저 택시업의 기본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어떤 마케팅을 해서 매출을 올릴까 걱정을 한다면 우리 식당에서 파는 메뉴 혹은 상품들은 기본기가 잘 지켜졌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람들은 '충실한 기본'을 오히려 '특별함'으로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