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추천 | 마스
요즘 영화는 거의 넷플릭스와 왓챠를 번갈아 가며 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두 달 보다 보면 생각보다 콘텐츠 만족도가 떨어집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추천 서비스가 제 역할을 못합니다. 무엇을 봐야 할지를 고민하며 5분 보다 끄고 5분 보다 끄고를 반복하는 저를 보며 추천 알고리즘이 아직은 미숙하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감정의 변덕이 심한 동물이라 컴퓨터 따위로 커버할 수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 다음으로는 무차별적인 콘텐츠 노출입니다. 오히려 양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보는 작품마다 모두 마음에 든다면 문제가 없겠습니다만 스트리밍 콘텐츠 기업 입장에선 안타깝게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보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가끔 정말 별로인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면 갈수록 실패하길 두려워 합니다. 개인적으론 실패하지 않기 위해 고르는 데만 30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왓챠는 그나마 구독자들이 남긴 평점과 리뷰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라도 있지 넷플릭스는 그것마저 없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우주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가장 좋아하는 기업가가 되었으며 웬만한 우주에 관련된 영화는 거의 다 챙겨봤습니다. 판타지보다는 SF에 더 끌립니다. 현실감 제로인 <스타워즈>보단 <인터스텔라>나 <마션> 쪽이죠.
그러다 얼마 전 신박한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넷플릭스를 뒤적 뒤적거리다 발견한 <마스>라는 시리즈 작품입니다. 영화는 2033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화성 탐사 미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2016년이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느닷없이 *일론 머스크와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 나와 친절히 설명해 주시던 천문학자 닐 타이슨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처음엔 조금 어리둥절했지만 금방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죠.
*일론 머스크: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 항공 회사를 세웠으며, X.com과 페이팔을 시작으로 현재 설립 및 운영 혹은 투자하고 있는 회사만 6개(스페이스X, 테슬라, 솔라시티, 더 보링 컴퍼니, 하이퍼루프, 뉴럴링크)에 달한다.
2016년은 화성에 도시를 세우고자 하는 미션을 가진 SpaceX를 중심으로 화성 탐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페이크 다큐가 아닌 진짜 다큐요. 2033년을 배경으로 그려 나가는 이야기는 30~40년 안에 화성을 식민지화 하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실현되면 어떤 모습일지를 SF 형식으로 보여줍니다. 다큐와 SF라는 두 형식의 조화가 신선했습니다.
형식 자체가 새롭다보니 내용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정말 화성에 가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아주 가끔 하곤 합니다.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 위의 상상이겠죠. 인류 역사에 그 어떤 사건보다도 커다란 획을 긋게 될 화성 식민지화 미션이지만 그 변화의 크기가 큰 만큼 위험의 대가는 반드시 따릅니다. 꿈과 열정이라는 순수한 생각과 의지만으로는 턱없이, 아니 절대 불가능한 도전입니다. 영화에서는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가슴이 쿵쾅 뛸 것만 같은 미션의 과정은 녹록지 않고 고되며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모든 활동은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됩니다. 오랫동안 우주를 여행하고 화성에서 지내야 하는 과학자 및 엔지니어들은 육체적 적합성 못지않게 정신적 능력 또한 생존과 프로젝트의 성패와 직결됩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이야기는 앞으로 제2의 거주지로서의 가능성을 남극 탐사에서 가늠한다는 점입니다. 화성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극한의 환경을 가진 남극을 통해 이미 겪었다는 거죠. 단순히 극한의 환경에서의 생존의 문제뿐 아니라 기술적, 정치적 협력 혹은 팀워크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갈등이 천문학적 액수의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온통 위험 투성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셀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도전을 서슴지 않는 일론 머스크에게 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의 SpaceX가 있기까지 전 세계의 정치적 이해관계, 회사 자금 조달 문제, 기술적 문제 등등 어려움이 많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저 의자에 앉아 그들의 행보를 보면서 느꼈던 설렘은 영화를 통해 조금 더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지금껏 헤쳐 온 어려움보다 더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다행성 거주 인류로서의 꿈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