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쳐갔던 수많은 물건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들에게 영혼이 있다면 나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들과 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대신 기억을 하고자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처음으로 이야기할 녀석은 나의 가장 깊은 곳에 파고들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물건이다. 2020년 8월에 처음 만났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갤럭시 버즈 라이브』블루투스 이어폰과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케이스』이다.
3년간 동고동락을 하면서 바닥에 떨어지고 긁히고 부서지고 하면서도 한 번도 잃어버린 적 없이 내 곁을 잘 지켜줬다. 케이스에 그려진 라이언이 잘 지켜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라이언 캐릭터를 좋아했다. 그래서 묻고 따지지 않고 골랐던 케이스다. 물론 지금도 라이언을 좋아한다.
케이스를 열어보면 미스틱 브론즈의 고급스러운 빛을 내뿜는 강낭콩 한쌍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완충을 하면 하루정도는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된다. 통화를 할 때 수음이 잘 안 되는지 상대방이 잘 안 들린다고 답답해 하기는 하지만 난 불편함 없이 잘 쓰고 있다. 대신 통화 할 때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강아지가 간식으로 오해해서 깨물었다가 이빨 자국만 남기고 미수로 그쳤던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귓속에서 다양한 음악과 소리를 전달해 주는 인생에 좋은 파트너다. 아내는 이어폰을 귀에 이식했느냐며 여러 번 핀잔을 주었다. 솔직히 이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년쯤 사용했을 때 케이스 모서리에 달려 있던 키링의 고리가 떨어져 나갔다.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부서져서 날카로운 부분이 옷감을 상하게 하거나 가방 속 물건들에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생겼다. 케이스를 새 걸로 바꾸려고 했으나 정든 라이언을 버릴 수 없어 사포로 문질러 둥글둥글하게 만들어 주었다.
언젠가 이 녀석도 제 수명을 다할 날이 올 것이다. 사실 나와 함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나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이 친구가 내 곁을 떠나기 전에 기억해 두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