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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퇴준생 Apr 26. 2023

자판기가 오아시스로 변하는 곳

놀이터는 파라다이스

팜플로나를 떠나는 아침

팜플로나에서 도시의 편리함을 느낌도 잠시, 눈뜨면 다시 떠나야 합니다.

이제 아침에 카페를 들러 자연스럽게 커피를 테이크아웃 합니다. 마치 팜요커(팜플로나+뉴요커)..


떠나는 날 아침, 하필 하늘이 너무 멋지네요.

잘 쉬다 갑니다.


길을 걷다가 텐트에서 나오는 프랑스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의 이름은 '질반'. 말로만 들었는데 캠핑을 하면서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 있군요.

잠시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이는 비슷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데 지금은 비수기라 휴가를 왔다고 합니다.

20kg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40km씩 걷는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무리하냐고 물으니, 내년에 2년짜리 여행을 훈련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집에서 티베트까지 걸어서 여행하는.. 그러니까 순례길 800km 정도는

연습용이라고 할만하네요.


순례길에서 공식적으로 캠핑을 허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을 경찰이 봤는데도 아무 제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밖에서 자면 동물이나 자연보다 '사람'이 무섭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시보다는 길 중간에서 자는 것이 마음 편하다네요.


함께 걸으면 편한 석현과 마눌로

질반을 보내고 한국인과 합류했습니다.

역시 한국어를 쓰니 대화가 편하군요.

동갑내기 '석현이'는 퇴사 후 산티아고 순례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종교적인 의미도 챙겨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더군요.


우리가 같이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얼굴뿐 아니라 성격도 닮았다고 생각했어요.(MBTI는 다르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오히려(?) 서로 신경 쓰지 않았던 점이었어요.

쉬고 싶은 사람은 쉬고, 혼맥을 해도 삐지지 않았죠.

이런 관계가 '친구'인 거죠?


오늘은 '용서의 언덕'을 지났습니다.

여기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힘들게 올라가는데, 무사한 나를 위해 원수까지 용서하는 의미를 느꼈습니다.

원수가 생각나지는 않아서 스스로를 용서했습니다.

"자만해도 괜찮아."


길의 수돗가, 조형물 통과는 못참지

길 중간에 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 수돗가가 나옵니다.

현지인들은 빈 병에 담아서 마시기도 합니다.

저는 사 먹었습니다. 길에서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수돗가에 이끼가 많은 것도 봤고요^^


4일 동안 거의 3만 보씩 걸으니 드디어 물집이 생겼습니다.

가방에 바늘과 실도 없더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같이 걷는 사람들 중 분명히 실과 바늘이 있습니다.

저는 '조셉'이 준 바늘로 물집을 터뜨렸습니다.


물집이 생기는 원인은 '마찰'이라고 합니다.

양말이 짱짱하지 않거나, 신발을 헐렁하게 묶으면 발이 움직이면서 열이 발생하는 것이죠.

힘들다고 발을 바닥에 질질 끌어도 열이 납니다.

물집을 방지하기 위해서 발 전체에 '바셀린'을 바르거나 약국에서 '콤피드'를 사서 붙이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오늘은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잤습니다.

스페인어로 '다리의 여왕'이라는 뜻이 있는데 마을을 떠날 때 나오는

다리에서 보는 풍경이 멋집니다.


이 참새들은 아침에 열려있는 카페를 지나치지 못합니다.

보통 먹는 것은 커피 한 잔과 크로와상 그리고 주모데나랑카(오렌지주스)입니다.

별거 아니었는데 지금 사진을 보니 생각나네요. 저 오렌지 주스 짜는 기계 갖고 싶다.


스페인에도 로또가 있습니다. 아마데우스는 매주 로또를 구매한다고 하는데

100유로를 딴 적도 있다네요.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하루에 4만 보를 걷는 날이었는데 비수기에 만나는 자판기는 오아시스입니다.

햇살을 받는 놀이터는 파라다이스가 됩니다.(애들도 없어요.)


오늘은 '스페인에서 로또 1등이 되면 어디서 살지?'라는 상상을 하며 계속 걸었습니다.


https://youtu.be/yLLCp_MkJ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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