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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퇴준생 May 01. 2023

스페인 중식당에서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

이건 몬참치

네 번째 순례길에 오른 '엘리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돌아온 삶에서 사실 큰 변화는 없다.

근데 의외로 기억나는 대화는 우연히 만난 네널란드 할머님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엘리스'는 벌써 네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기분 나쁘지 않은 팩트폭행 몇 가지를 적어본다.


"한국인들아, 제발 일 좀 그만해라."

"하고 싶은 이유를 찾기보다 그냥 일단 실행부터 해봐."

"다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빠져나와. 인생은 짧다!"


자신의 속도대로 가자.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걷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길에서 혼자 걸을 때도 좋고, 함께 걸을 때도 좋다.

살면서도 혼자 일어설 줄도 알아야 하고 함께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감성적인 말도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는데 너무 오글거리니 나만 봐야겠다.


조금 다른 느낌의 크로플

중간에 문을 연 카페가 있으면 아는 얼굴을 만난다.

친하지 않아도 '부엔 까미노'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다.


대부분 3.7유로짜리 햄치즈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 한 잔 세트를 시킨다.

해를 등지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신발과 양말까지 다 벗어재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숙소 상태는 어떤지, 저녁은 뭘 먹을지 얘기하다가

다시 걸으면서 이어가자며 가방 지퍼를 잠근다.


한적한 마을 '나헤라'

순례길을 걸은 지 일주일, '나헤라'에 도착했다.

나름 식당도 많고 숙소도 괜찮아 이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마침 마을 축제와 겹쳐서 저녁에 밖으로 나왔다.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두 주먹을 번갈아 하늘로 찌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례적이다.

사람이 많아 정신없는 식당에서 타파스로 배를 채우고

푸드트럭에서 파는 추러스를 몇 개 입에 넣은 채 일찍 숙소로 향했다.


중식 맛집 '소피아'

다음날, 드디어 데이오프다.

마침 이곳의 중식당 '소피아'가 맛있다는 정보를 듣고 순례자의 메뉴를 시켰다.

간장 볶음면, 치킨 카레, 새우 볶음밥, 탕수육을 시켜서 26유로를 냈다.

한 달 만에 먹는 중국식 볶음면은 진짜 혀를 춤추게 하더라.

다만 찍먹충에겐 가혹한 소스가 듬뿍 적셔져 겉옷이 부들부들해진 탕수육이 나오니 조심하길 바란다.


나헤라의 '나바라 광장'

바람막이에 반바지 그리고 쪼리를 질질 끌고 장을 봤다.

'나 유럽이구나?'를 느꼈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왔는지 광장의 노천카페는 만석이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 화이트와인 한 잔을 시켰다.

반짝이는 잔을 보며 '나 유럽이구나?'를 두 번 느꼈다.


목표를 향해가는 여정에서 가끔 몸과 정신에 달콤한 휴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https://youtu.be/hpm8Ujotk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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