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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중식당에서 참을 수 없는 일을 당했다

이건 몬참치

by 주간 퇴준생
8-1.jpg 네 번째 순례길에 오른 '엘리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돌아온 삶에서 사실 큰 변화는 없다.

근데 의외로 기억나는 대화는 우연히 만난 네널란드 할머님과의 대화에서 나왔다.

'엘리스'는 벌써 네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나왔던 기분 나쁘지 않은 팩트폭행 몇 가지를 적어본다.


"한국인들아, 제발 일 좀 그만해라."

"하고 싶은 이유를 찾기보다 그냥 일단 실행부터 해봐."

"다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에서 빠져나와. 인생은 짧다!"


8-2.jpg 자신의 속도대로 가자.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페이스에 따라 걷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길에서 혼자 걸을 때도 좋고, 함께 걸을 때도 좋다.

살면서도 혼자 일어설 줄도 알아야 하고 함께 어울릴 줄도 알아야 한다.


이런 감성적인 말도 모두 영상으로 기록했는데 너무 오글거리니 나만 봐야겠다.


8-3.jpg 조금 다른 느낌의 크로플

중간에 문을 연 카페가 있으면 아는 얼굴을 만난다.

친하지 않아도 '부엔 까미노'를 건네며 안부를 묻는다.


대부분 3.7유로짜리 햄치즈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 한 잔 세트를 시킨다.

해를 등지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신발과 양말까지 다 벗어재낀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지, 숙소 상태는 어떤지, 저녁은 뭘 먹을지 얘기하다가

다시 걸으면서 이어가자며 가방 지퍼를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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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마을 '나헤라'

순례길을 걸은 지 일주일, '나헤라'에 도착했다.

나름 식당도 많고 숙소도 괜찮아 이곳에서 2박을 하기로 했다.

마침 마을 축제와 겹쳐서 저녁에 밖으로 나왔다.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두 주먹을 번갈아 하늘로 찌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례적이다.

사람이 많아 정신없는 식당에서 타파스로 배를 채우고

푸드트럭에서 파는 추러스를 몇 개 입에 넣은 채 일찍 숙소로 향했다.


8-6.jpg 중식 맛집 '소피아'

다음날, 드디어 데이오프다.

마침 이곳의 중식당 '소피아'가 맛있다는 정보를 듣고 순례자의 메뉴를 시켰다.

간장 볶음면, 치킨 카레, 새우 볶음밥, 탕수육을 시켜서 26유로를 냈다.

한 달 만에 먹는 중국식 볶음면은 진짜 혀를 춤추게 하더라.

다만 찍먹충에겐 가혹한 소스가 듬뿍 적셔져 겉옷이 부들부들해진 탕수육이 나오니 조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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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헤라의 '나바라 광장'

바람막이에 반바지 그리고 쪼리를 질질 끌고 장을 봤다.

'나 유럽이구나?'를 느꼈다.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마을 사람들이 전부 나왔는지 광장의 노천카페는 만석이다.

우리도 자리를 잡아 화이트와인 한 잔을 시켰다.

반짝이는 잔을 보며 '나 유럽이구나?'를 두 번 느꼈다.


목표를 향해가는 여정에서 가끔 몸과 정신에 달콤한 휴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https://youtu.be/hpm8Ujotk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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