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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퇴준생 May 08. 2023

산티아고 순례길 맨몸으로 가세요

여기 다 팔아요

버스타고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

부르고스의 아침, 저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제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끝내는 것은 아니고

일정 때문에 '레온'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버스타지마 그거 꼼수야"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700km 가까이 두 발로 걸은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는 170km 정도인데 걸어가면 9일로 계획합니다.

버스로는 3시간 걸렸네요.

평소 한국에서 당연시되는 교통수단에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레온 알베르게

저는 레온의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성당에서 운영하며 숙박 비용은 8유로이고 조식을 주는데 추가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수용인원이 많았지만 깔끔한 편이었고 사물함을 잠글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란데 세르베자

버스에서 팝콘으로 허기를 때웠기 때문에 바로 숙소 앞의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맥주부터 주문하는데 사이즈를 묻는다면 김상중처럼 이렇게 대답하세요.

"Grande 말입니다..."


레온부터는 '카스티야'지방입니다.

이곳에서는 맥주 등 음료를 주문하면 기본 안주를 줍니다.

보통 치즈를 올린 빵이나 부대찌개 맛이 나는 '가르반조 수프'가 나옵니다.


기본안주와 제육볶음

메뉴에서 '제육볶음'으로 보이는 그림을 시켰습니다.

얇게 썰은 감자를 튀겨서 바닥에 깔고 반숙 두 개 그리고 잘게 다진 돼지고기 볶음이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뜨끈한 국물과 식사를 맛보니 고향의 맛이 생각났습니다.


데카트론 탐방

오후 시간이 여유로워서 '데카트론'을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데카트론은 프랑스 브랜드로 가성비 좋은 아웃도어 용품점인데, 유럽 전역에 퍼져있습니다.

그래서 순례자들이 중간에 필요한 용품을 사러 많이 들르곤 합니다.

한국에도 입점되어 있어서 한 번 들러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저는 순례길을 걸으면서 편집까지 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침낭 대신 노트북을 가지고 왔습니다.

비교 대상이 이상하다며 추우면 노트북을 끌어안고 자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데카트론에 가볍고 저렴한 침낭을 사려고 갔는데

쇼핑이 끝나자 새양말과 새재킷이 생겨버렸네요.


Dom과 Asgar

숙소에 돌아오자 오늘 걸어온 새로운 순례자들을 만났습니다.

다음날 같이 걷게 될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영국(돔), 이탈리아(에리카), 덴마크(얀, 아스카), 네덜란드(유진, 이샤) 그리고 한국(진)까지

누군가는 중간에 합류하기도 헤어지기도 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역시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색하지만 각자 나라의 이야기를 하며 경계를 허뭅니다.

바이킹은 덴마크가 원조라던가, 런던의 물가가 비싸지 않다는 등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김정은'이었습니다.


새로운 동료들과 시작할 생각에 설레는 밤이었습니다.

저는 이들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여유로운 레온의 오후

https://youtu.be/e3L8f_xNQ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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