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주문할 때 발음 조심
"렁 샤우디 리베~"
"이부르히 우라!"
"딴따구리~ 아떼"
아침부터 이게 다 무슨 소리냐면요, 각 나라별 생일 축하 노래입니다.
오늘은 함께 걷고 있는 '훈'의 생일입니다.
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다 같이 노래 부르는 모습이 어린아이들 같이 순수하네요.
올해는 여행지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새로움을 추가해 보는 것 어떠신가요?
차도 옆을 걸어가다 보니 대형 트럭이 지나가면 흙먼지가 장난이 아닙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길래 노려보니 탱크들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에리카의 말에 따르면 저 텐트들은 이탈리아산이라고 합니다.
어디로 가는 것이냐 물으니 스페인에 도착한 후 다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중이랍니다.
아 우리가 진짜 전쟁 속에 살고 있구나.
유럽에 있으니 생생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흉흉한데 개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왈왈 짖을 뿐입니다.
그림 같은 하늘을 지나 '호스피탈 데 오르비고'의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카페에서 콜라를 많이 먹게 되는데 보통 '코크 플리즈'라고 주문하게 되는데
가끔 옆에서 큭큭거리며 웃을 때가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coke는 콜라 cock는 남성의 성기를 말하는 발음입니다.
그래서 각별히 주의하시거나 그냥 '코카 콜라!'라고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이곳에서는 음료를 시키면 기본 안주를 주는데 소시지가 나왔습니다.
바로 손으로 집어 입속으로 던지자 또 낄낄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서 헝겊으로 고기 등을 감싸고 말리게 되는데
그 껍데기를 벗기지 않고 먹어서 그렇다네요.
미리 알고 가시면 유럽 카페에서 창피당할 일은 없으시겠죠?
그룹에서 젊은이를 맡은 이샤와 에리카랑 걸을 때는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자 등산 스틱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습니다.
그걸 놓치지 않고 피리를 부는 둘입니다.
재밌냐고 물어보자 시간 때우기 위해 하는 거랍니다.
솔직하기도 하네요.
"그럼 북한 K-pop도 있어?"
정말 예상치 못한 황당한 질문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들만의 노래가 있으니 북한 K-pop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순간 '대홍단 감자' 노래가 생각나서 불러줬습니다.
"감자 감자 왕감자~"
익살스러운 목소리에 빵 터짐도 잠시, 웃기지만 슬프다며 생각에 잠깁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오직 큰 감자라는 현실이 노래에 반영된 것 아니냐면서요.
생각이 깊은 이샤를 보고 반성하고 있는데 바로 방귀 뀌고 도망가네요^_-
초등학생이냐?
뙤약볕을 걷고 걸으니 오아시스 같은 헛것이 보입니다.
아니 진짜 무료 간식을 나눠주는 장소네요!
그곳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몇 년 전 순례길을 걷다가 이곳에 정착했다고 하네요.
그는 주로 명상을 하거나 이렇게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라고 합니다.
"지금 행복하냐?"는 질문에 "산티아고 순례길과 같다"라고 답합니다.
어떨 때는 날아갈 듯 행복하고 어떨 때는 죽을 만큼 힘들고, 아플 때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생도 똑같지 않냐며 역질문을 합니다.
그는 아직 '과정'속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자가 되는 과정인 것일까요?
30km 가까이 걸어온 알베르게에 5번째로 도착했습니다.
2층 침대가 4개 있는 방이었는데 역시 1층은 모두 마감했네요.
힘든 날 2층은 더 힘듭니다.
샤워 후 L자 다리를 하며 다리에 용서를 구해봅니다.
생일자의 주도로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향했습니다.
무아지경으로 치킨윙을 뜯고 있는데 누가 제 엉덩이를 쿡쿡 찌르네요.
갑자기 이샤가 10유로만 내놓으라며 손짓합니다.
'나 삥 뜯기는 건가?'생각에 잠길 찰나에 생일자에게 선물할 거라며 십시일반 모은 돈을 보여줍니다.
벌써 눈치챘겠지만 훈은 모른척하고 있어서 다행이네요.
다들 우물쭈물하길래 "Sing!"을 외치자 시작되었습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정이 참 많아요.
순례길에는 정을 나누고 싶어서 걷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만난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