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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퇴준생 May 31. 2023

덴마크 부자가 커피를 계속 사는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 ep.14

산꼭대기 목적지

오늘의 목적지 O Cebriero는 고도 1,400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금 서있는 곳이 400m인데 28km 가까이를 급경사로 가야 한다는 뜻이네요.


BAR LA KABILA

든든한 배를 준비하기 위해 카페를 들렀습니다.

고맙게도 '아스카'가 에너지바를 나누어 주네요.

캔콜라를 쳐다보자 그건 안된다며 단호박을 칩니다.

대신 앞주머니에 있던 바게트를 준다는데 너 그거 2주 전에 샀잖냐?


이곳 Vilafranca del Bierzo는 '스페인 하숙'이 있었던 마을이라고 합니다.

당시 알베르게로 사용하던 건물은 폐가가 되어서 둘러보진 못했네요.

아쉬운 마음에 카페 벽에 가득한 낙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몇 자 적어봅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순례길 버스

길을 걷다 보면 가끔 버스가 지나갑니다.

순례길 구간을 꼭 걷지 않고도 다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걸으면 9일 걸릴 코스를 3시간 만에 점프한 경험이 있는 저는

버스가 보일 때마다 이런 생각에 잠깁니다.

'나 좀 태워줘'


180km 뚫림

이제 최종 목적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180km도 안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을 매일 어떻게 걷나 생각했는데 어느새 일주일도 남지 않았네요.

사람들과 이제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끝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습니다.

나만 쉬고, 나만 먹고, 나만 잘 가면 되는 이기적인 시간들을 후회하고

남은 시간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많은 비중을 두기로 결정했죠.

다른 사람들도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매일 같이 걷고, 자고, 먹으며 '까미노 패밀리'가 되었습니다.


덴마크 '얀'

덴마크인 '얀'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여 명이 함께 다니는 그룹 안에서 아버지 역할을 했는데요,

중간에 들르는 카페에서 자주 골든벨을 울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왜 그러는지 물어봤어요.


"솔직히 커피는 싸잖아. 내가 이 그룹에 속해 있으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얻는 것이 훨씬 많거든. 내가 커피를 사는 것은 그것에 보답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그래서 이 돈을 내는 것이 내가 남들보다 많이 지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긴 시간 동안 함께 걸으며 가족이 된 느낌이지. 우리에겐 '구글 번역기'도 있잖아ㅎㅎ"


멋진다~'얀'진아!


호아킨을 기다리며

'호아킨'은 온두라스에서 태어났는데 지금은 미국 군인이 되어 시민권을 획득했다고 하네요.

빨리 달려가겠다며 아침 일찍 출발한 그의 체력이 대단해 보였습니다.

산중턱쯤 걷고 있는데 누군가 길에 뻗어있어요. 호아킨이네요ㅋㅋㅋㅋ


어지럼증 호소인 호아킨을 뒤로하고 친구들이 자리 잡은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코카콜라 기본? 제로?를 고민하다가 주문했습니다.

"맥주 한 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지역

우리는 드디어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마지막 지역 '갈라시아 지방'에 입성했습니다.

이곳부터는 표지석에도 'galacia'라고 쓰여있네요.


스페인도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지역별 특색이 있는데

일단 갈라시아 알베르게들은 현대화(?)가 잘 된 느낌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최대 관광상품인 산티아고를 품고 있는 지역이라 그런지

순례자에 대한 눈빛이 호의적이었어요.


갈라시아 전통 음식

갈라시아 전통 수프인 'Caldo Gallego'는 우거지 감자탕의 맛이 났습니다.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이곳, 한국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일까요?


자기 전 알베르게

오늘밤도 아쉬움을 담은 손길이 알베르게 침대 조명으로 향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UAe1p-0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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