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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 퇴준생 Sep 28. 2023

억지로 끌려왔다면 당근을 흔들어주세요..!

프랑스 커플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유

안녕하세요. 오늘은 마지막 바로 전날입니다. 어제 멜리데에서 잤고

끝나가니까 슬플 줄 알았는데 아직은 기쁜 게 더 크네요.

완주까지 해낸다는 느낌이고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을 향해서 오늘도 아침 카페를 거르지 않는 참새들입니다.

역시 조식은 토스트와 치즈, 그리고 하몽이죠.

이때 많이 먹어두세요.

한국으로 돌아오면 하몽이 그렇게 비싸거든요!

오늘은 드디어 도착지까지 50km가 뚫리는 날입니다.

보통 표지석에는 도착지까지 남은 거리가 표시되는데 C.Complementario라고 쓰여있으면 지름길이라는 표시입니다. 근데 지름길이어도 쉬운 길은 아닌 것 같아요. 산속으로 들어가고 경사가 조금 더 가파르거나 합니다.

우리가 살아갈 때도 지름길이 보이면 가고 싶어 질 텐데 결코 쉬운 길은 아니라는 것 알고 계시죠?

근데 어떤 길을 택해도 누구도 나무라지 않으니까 마음껏 헤매어 보시고 무모한 시간을 가져보시면 다음에 더 좋은 길을 택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에 있을 때는 콜라를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 몸을 고생시키고 나니 그렇게 맛있던데요!

혹시 만드는 방법이 다른가? '우노 꼬까 꼬라(Uno coca cola)'한잔 마시러 카페가 열었나 수시로 두리번거리는 순례자들입니다.

우리의 최종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가장 유명한 숙소에서 지내기 위해 미리 전화로 예약을 했습니다. 영어로 소통이 잘되고 친절합니다. 호텔 이름은 '산 마르티노 피나리오 수도원'인데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갈라시아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이라고 합니다. 숙소의 종류는 순례자의 방과 호텔방이 있는데 순례자는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저는 오랜만에 좋은 방에서 자고 싶어서 호텔방으로 예약했는데 솔직히 큰 차이는 없어 보여서 나중에 간다면 순례자의 방으로 갈 것 같아요. 제가 예약한 과정을 아래 쇼츠에서 한번 확인해 보세요.


프랑스에서 온 커플 벤&베니와 걸은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처음으로 그들을 인터뷰해 보기로 했어요. 이곳에 오자고 한 사람은 남자친구 벤인데요, TV를 보다가 언젠가 꼭 가고 싶은 버킷리스트로 담아두었고 이번에 둘이 일을 그만두고 왔다고 합니다. 둘은 파리에 살면서 직장 생활을 했는데 물가가 너무 비싸기도 하고 일도 힘들어서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원래 살던 본가에서 지내면서 다음 할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해요. 대화 중에 이런 말이 기억납니다.


"우리가 살면서 이렇게 긴 여행을 할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지금 나는 직업도, 돈도, 집도, 아이도 없어. 사람들은 자유롭기 위해 일을 한다는데 점점 자유를 잃어가는 것 같아. 지금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것이 아닐까?"


대화를 하면서 공감되면서도 이런 현실로 돌아갈 날도 얼마 안 남았구나 실감했다. 나는 자유를 얻고 싶다.

나의 마지막 질문은 "Han(나)는 어떤 사람이었어?"였다. 벤의 대답은 "착하고, 재밌고, 한국어로 숫자를 알려준 사람"이었다. 실제로 마지막날까지 1에서 5까지 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끔 5는 '하나'라고 말하지만..

우리의 목을 적셔줄 맥주가 있는 카페를 발견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꽉 차있는 것이 아닌가. 딱 보기에 어려 보이는 이들은 아일랜드의 대학생들이었다. 우리로 따지면 MT? 비슷한 행사를 온 것인데 이런 길에서 우정을 쌓는 모습이 부러웠다. 유럽에는 여러 나라가 있지만 대륙이 연결되어 있어 지방 이동하듯 다닌다. 이럴 때는 중국으로 연결될 수 없는 분단국가의 설움이 느껴졌다.


마지막 밤을 보낼 페드로조에 도착했다. 이때부터는 기분이 이상하긴 했다. 숙소에 도착해서 내일 버릴 것들을 정리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마지막이 실감 났다. 지금 이미 한국에 돌아온 지 꽤 지났지만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영상으로 이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이때의 감정, 생각들이 영상을 보면서 떠오르고 함께했던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여러분도 개인 소장용으로라도 꼭 영상을 남겨놓으시길.

길 위에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역시 이런 날 빠질 수 없는 것이 맥주지. 이곳에서 지내다 보면 최소한 5개국 이상의 건배어를 배울 수 있다. 스콜, 프로스트, 친친, 살룻 그리고 건배!

그럼 아래 사랑으로 가득한 사진으로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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