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언[선포/공표]하다
"팀장님, 바쁘신가요? 3층에서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내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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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무섭게~"
"하하...팀장님, 제가 회사를 그만 다니려고 합니다."
"...그래 충분히 고민하고 말하는 거지?"
"네"
"그래"
한동안 그렇게 별말씀이 없었다. 사실 나는 이런 시작을 예상했다. 왜? 뭐할 건데? 현실은 시궁창이야 등등
나의 걱정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몇 분 후 팀장님 입에서 나온 말은 "부럽다"였다.
그때 생각났다. '아, 나는 정말 좋은 팀장을 만났지.'
그렇게 30여분을 대화했고 내가 먼저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다. 오늘은 싫지 않은 술자리였다. 왠지 나를 축하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차이도 있고 팀장이라는 직급 차이도 나는데 단 둘의 술자리가 불편하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면 업무 공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면서도 나의 비전을 위한 길로 가라는 진심 어린 말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혼 법정에서도 4주의 시간을 가지는데라는 농담과 함께 2주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7월 8일, 그때도 나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바로 인사팀에 채용공고부터 요청하신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나를 반대하면 그를 반대할 궁리를 하게 되는데 나를 감싸주니 나도 그 사람을 감쌀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나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다. 어쨌든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 선언했고 나는 인생을 바꾸려고 한다. 바뀐 인생에서도 믿고 의지할 사람이 한 명 더 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