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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Aug 16. 2022

영혼의 울림을 기다리며

소리를 듣는 자

인간은 장구한 시간을 지나 미개함과 무지를 뚫고,
지식과 지혜를 축적하여 어쩌면 공룡이나 사자보다 연약한 육체로 멸망에서 살아 남아 거대한 인류 문명을 일구었다.
또한 존재를 항한 의식적 성장도 이루어 스스로의 자각을 넘어 미지의 신에 대한 믿음과 신앙을 통하여 종교를 만들고, 철학과 심리학을 통하여 성찰과 통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비즈니스를 위한 이익적 관계와 형식적 이웃 사랑을 초월하여 인류 공존을 위한 진정한 이타애를 발휘하는 해탈과 거듭남의 고차원 의식을 추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얼마나 위대한 장도인가?
불을 사용하지 못해 돌도끼로 사냥한 고기를 동굴에서 날것으로 먹던 짐승과 같았던 인간 종족이 인종과 국가, 민족과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 가족임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여 하나 된 사랑을 구현하는 차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이 위대함을 넘어 소름과 탄복에 이른다.
원시인으로 바로 이웃 종족을 살해하고, 마치 짐승처럼 잡아먹던 인간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인간은 다시 미개한 종족으로 돌아가고 있다.
위대한 역사의 탑을 쌓아왔지만 인류는 다시 자본과 물질의 노예로 탈인류의 길을 걷고 있다.
자각하지 못하던 무의식의 종족에서 고차원의 문명까지 꽃피웠던 인류가 다시 내적 자아의 소리에 귀를 닫고, 황금의 마천루가 솟구친 외적 환락에 넋을 빼앗기고 있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돌아 가는지 그 모든 여정을 잊은 채 망각의 존재가 되어 외롭고, 고독한 섬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분명 보이는 것은 충만하게 채워졌는데, 아니 차고 넘치도록 채워졌는데 인간은 모두가 외롭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 그리고 누구에게 질문해야 하는지 모른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들은 모두 나를 이용하기 위해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늑대다.


어디에서 인류는 길을 잃어버렸는가?
왜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가?
눈이 바깥 휘황찬란한 환상의 섬으로 향하는 동안 심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찾는 자는 다시 돌아온다.
그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거기엔 부의 거대함은 있을지언정 자신이 존재할 장소는 없음을 뼈저리게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였는데, 내 생명을 주고도 아깝지 않은 존재였는데 그로부터 배신과 상처는 씻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겨졌다.
그럼 어디에 나는 거할 수 있는 곳이 있단 말인가?


다시 돌아간다.
어디에서 길을 잃어버렸는지 찾아 헤맨다.
그리고 그것을 만나기까지 수많은 문을 두드린다.
이전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의 열림을 위해
시간이 열리기를
불쌍한 나를 위해 기회가 열리기를 기도한다.


수많은 날들이 다시 스쳐간다.
만날 수 없고,
기약 없는 날들이
다시 오지 않을 영원처럼 이어간다.
거기 수많은 연들이 쌓이고
우연들이 스쳐 지나감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대는 선택할 수 있는 운명을 만나리라!


지구는 장구한 수레바퀴를 돌렸다.
우주 또한 그 시간을 허락한다.
아주 보잘것없는 육체로
파리 목숨보다 못한 존재로
그대는 다시 이곳 지구에 언약을 기억한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언약을 잊지 않았음을.


다시 그대에게 기회를 준다
무엇을 심을 것인가를
수 천 년을 지나
수 만 년 동안
인류는 똑같은 역사를 반복했다.
먹고, 마시고, 죽이고
다시 또 태어나는 수레바퀴를.


너 또한 같으려나?
다시 또 그 길을 밟으려는가?
다른 씨앗을 심지 않으려는가?


무엇이 그대를 기쁘게 하였으며
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며
영원함이 공허를 밀어내야 함을 인식하지 않았는가?


침묵은 그대에게 말한다.
고요와 정적은
멈출 때
그대의 영혼을 붙잡고 소리친다.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말라고
너 단 한 번의 생이 아니었고
다시 돌아 천 년의 시간을 지나
또다시 여기 서 있음을 기억하라고


이제 기다림을 멈추고
자신과 갈등과 번뇌를 지나
그 자리에 서서
소리쳐 선포하여야 함을


너는 위대함이며
존재의 시작과 끝이며
질문의 답을 알고
너를 향해 소리를 들어라!
그건 소리침이라고.


진정 자신을 앎은
자신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아는 것이며
그 앎을 위해
이웃을 향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너를 최고로 사랑하듯
이름도 얼굴도 모르고
기억도 없는
스치는 그 존재를 향해
말을 한 번 건네 보라고.


나는 너를 기다렸노라고.
아주 오래전
우리는 복숭아 밭 아래
서약을 하였노라고.


그래서 나는 너를 보고 싶었고
너를 사랑하며
너의 영원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오늘
여기 이 지구에서
고백하기를


소리를 듣는 자여
응답하기를
그대의 심장에
나 노크하오.




ps. 아무것도 몰랐던 존재의

깨어남을 자신에게 서술하며

긴 서사의 노래를 부른다.



소리를 듣는 자



걷는다 그것을 만나기까지

듣는다 그대의 두드림을

기다린다 그 시간의 열림을


날들은 만남을 이어가고

우연은 인연을 포장하며

연결은 운명을 선택하려 하는데


장구한 수레바퀴를 돌려

여기 한 점 지구에

서 있는 그대여


무엇을 심었으며

무엇을 거두었으며

다시 무엇을 반복하려 하는가


멈춤과 정적을 향해 걷고

침묵과 고요를 들으라

거기 너만이 기다리고 있나니


윤 정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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