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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Oct 11. 2023

공사하는 시인(詩人)

여기까지 걸어왔어. 기다려, 거기까지 갈 테니깐


나무로 상(像)을 짜고

그 위에 강판을 씌우고

육각 피스로 고정한다.


낡은 지붕을 리모델링하든지

비가 새는 옥상을

새로운 공법으로 방수하는 공사다.


다른 사람 밑에서

조수로 배운 것을 더하면

30년 가까이해왔던 일이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혼나고

시공한 작업을 다 뜯어 버리는

수모를 당하면서 배웠다.


지금은 눈을 감고도

설계도가 다 그려지고

어떠한 어려운 공사도 쉽다.


직접 맡아서 시공할 때는

어떻게 시공해야 하나 걱정으로

전날 밤새 잠을 못 잤다.

수년 동안 그랬다.


그런데 반복연습을 통해

오래 동안 배우고 경험을 쌓으니

안 되는 일이 없었다.

두려움은 계속 도전하는

경험을 통해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단계에 이르니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고

완성한 후에는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자부심과 흐뭇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일하면서도 상담을 하고

누가 방문하여 도움을 요청하면

노트북을 켜고 멘토가 된다.

가끔은 이렇게 시(詩)를 쓰는 시인이 된다.


공사하는 시인,

누가 그렇게 불러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꿈꾸는 비전이 있기에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땀 흘리는 육체노동을 통해

직업의 소중함과 겸손을 배우고

글 쓰는 시인의 영감을 통해

함께 공존하는 지혜를 나눈다.


방법이 없다고 고민하고

길이 없다고

울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내일을 향해 걷는 오늘도 있다.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또 걸으리라!

기다리는 너를 만나고

저 우주의 품으로 안기는 그날까지


마음에 간직한 예쁜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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