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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Nov 02. 2023

연애와 결혼

당신의 울타리를 지옥과 천국으로 건설하는 시간


연애할 때는 천국이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

누구도 그 기분을 알지 못할 것 같다

어쩌다 내가 이런 축복을 받았을까 하고


결혼을 하고

신혼초가 되면

더 예쁜 상황을 만들고자 애쓴다

서로 사랑하기에


그리고 1, 2년이 흐르면

갈등이 시작되고

의견이 대립되며

자기만이 옳다는 관념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때는 자제력이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달래준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그 싸움은 서로를 밀어내면서

입을 다물거나

피 튀기는 싸움으로 변한다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징글징글하게 서로 어긋나면서

천국이었던 둘의 사랑은

지옥보다 더한 곳으로 변질되었다


같이 김치를 담그다가 엎어버리고

밥을 먹다가 엎어버린다

한밤 중에 울면서 차를 몰고 도망가고

누가 저 사람을 만나게 했는지

그 연결 자를 기억 속에 추적하며 원망도 한다


스스로 가면 씌워진 착함으로 포장되어

내면 깊숙이 잠재된

나만의 사고방식이나 습관,

생활 방식이나 관념은

연애와 신혼의 달콤함이 사라지면서

그 본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녀 또한

서로에게 가진 관심이

소원(疏遠)한 관계로 바뀌면서

생존 전략의 우위에 서고자

그녀만의 사고방식이나 습관,

생활 방식이나 관념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문득 든 생각

누구도 나를 화나게 하지 않았다

아니 화나게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나의 배우자는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그녀는 나의 잡티를 제거하고

18금이 아닌

순수한 금으로 제련하는 망치임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나는 서서히 변했다

분노는 조금씩 사그라들고

자주 마찰이 일어나던 문제는

더 나은 해결적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해

가타부타 따지는 것보다

지금 현 상황에서 최선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그 제안을 상대에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법을 배웠다.


그때부터 감정은 평온을 되찾고

가식으로 포장된 착함은

있는 대로 드러내는 민낯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유를 배웠다


이것은 경험이다


천국인 줄 알았던 가상적 세계에서

지옥의 처절한 쓴맛을 맛보고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

오랜 날 동안 고뇌하였던 질문의 시간은

현실 속 천국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어떤 사람이라는 대상이나

무엇으로 인해 지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관념적 사고는

마치 관성의 힘을 받아 무조건 직진하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지속해 온 것들을

생각이나 언행으로

선택하는 그 선택이 지옥이었다

동전의 양면이다


의식의 전환을 통해

생각이 이것에서 저것으로

이 선택에서 저 선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그 선택을 한 번 바꾸어 보는 것

그것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였다


삶은 똑같다


거기 고춧가루 묻어 있는

밥그릇은 그대로 있고

그것을 보고 아내에게

설거지 문제로 짜증을 내거나

하기 귀찮아하던 내가 하거나

아니면 조용히 주는 대로 입 다물고 먹거나

그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삶의 매 순간이 철학이요

종교이며

신(神)과 엄숙한 만남이다


그 만남이 향기로울지

그렇지 아니할지는

오로지 그대의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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