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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Apr 27. 2024

없음과 있음의 별

자아가 아닌 존재를 사랑하는 사람


나 없음의 별에서 왔어


거기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지

없음만 빼고는


여기 있음의 별을 왔더니

여기는 없음이 더 흔하더라고


나, 울면서 슬픔을 배웠어

나, 상처 주고 상처받으면서

아픔을 알았지

나, 너를 잃고 이별과 죽음을 깨달았어


슬픔이 있기에 기쁨의 크기를 알았고

상처가 있기에 따뜻함의 의미를 알았고

이별과 죽음이 있기에 지금 삶의 행복을 알았지


있음 속에서

없음이 무엇인지 알 수 없던 내게

없음이 일상인 아픔 속에서

있음의 소중함을 알았어


있음의 소중함은 없음만이 알게 함을

이제 없음을 사랑하는 법을 통해 배웠어


처음에는 행복을 알려달라 구했었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지 몰랐기에

이것을 해도 행복하지 않아

저것을 해도 행복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아우성쳤지


그리고 사랑의 의미를

나눔과 진리의 의미를

많은 시간 찾아 헤맸었지


언어가 알려주고

몸이 행하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그런데 그게 왜 행복이며

그게 왜 사랑이며

그게 왜 나눔인지는 알려주지 않잖아


그 결과도 알아

그 방법도 알아

근데 그걸 왜 해야 하는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데


그동안은 이기적인 자아가

이기적인 타자를 사랑하더라고


겉은 사랑이고

겉은 나눔이었어


그런데 속은 나의 명예를 위했고

나의 권력을 위해 너를 이용했고

나의 이기심을 채우려

그럴싸한 명분이 필요했던 거야


그 미묘함의 차이를

스스로까지 속이는 그 미묘함의 차이를

무의식에 잠든 네가 어찌 알겠어


습관과 감정이라는 프레임에

반응만 하는 네가,

의미를 되새겨 볼

생각의 공간을 상실해 버린 네가

그 깊이와 높이를 어찌 알겠느냐고


내게 없음이란, 곧 고귀한 진리야

그 없음이 없으면

있음도 의미가 없기에

이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할 거야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음을 통해 있음을 받고

있음을 통해 없음을 나눠


없음이 곧 행복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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