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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May 30. 2024

평생 남을 어린 기억

바람이 불어온다고


오늘 어렸을 때 소아암으로 병원을 집처럼 들락날락했던 영상을 보았다. 그런데 아이는 지금 성인이 되어서도 어렸을 적 기억은 행복한 기억만 남아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엄마는 위급할 때마다 응급실에 입원하면서 아이에게는 '우리 캠핑 온 것 같다 그치? 맨날 집에서 자다가 이 시간까지 안 자고 여기 있으니까 재밌다.' 하면서 엄마의 재밌는 표정을 보고, 아이 또한 덩달아 재밌었던 추억만 남겨졌다고.


'병원 슈퍼에서 맛있는 것 사 먹고, 티비도 실컷 보자.'고 웃으면서 짐 쌌던 기억, 병원에서 개미도 잡고, 식물도 관찰하고...그래서 병원에서 아팠던 기억은 나지만, 병원에서의 시간은 무척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그때 엄마의 나이가 32살이었고, 지금 자신의 나이가 33살인데, 엄마가 견디기 어려웠을 나이게 보여준 최고의 사랑이 아니었는가 생각한다고 하였다.


또 초등학교 1학년이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군것질 안 하고, 용돈 2천 원을 모아 꽃집에 간 영상을 보았다. 혼자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사장님이 웃으면서, '꼬마야 얼마 있니?'라고 물어보신 후 사정 이야기를 말씀드리니, '그럼 제일 예쁜 꽃으로 줄게'라고 하시고, 진짜 정성스레 꽃다발을 포장해 주셨다고. 지금도 그 기억은 평생 남을 기억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댓글에,

'누군가에게 평생 남을 기억이 된다면 내가 누군지 정도는 몰라도 좋으니 많이 만들어주고 싶네요.'라고 쓰여 있었다. 진짜 감동이었다.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인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친구가 신문 배달을 한다며, 관심 있으면 같이 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월급도 준다고 해서 따라갔다.


미아리고개 정상에서 산 정상으로 100m쯤 올라가면 오른쪽에 있던 신문배달지국이 있었다. 매일 수업 끝나고 거기에 가서 동숭동과 혜화동 일대를 돌았다. 몇십 군데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방통대 있는 곳 입구 가까운 곳에 배달하는 곳이 있었다. 그때 사무실 누나가 신문을 받아주었다. 그 누나는 항상 반갑게 받아주면서 나에게 잘 대해주었던 것 같다. 고생한다고도 하고, 무얼 받은 기억도 있다.


그때가 79년도였으니깐 오래도 되었다.

한 달 일하고 4만 원인가 5만 원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돈으로 안경도 새로 구매했다. 두 달인가 세 달인가 하였던 것 같은데, 오래 하지는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일을 할 생각을 못한 나이었는데, 그 친구 따라 알바를 하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친구 때문에 같이 공부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성적도 많이 올랐던 기억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더니 그 친구로 인해 많은 경험을 하였다.


또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다. 한 친구가 자퇴한다고 하면서 같이 안 하겠냐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컴퓨터 학원을 다니면서  앞으로는 컴퓨터가 대세가 될 것인데, 자기는 지금 자퇴하고, 컴퓨터 전문가가 되겠다고 하였다. 그때가 82년도였는데 286 컴퓨터 이야기 나오던 시절이고, 그 당시에 1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고가의 기계였다. 이제 막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해서 학교에서는 아직 주산과 타자, 부기를 배우던 시절이라 조금은 생소했다.


그런데 그 시절에 그런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던 친구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그때 자퇴하고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서 그것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 후로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대중화되었기에 그 친구 또한 잘 되었으리라 본다.


또 고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지지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받았던 관심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누군가의 인정과 지지를 받고 싶어 한다. 아직은 미성숙한 정체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보내준 선한 영향력은 평생을 살아가는 삶의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친구로 인해 다양한 경험을 했던 학창 시절,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다. 어떤 때는 이런 선택을 하고, 또 어떤 때는 저런 선택을 하는, 삶이란 그런 선택들이 모여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항상 좋은 선택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무엇이 잘 될 것인지, 안 될 것인지,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그런 것은 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떤 것을 경험할 때 그것의 호불호를 알 수 있다. 그걸 통해 배우고, 더 나은 선택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미숙한 경험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의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관심은 중요하다. 삶의 많은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억에서도 희미해졌지만 그 시절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어린 학생에게 관심을 주었던 신문 배달에서의 경험은 평생 잊혀지지 않으면서 나 또한 그런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선물이 되었다.


이 시대의 어른이라면 부모와 선생을 떠나 사회의 성숙한 어른으로서 아이들 또는 청소년들에게 인생에 남을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따뜻한 기억을 남겨준다는 것은 서로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그 따뜻함은 선한 영향력이 되어 또 다른 사람을 향하여 손에서 손으로 전해질 것이다.


예쁜 기억을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짧지 않은 듯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받았던 사랑은 평생을 남을 기억이 되어 흐뭇함이 가슴에 남을 것이고, 그 기억은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향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매서운 겨울에도 인생을 따뜻함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윤 정 현



바람이 불어온다고

그 바람에 떠내려 가는

존재가 되지 않아야 한다.


부딪혀 보면 가끔은

새로운 문이 열리고,

누군가 모를 나그네가

그 바람을 막아주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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