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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May 29. 2024

마이너스 통장 대출 연장 사건

똥개 훈련 사건에 대한 반응 3가지


삶을 살다 보면 다양한 경험을 한다.

오늘 똥개 훈련을 받았다.


굳이 비속어를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평상시 느끼는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는 황당한 일을 당할 때 '똥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한다.


어제 강의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은행 마이너스 대출 자동 연장 전화를 받았다. 사람하고 통화가 아닌 AI 상담을 통해 연장 가능하다고 하여 5분 이상 통화를 하였는데, 마지막에 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고 거절당하였다.


그래서 오늘 은행에 가서 대기표를 뽑고 10분 이상 기다렸다가 창구에 갔더니 여기는 관련 업무를 취급하지 않으니 두 정거장 정도 가셔서 신청하라고 하였다. 기다리게 했는데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래서 10분 이상 가서 그곳에 다시 대기표를 뽑고 기다렸다.


잠시 후 호출하는 소리에 창구로 갔다. 담당 직원이 '자동 연장이 아닌가'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여기저기로 문의한다. 결국 통장 개설은 지방에서 했는데, 그곳 지점으로 전화 문의를 하였다. 한참 통화를 하더니 나를 직접 바꿔준다. 무슨 이런 일이...


전화를 창구 칸막이 밑으로 받았는데, 해당 지점 담당자는 '이자 체납이나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자동 연장으로 처리해 드리겠다'고 한다. '알겠습니다'라고 답변하고 통화는 끝났다. 면전에 있는 직원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ㅎㅎ


돌려받은 직원이 수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가 없자 나에게 오히려 '바로 끝으셨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랬더니 통장과 신분증을 돌려주면서 '수고하셨다'고 한다. 그게 끝이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오늘도 두 군데를 방문하고, 대기하고,

그곳에서도 처리가 안 되어 통장 개설 지점으로 전화하고,

직접 처리가 안 되어 나에게 전화를 바꿔주고,

그리고 업무 처리는 단 1분도 안 되어 끝났다.


황당하였다.

음, 온라인으로는 연장이 안 되니, 오프라인 대면을 통하여 연장이 가능하다면 이해하겠는데, 이미 이자 체납은 어제 검토된 사항이고, '특별한 사항'이라는 말 한마디를 방문해서 그것도 다시 전화로 듣는 것으로 끝났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연장 승인은 은행을 나온지 10분도 안 되어 톡으로 연락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 사람들은 3가지 정도의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첫 번째는 화를 낸다.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이따위 말을 하려고 이렇게 개고생 시킵니까?'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고 그래!' 등등


두 번째는 앞에서는 인사하지만 돌아서서 짜증 낸다.

'애들이 멍청한가 회사가 멍청한가'

'일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어이가 없네. 진짜 사람 짜증 나게.'


세 번째는 그냥 웃는다.

앞에서도 웃고, 뒤에서도 웃는다.

그는 그냥 삶을 즐긴다.

사람이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세 번째 길을 선택했다.

'감사합니다!'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나오면서도 웃었다.

삶이란 다양한 사연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오늘도 하나의 에피소드를 만났구나!' 하고,.

이 멋진 사연을 글로 남겨놔야지 하면서


누구나 실수하지 않은가?

그리고 별것 아닌 것으로 화를 내기도 하고, 화를 듣기도 하지 않는가?

또 작은 분노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불똥은 엉뚱한 사람에게 튀기도 하고,

화를 낸 자기 자신에게 돌아와 인생을 망가뜨린 경우들이 얼마나 많은가?


삶은 그 순간의 선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좋은 선택도

나쁜 선택도 말이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

이것을 선택할 수도

저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짜증을 내고, 화를 낼 수도 있고,

기분 좋게 웃으며 지나갈 수도 있다.


이렇게 한들, 저렇게 한들

그 순간은 지나가고

또 다른 순간은 다가온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지나가고

다가오는 시간들이 이어지지만

항상 남겨지는 것은 그 후의 기분이다.


화를 내고 돌아오면

내내 기분이 안 좋은 상태를 스스로 간직하게 된다.

그것도 내 안에서 말이다.

어차피 일어난 일인데 왜 기분 나쁜 상태는 내가 간직해야 할까?


그리고 그 상태는 꽤 오래간다.

나는 그냥 부당한 대우에 대해 합당한 반응만 했다.

그런데 우울해진다.

짜증도 난다.

알고 보면 이것은 내 감정을 망치고,

내 얼굴도 찡그려 뜨리고,

내 인격을 무너뜨리고,

내 주변 사람을 언짢게 하고,

결국 그런 것들이 쌓일 때 자신의 인생까지 망가뜨린다.


그런데 기분 좋게 하고 돌아오면

걷는 내내 기분이 좋은 상태가 된다.

그것이 내 안에서 그냥 솟아오른다.

그냥 일이 일어났는데, 그 상태는 왜 내 안에서 오래 간직될까?


그 상태는 꽤 오래간다.

휘파람도 나오면서 혼자 웃으며 룰루랄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저 사람 이상한가?' 할 정도로

이것은 자신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스스로 예쁘게 말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이 꽤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알고 보면 감정을 업시키고,

내 얼굴도 미소 짓게 만들고,

내 인격을 고상하게 만들고,

내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면서

결국 그런 것들이 쌓일 때 자신의 인생까지도 축복받는다.


사건은 우연찮게 일어났다.

그리고 과정은 생각밖으로 흘러갔다.

결과는 황당했다.

그리고 반응은 열린 결말이다.


각자의 선택이기에


후자의 결말을 선택한 나는

지금까지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글을 쓴다.



윤 정 현



사건이나 조건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모두에게 동일하다.

모습과 환경, 시간만 다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것이냐 기분 좋게 받아들일 것이냐

기분 나쁘게 말할 것이냐 기분 좋게 말할 것이냐

그 선택을 통해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거절되는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냐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살아갈 것이냐가 선택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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