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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스쿨 윤정현 Feb 14. 2023

말의 인격

지적 기호로서의 언어의 역할

욕을 입에 달고 살던

아이가 있었다.

C8을 대화에서 종종 섞어 썼다.

강아지새끼도 많이 쓰고.


쌓인 스트레스가 많아서

내재된 트라우마는

녹아내려야 하기에

하고픈 대로 허용해 주었다.


늘 죽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우울 괴물이

자신을 잡아 먹었다고 말하던

그 아이는


그래도 그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집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몸까지 망가뜨려

살아가는 날들이 고역이었다.


그 만남이 8년 정도 된다.

어느 때는 3시간을

한마디 말도 못하게 하고

자기 이야기만 들어 달라고 했다.


몇 년이 흐른 후

그 날도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다짜고짜 성질을 내면서

하소연을 쏟아낸다.


하지만 상담과 코칭이란

마냥 받아주는 엄마가 아니다.


"나는 네 시녀가 아니야!

그런 하소연만 하려면

더 이상 전화하지마!

질문을 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를!"


그리고 오늘

그의 목소리를 듣는데

확 달라져 있는 부분을 느꼈다.

물론 그동안도 많이 달라져 왔다.

하지만 오늘 말에 격조가 들어가 있음을 느꼈다.


"선생님! 문제가 생겼어요.

이러이러한 문제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이렇게 대처해."

"네네. 그렇군요. 그렇군요."라며 경청한다.


말에서 인격이 탄생했다.

그 느낌을 언어로 인식하면서

이렇게 경험을 글로 남긴다.


나 또한 그 과정을

언어로 인식해냈기 때문에.

그것은 또 다른 과정을 위해

매우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 때 만난 그 아이는 지금

직장 생활을 잘 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직장 생활은 고사하고

친구 관계도 엉망이었는데.


지적 기호의 인식은

원시 인류를

지성과 교양을 갖춘

위대한 존재로 탄생하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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