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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늙다

삶의 흔적

by 행복스쿨 윤정현


희끄무레한 머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삶은 뒤를 돌아봄에 있어

깊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바람은 시절을 따라 불고

계절은 그 가고 옴을 아는데

인간이 자기의 때를 모른다면

어찌 만물의 주인이라 할까?


친구 딸의 결혼식에서

죽마고우처럼 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15년 만이다.

삶이 힘겨우면 부모형제도 멀어지는데

친구라지만 떨어지는 낙엽에는

붙잡아 줄 인연이 없다.


너무 오래되어서 스치듯 지나치는

친구를 불렀다.

잘 알아보지 못하는 친구를 툭 치며,


"살아 있으니 만나네! 오랜만이다!"

"너 멋있게 늙었다!"


반가워서 포옹을 하며 나눈 대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멋지게 늙는다는 것은 무얼까?


나이 사십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하였듯

멋지다는 말에는

외적인 향기에서

내적인 자상함이나 진실함,

선함이나 편안함이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지도 못한

오랜 벗과의 만남에서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 그의 말은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윤 정 현



신은 가끔 우리 귓가를 스친다

삶에는 슬픔과 아픔이 점철되지만

가끔 우리를 미소 짓도록

지나가는 바람으로 노크한다

내가 너와 항상 함께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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