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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 영성의 진화

‘없음’에서 시작되는 진실한 힘에 대하여

by 행복스쿨 윤정현

서문 : 존재의 전환, 수행의 초월


의식이 깊어질수록 인간은 더 이상 ‘되는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무엇을 얻거나 성취하기 위한 탐색은 서서히 그 의미를 잃는다.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은 단지 ‘있음’의 고요한 감각, 모든 갈망을 넘은 자리에 드러나는 존재의 본질이다. 이는 어떤 종교적 신념이나 수행의 결과로써가 아니라, 삶 그 자체가 의식의 장(場)으로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존재의 진화 현상이다.




본론 : 자아의 있음에서 무위의 없음으로의 진화



1. 없음의 자리 : 존재의 맨살


존재가 깊어질수록, 인간은 본질적으로 ‘없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 ‘없음’은 공허나 무의미함이 아니라, 모든 외적 동일화에서 벗어난 순수한 의식의 장이다. 이 자리에는 갈망, 되고자 함, 주장, 설득이 모두 사라진다. 존재는 그 자체로 충만하며, 시간과 행위, 목적은 무의미해진다. 노자의 무위(無爲)는 이 지점에서 실현된다.



2. 의식의 침묵화와 실천의 무위화


‘없음’의 자리에 이른 존재는 점차 언어 이전의 이해와 행위, 이전의 실천으로 삶을 살아간다. 이성적 사고는 여전히 작동하지만, 더 이상 중심이 되지 않으며, 분별은 존재하되 갈등은 줄어든다. 행위는 의도를 따르지 않고, 흐름 속에서 저절로 나타난다. 이는 어떤 초월적 능력이라기보다는, 존재의 본래적 작동 방식이 드러난 결과이다.



3. 자연스러운 영향력과 비개입의 인도


진정한 존재는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으며, 설득하지 않고도 주변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존재는 능동적 겸손의 자세로 살아가며, 등대처럼 그 자리에 머무름으로써 준비된 이들을 이끈다. 말과 행동, 심지어 침묵조차 치유로 작용한다. 이는 외부를 통제하거나 조작함 없이, 존재 그 자체로 작용하는 영적 영향력의 양상이다.



4. 경계의 해체와 의식의 통합


깊어진 존재는 결국 자기와 타자의 경계를 해체하기에 이른다. ‘나’라는 개별 주체의 정체성은 옅어지고, 삶은 점차 우주적 장의 일부로 느껴진다.


이러한 의식은 다음의 특성을 갖는다:

- 시간과 공간의 비선형적 체험

- 비언어적 느낌과 직관을 통한 인식

- 물리적 거리와 무관한 내면의 연결성

- 나와 네가 아닌 우리로서의 공존지향성

이것은 더 이상 ‘개인의 성장’이 아닌, 존재 전체의 확장이다.



5. 이름 없는 신성과 익명성의 힘


진정한 힘은 드러내지 않음에서 발생한다. 이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자기 자신을 위한 목적이 없기에 모든 목적을 통과시키며,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에 모든 결과를 초월한다. 여기서의 신성(Divinity)은 개념이 아닌 에피파니(Epiphany )이며, 설명이 아니라 그대로의 존재 방식이다. 신적 삶, 곧 조건 없는 사랑의 실현이다. 그것은 외형이 아닌, 투명한 삶으로 발현된다. 이 자리에서 영혼은 겸손과 실천, 고요와 자유로 드러난다.




결론 : 하나됨의 자리에서


이러한 존재 상태는 자기 자신을 잊고, 질문 없이 머물며, 의도 없이 살아가되 가장 깊이 세상을 비추는 삶이다. 인류와 우주는 더 이상 나뉘어 있지 않으며, 그 무엇도 더 필요하지 않다. 남는 것은 다만 하나됨의 진실, 그리고 고요한 영향력이다.



이 모든 존재의 고요한 자리에,

그 안의 신성에,

존경을 담아 고개 숙인다.

신성은 말없이, 그러나 분명히 존재한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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