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녔니?

아프기도 행복하기도 한 인연의 바람

by 행복스쿨 윤정현


저수지 아래 넓은 시내를 건너

산모퉁이를 돌아 하루 종일 기다리기를 매일이었다.

집을 떠나 오지 않는 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었다.


뱀들이 우글거리는 논둑길 따라

온종일 가슴 태우며 너를 찾았지.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그러기를 10년, 20년, 30년의 세월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녔니?


준혁아!

내가 암 수술 후 점촌에서 휴양할 때 너는 그랬지.

혼자 살기 어려우니 아파트 얻어 같이 살자고.

보증금은 내가 내고 월세는 반반

그런데 몇 개월 지났을까?

네 지갑에서 5만 원이 사라졌다고 나를 의심했지.

아무리 설명해도 너는 믿지 않더라고.

보증금까지 낸 사람에게 5만 원을, 미치겠더라고.

그래서 말했지, 일주일만 쉬웠다 오겠다고.

그때도 믿지 않으면 우리 서로 헤어지자고.

다시 돌아와도 믿지 않더라.

그날 집에 들어온 다른 사람은 없었다고.

너의 착각이나 다른 경우의 수는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떠났지.

서로를 의지했는데, 신뢰가 사라지니 원수가 되더라!

더구나 풀리지 않는 오해는 미칠 지경이더라!

너는 지금 어디서 잘 살고 있을까?


해원아!

병원에 요양할 때 너는 참기름을 20병이나 샀었지.

나에게 수고한다고 한 병을 주고,

또 같이 있었던 사람에게 한 병을 주고 기억을 잊었지.

그 사람 퇴원하고 다음날 왜 18병이냐고 나를 의심했지.

아니라고 당신이 준거라고 해도 믿지 않았어.

기억 상실은 그런가 봐.

무릎 꿇고 빌어도, 내 거 돌려주겠다고 해도 의심하는 거.

시간이 지난 후 화낸 것만 미안해하고, 의심은 여전했어.

그래도 나처럼 간호해 준 사람은 없었다고 하더라!

그러나 풀리지 않은 의심은 살을 에이듯 아팠지.


준서야!

너 기억해!

엄마와 언니를 떠나 너는 홀로 살았지.

20대의 젊은 날을 여기저기 알바하면서 힘든 생계를 이어갔지.

빵집에서 일할 때 너무 서러운 일을 겪고 내게 연락했지.

그러고도 삶이 버거워 멀리 떠난다고 했어.

난 처음에 여행 갔다 오는 줄 알고 잘 다녀오라 했지.

그런데 자세히 읽어보니 미안하다고,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난다고.

집도 모르던 나는 경찰에 신고했지.

위치 추적해서 너를 살렸지.

그래서 만나 밥 사주고, 힘을 내어 다시 살아보자고 했지.

그런데 말 한마디에 너는 떠났어.

만나는 사람과의 정리 후에 다른 사람 만나라는,

양다리는 아니라는 그 조언에.

인연의 바람은 그렇게 왔다 가는가 봐.


미애야!

우울 괴물이 너를 잡아먹은 것 같다며

자살에 대한 너의 관점에 동조 안 해 준다고,

너의 생각은 바꿀 수 없고 존중하지만

나의 생각은 반대한다는 말에 너는 한 달을 삐졌지.

다시 돌아와 그건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고

밝아진 톤으로 통화했지.

10년이 지난 후 너의 결혼식을 보며 난 너무 행복했어.

그런데 한 달 전 카톡 메시지 하나로 사이가 멀어졌어.

선생님을 지금도 존경하지만, 정치는 완전히 다르다고.

너의 격렬하면서 긴 톡으로 쏟아지는 글에 막막했어.

10년을 넘게 너를 알았다고 했고,

깊이 있는 삶의 가치관을 나누었지만 정치적 견해는 몰랐지.

너의 관점과 나의 관점이 너무 멀어서 놀랐어.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달라고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어.

내가 긴 시간을 가지면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며칠 후 네가 날이 섰던 반응은 사과했지만,

거리를 두는 말에 서먹하고 달라져 벽이 생긴 느낌이야!

다시 소통의 시간이 올까?

잠시의 인연으로 불통이라면 단절하기 쉬울 텐데,

나도 이것은 방법을 찾지 못하겠어.

다시 인연이라면 길이 열리겠지만, 하늘에 기도할게.


우리는 살다 보면

의심을 받기도 하고 또 의심하기도 해.

또 오해받기도 하고 오해도 하지.

모르는 사람이거나 정을 주지 않았던 사이라면 괜찮아!

그런데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에게서 받는

의심의 눈, 차가웠던 눈은 잊혀지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별것도 아니거나

사는 날 동안 그 이상의 이상도 나누었는데,

매정하고, 매몰차게 뿌리치던 너의 모습은 가슴에 박혀있어.


다시 돌아오기를 생각하기도 해.

더 이상 차갑고 어두운 창살에서 벗어나 날아오르기를

오늘도 기도하며 너를 잊지 못해.

행복하기를



ps. 이름은 가명을, 사연은 나와 지인의 것을 담아 조금 각색했다.



윤 정 현



우리는 살아가면서 아프다.

오해도 있고, 착각도 있으며,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잃어버린 신뢰는 뼈아프다.

사기꾼도 있지만 정말 다른 차원에 사는 이도 있다.


인연의 바람이 불어오면

만남은 떠남을 기약하고

떠남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곳이기를, 더 따뜻하기를

사라져 간 추억의 모퉁이에서 너를 기억하면서

행복에의 삶에서 너무 멀리 가지는 않았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이여 오셨나요?